CULTURE

웃긴 남자 유희관

2014.01.06GQ

두산 베어스의 유희관은 시즌 내내 웃었고, 사람들을 웃겼다. 하지만 그의 느린 공은 전혀 우습지 않았다.

유희관은 내내 이렇게 사진 찍어보긴 처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표정은 계속 바뀌었다. 찡그리고, 웃고, 째려보고, 자유자재였다. 그는 특별히 요구하지 않아도 잘하는 ‘모델’이었다.

유희관은 내내 이렇게 사진 찍어보긴 처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표정은 계속 바뀌었다. 찡그리고, 웃고, 째려보고, 자유자재였다. 그는 특별히 요구하지 않아도 잘하는 ‘모델’이었다.

인터뷰부터 할까요?
(사진가에게) 뭘 그렇게 준비하세요? 어떻게 찍어도 별로예요.

귀엽잖아요. 에이, 저 못생겼어요.
하하. 곧 연봉 협상 시작하죠? 억대 연봉을 기대하니요? 연봉 협상이 내일(12월 10일)부터예요. 구단에서 알아서 챙겨줄 거라 생각해요. 억대 연봉이라…. 협상 분위기가 좋으니까….(유희관은 12월 12일, 1억원에 연봉 계약을 끝냈다.)

2013년 연봉이 2천6백만원이에요. 프로야구 선수 최저 연봉이 2천4백만원이니까, 거의 최저 연봉이나 다름없네요.
프로농구나 프로배구에 비해 프로야구의 최저연봉이 더 낮아요. 프로야구가 인기도 제일 많은데, 개선되어야 할 것 같아요. 올해 저는 연봉이 낮으니 좋게 봐 준 거죠. 제가 1억 넘게 받았으면 실력만큼 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죠.

프로야구 선수들은 연봉이 공개되잖아요. 모두가 자신의 연봉을 안다는 건 어떤 기분인가요?
어떤 면에선 안타까워요. 연봉이 낮으면 부끄럽고, 창피하기도 해요. 반면 더 최선을 다해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고 생각하죠. 어쩔 땐 ‘내가 야구를 이렇게까지 못했나’하는 생각도 들어요. 그럴 때마다 더 잘해서 연봉을 올리고 싶죠.

2013년, 1군 엔트리에 들었을 때 구체적인 연봉 목표가 있었나요?
처음 엔트리에 들었을 땐, 연봉까지는 신경 못 썼어요. 1군에서 자리 잡기 급급했죠.

첫 선발 등판이 5월 4일이었죠? 홈경기였고, 상대는 LG트윈스였어요.
프로 첫 승은 정말 죽기 전까지 절대 잊지 못하는 경기일 거예요.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어요. 선발로 정해졌다고 했을 때 얼떨떨했어요. 팬 분들도 에이스인 니퍼트 대신이었으니까 전혀 기대 안 했을 것 같아요. 그래도 시즌 중 가장 중요한 어린이날 3연전이었으니까 주목은 받았죠. 그런 상황에서 제가 첫 승을 했으니 파급효과가 배가 된 것 같아요. 만약 니퍼트가 나가서 승리 했으면 팬들이 “역시 니느님, 니느님” 이랬을 텐데, 이름을 처음 들어본 선수가 처음 선발을 해서 첫 승을 거뒀으니 많은 이슈가 되었죠. 올 한 해는 뭔가 톱니바퀴 돌아가듯이 딱딱 맞아 떨어진 것 같아요. 행운이었어요.

하지만 그 운이 마지막 경기 승리 투수로 이어지진 않았어요.
한국시리즈 7차전 선발도 절대 잊지 못할 거예요. 4차전을 이기고, 저희가 3승 1패였을 때부터 저는 7차전 선발로 확정됐어요. 솔직히 제가 출전하지 않고, 5차전이나 6차전에 끝냈으면 하는 바람이었죠. 제가 7차전에서 영웅이 되는 것도 좋지만, 그냥 빨리 끝내야지 5차전, 6차전에서 지면 삼성의 기세가 만만치 않을 것 같았어요. 한데, 결과가 좋지 않아서 정말 아쉽죠. ‘한국시리즈 나가서 다시 던질 수 있는 기회가 올까’ 하는 생각 많이 했어요. 그 기억은 잊어버리겠지만, 제 가슴 한구석에는 자리 잡을 것 같아요. 야구하는 그날까지…. 만약 끝내 우승을 못한다면 그 경기가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을 수 있으니까, 오기로라도 다시 올라가고 싶어요.

한국시리즈 이후 FA 선수 이동, 감독 교체가 한꺼번에 일어났어요.
이제는 팀 분위기가 괜찮아요. 처음에는 요동치는 선수도 있고 그랬는데, 시간이 약인 것 같아요. 선배들도 우리나라에서 야구를 최고로 잘했던 분들인데 이제 같이 야구를 못하니 많이 아쉽죠. 하지만 어차피 프로는 각자 알아서 하는 것이고, 자기가 자리를 지켜야 하는 부분이니까요. 어떤 면에서 세대교체는 언젠간 이뤄지는 것 같아요. 순환이라고 생각해요. 선수 생활을 하면 언젠가는 찾아오는. 하지만 감독님께서 떠난 건…. 슬프긴 엄청 슬퍼요. 김진욱 감독님은 제가 아버지처럼 따랐던 분이에요. 2군에서 투수 코치할 때부터 워낙 선수들이 잘 따랐어요.

정명원 코치도 떠났죠?
코치님도 아버지라고 할 만큼 저한테는 정말 각별했어요. 또 저를 선발로 적극적으로 밀어주신 분이에요. 은인이죠. 워낙 저한테 채찍질을 많이 했어요. 러닝이나 운동을 남들보다 몇 배로 더 시켰어요. 항상 저한테 쓴소리만 하셨죠. 솔직히 그 때는 잔소리로 들렸어요. 코치님이 맨날 하시는 말씀이 “네가 최선을 다해 잘하면, 네가 돈 받지 내가 돈 받냐” 농담처럼 말씀하셨지만, 결국 저한테 도움이 되었어요. 두 아버지가 팀을 떠나서 슬프지만 가슴에 담아두고 내년에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는 게 보답이겠죠.

2013년, 10승, 3점대 방어율로 훌륭한 기록을 만들었지만, 내년 성적에 대한 우려도 있어요. 좌투수임에도 좌타자에게 약했다는 말은 이제 좀 지겹나요?
1년 반짝 잘했다는 얘기를 듣지 않으려면 넘어야 할 산이죠. 좌타자만 문제가 아니에요. 제 공을 처음 봐서 당황스러워서 못 쳤다는 말도 많아요. 눈에 익으면 잘 칠 거라고요. 앞으로 구질과 컨트롤을 더 정교하게 연마해야 할 것 같아요. 느린 공을 던지는 투수니까, 실투를 더 줄여야 해요.

특히 노아웃 상황에서 실투가 많이 나오는 것 같아요. 노아웃에선 피안타율이 0.311인데, 2아웃 상황에선 0.184로 뚝 떨어져요. 피홈런도 일곱 개 중에서 다섯 개가 노아웃 상황이었어요.
나태한 것도 있어요. 노아웃 상황에선 집중력이 떨어지나 봐요. 근데 선두타자에게 안타를 맞으면 점수를 안 줘야겠다는 생각 때문에 완전 집중해요. 힘이 더 생기죠. 그래서 주자가 있을 때 피안타율이 더 낮아요.

주자가 있을 때 맞은 홈런은 딱 하나밖에 없어요.
그게 만루 홈런이었어요. 삼성 박석민 선수한테 맞았어요. 그것 때문에 방어율이…. 아 5회까지 노히트 노런이었는데….

2013년, 가장 아쉬운 기록이 있어요?
아쉬운 성적은 없어요. 제가 이렇게까지 성적을 낼 거라는 생각은 안 했으니까요. 선발을 할 거라는 생각을 전혀 못했어요. 두산에서 왼손 투수로 25년 만에 10승을 했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워요.

두산엔 정말 오랫동안 좌완 에이스가 없었네요.
베어스가 존재하는 한 좋은 왼손 투수 많이 나오겠죠? 그 선수들이 10승을 할 때마다 제 이름도 거론되는 거잖아요. 영광스럽죠.

계속 선발을 하고 싶어요?
선발이 체질이라고 하면… 좀 건방지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저한텐 선발이 딱 맞아요. 제 공이 빨라서 윽박지를 수 있으면 중간이나 마무리 투수가 어울리겠지만 그렇지는 않잖아요. 경기 운영능력을 바탕으로 공을 많이 던지는 선발이 더 적합한 것 같아요. 구단에서도 계속 선발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고요.

공은 몇 개까지 던질 수 있어요?
저는 1백 개 이상도 상관없어요. 공 던지는 체력은 원래 좋은 것 같아요. 팀 동료들이 제가 선발로 출전하면 이래요. “오늘 선발로 나가도 내일 또 던질 수 있잖아? 130킬로미터 느린 공 던졌는데 뭐가 힘들어. 넌 2백 개 던져도 괜찮지 않아” 하하. 몸이 말랑말랑해서 지금까지 부상이 없었어요. 트레이너 분들도 제가 아플 몸은 아니라고 말하는데, 사람 몸은 언제 아플지 모르는 거니까 앞으로도 관리를 잘해야죠.

앞으로 몇 년 더 던질 수 있을까요?
류택현(1971년생) 선배 정도까지 던졌으면 좋겠어요.

이제 사람들이 많이 알아보죠?
워낙 (김)현수랑 (이)원석이랑 (임)태훈이랑 친한데, 같이 돌아다니면 저한테는 아무도 사인을 안 받았어요. 요즘은 저한테 사인을 받아달라는 분이 많아졌어요. 올해는 제가 제일 괜찮았던 것 같아요. 알아봐주면 자신감이 생기죠.

여자친구 있어요?
아뇨. 좋은 여자만 있으면 바로 연애하고 싶어요. 남자든 여자든 사람 만나는 것 자체를 정말 좋아해요. 인맥관리를 중요하게 여기는 편이에요. 요즘은 여자들에게 잘생긴 남자보다 웃기고 매너 좋은 남자가 최고죠. 제가 인기가 좀 있는 편이에요.

이제 스물아홉 살이에요. 불안하진 않아요?
제가 점을 봤는데 아홉수가 좋은 아홉수래요. 서른 한둘까지 탄탄대로라고…. 올겨울에 구설수만 조심하라고….

그래서 오늘 인터뷰를 조심했나요?
아뇨, 저 완전 솔직했어요.

“저 옐로 석에 처음 앉아봐요. 아, 앞으로도 앉을 일이 없어야겠구나. 하하.” 그가 시키지 않아도 물개처럼 막대 풍선을 치기 시작했다. “소리도 지를까요?”

“저 옐로 석에 처음 앉아봐요. 아, 앞으로도 앉을 일이 없어야겠구나. 하하.” 그가 시키지 않아도 물개처럼 막대 풍선을 치기 시작했다. “소리도 지를까요?”

    에디터
    양승철
    포토그래퍼
    김참
    스탭
    헤어, 메이크업 / 이가빈, 어시스턴트 / 이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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