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구가 뿔났다

아시아 선수권에서 3점 슛을 퍼붓던 대학생 김민구가 프로에 왔다. 2순위로 뽑혔지만, 2등을 생각해 본 적은 없는 것 같았다.

<응답하라 1994> 봐요?
네. 농구가 진짜 인기 많을 때였잖아요. 고대랑 연대랑 정기전 하는 걸 보면서 저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뛰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어요. 근데 이번 아시아 선수권 필리핀전에서 그런 기분을 느꼈죠. 아, 소름 끼치고 좋더라고요.

상대편을 응원하는 관중이었는데도요?
한국에선 그런 기회가 별로 없잖아요. 저를 응원하건, 야유를 보내건 경기 보고 있는 건 똑같은 거니까.

신나요?
의식을 많이 안 해요. 어떨 때 보면 곰 같기도 해요. 긴장을 잘 안 해가지고….

포커페이스죠.
특히 운동할 때 표정을 잘 안 보여줘요. 남자가 표정 보여주면 진다고 배웠거든요. 힘들어도 똑같이, 좋아도 똑같이 있는 거죠.

지금도 연세대와 고려대의 정기전엔 관중이 꽉 차는데, 왜 경희대를 택했나요?
이유는 (김)종규죠. 경희대가 힘들고 엄한 분위기란 걸 아니까 안 갈 생각이었어요. 그러다 종규가 “가서 경희대 일으키고 역사 한번 써보자”고 했는데, 그 말이 와 닿았어요. 종규같이 좋은 센터랑 뛰어보고 싶은 맘도 있었고요. 지금도 제일 친해요. 오늘도 같이 졸업시험 봤어요.

둘의 마지막 대학 리그 경기였던 챔피언 결정전을 고려대한테 지면서 통합 3연패가 무산됐죠.
정말 아쉬웠어요. 그래도 어느 정도는 해냈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세운 기록이 쉽게 깨지진 않을 것 같거든요. 정규 리그 3연패, 통합 2연패. 종규도 끝나고 그랬어요. 이 정도 해놓아서 마음은 뿌듯하다고, 근데 빨리 나가고 싶다고. 하하.

가드는 좋은 센터랑 뛰어야 힘이 날 텐데, KCC는 상대적으로 가드진에 비해 골밑이 약해요. 주전 외국인 선수 윌커슨도 포워드에 가깝죠.
좋은 센터가 있으면 슛이 편해요. 안 들어가도 잡아주잖아요. 프로는 모든 팀에 외국인 선수가 있으니까 대학 때랑 좀 다르더라고요. 전부 비슷한 조건에서 뛰는 거니까. 책임감이 더 생겨요. 공격권 하나가 중요하고.

다음 시즌에 센터 하승진이 돌아오면 경기 방식이 좀 변할까요?
그렇겠죠. 지금은 속공을 많이 하지만,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여유를 많이 키워야 할 것 같아요. 시야도 늘려야 되고.

대학 때는 슈팅 가드, 지금은 거의 포인트 가드로 뛰고 있죠?
포인트 가드도 보고… 네. 거의.

한국 농구의 자랑은 슈터였는데, 어느 순간 그 계보가 끊겼어요.
자신 있는 건 슈팅 가드죠. 공격적이니까. 그런데 진짜 듀얼 가드가 되고 싶어요. 상황에 맞게 뭐든지 다 감당할 수 있는.

소속팀의 허재 감독이 선수 시절에 꼭 그랬죠?
그렇죠.

그래도 여전히 제2의 누구는 싫나요?
네. 따라지 하긴 싫어요.

아시아 선수권에선 그야말로 잡으면 던졌어요. 수비가 있든 말든.
(조)성민이 형 백업으로 뛴 거거든요. 감독님이 너도 성민이처럼 슛을 쏘라고 주문하셨어요. 그때 슛 연습 진짜 열심히 했어요. 역할이 확실했으니까. 거기서 못하면 다음 기회가 없을 것 같았어요. 저 같은 선수는 많거든요. 진짜 닥치고 공격, 닥공이었어요. 림만 봤죠. 슛은 자신 없으면 못 쏴요. 그렇게 쏴야 의외의 슛이 들어가고, 그런 슛이 경기 흐름을 바꿀 수 있으니까요.

프로에 와선 평균득점이 11.7점. 대학 시절의 절반 정도예요. 슛을 자제하나요?
저 말고도 공격할 선수는 진짜 많아요. 그래서 대학 때보다 욕심을 덜 내요. 시도 자체도 적고요. 대신 어시스트가 올라갔죠. 요즘은 그게 더 재미있어요.

박빙, 클러치 상황에선 여전해요. 4쿼터는 좀 달라요?
저도 모르게 힘이 나요. 스릴을 즐기는 것 같아요. 위기에 있을 때 슛 성공하고 팀 분위기 반전되면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요.

그거야말로 스타 아닌가요?
그건 잘 모르겠고, 남들이 잘 안 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똑같은 건 별로예요. 감독님한테 인정받으려면 더 잘해야죠. 다 필요 없고 믿음을 더 드리고 싶어요. 저 선수는 어차피 하는 선수. 놔둬도 자기 할 몫 다 하는 선수.

“고등학교 때부터 23번을 달았어요. 쉬운 번호가 아닌 것 같이 느꼈거든요. 이왕 한 번 다는 거, 목표를 높게 잡고 싶었어요.”
“고등학교 때부터 23번을 달았어요. 쉬운 번호가 아닌 것 같이 느꼈거든요. 이왕 한 번 다는 거, 목표를 높게 잡고 싶었어요.”

허재 감독도 공격은 거의 일임한다면서요?
오히려 안 하면 혼나요. 수비 지적을 많이 받죠.

지금 스틸은 경기 평균 2.4개로 전체 1위예요. 수비력과는 별 상관없나요? 이를테면 스틸은 눈치에 가깝다든가.
좀 그런 것 같아요. 짬을 보면서…. 물론 수비 능력도 있어야죠.

공수 모두 운동 능력보단 감각이 좋은 인상이랄까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남들이 하는 플레이는 별로 안 와 닿아요. 그래서 훈련할 때 여러 종류의 슛을 시도해보고, 새로운 스텝도 밟아보고 그래요. 그런 게 시합 때 우연치 않게 나오니까요. 이미지 트레이닝도 많이 해요.

어떤 걸 주로 떠올려요?
아까 말씀하신 클러치 상황이요. 저도 모르게 막 상상하고 있어요. 그러다 진짜 박빙의 순간이 왔을 때, 내가 상상했던 것처럼 되면 신기하죠. 그거랑은 별개로 클러치에 대한 욕심도 확실히 좀 있는 것 같아요. 고등학교 때부터.

기복이 좀 있는 편이죠? 총 16경기 중에 20점 이상 넣은 경기가 세 번, 5득점도 못한 경기도 세 번 있어요.
오르락내리락이 심해요. 꾸준한 게 제일 좋은데. 혼자 위로를 많이 해요. 아직 나는 신인도 아니라고. 저 아직 졸업 안 했잖아요. 하하. 시합 전의 기분이 중요한 것 같아요.

몸 상태나 상대 수비수 탓이 아니고요?
컨디션보단 그냥 잘 못한 거라고 생각해요. 스스로를 관리하는 데 소홀했구나…. 정신력 관리랄까? 마인드 컨트롤이 중요한 것 같아요.

마이클 조던은 시카고 불스 유니폼 안에 대학 시절 반바지를 입고 뛰었고, 주희정은 반드시 운동화 끈은 오른쪽부터 묶는 ‘루틴’이 있었죠. 그런 의식적인 행동도 하나요?
전혀요. 아, 카레, 카레만 안 먹어요. 저희 삼일공고 출신들은 카레를 다 안 좋아해요.

맨날 급식으로 카레가 나왔어요?
아니요. 항상 경기가 안 풀리고 분위기 안 좋을 때 카레 먹었거든요. 운동 끝나고 돌아오면 카레가 항상 있었어요. 그래서 시합 전에 카레는 피해요.

정신적 부분이 경기에 큰 영향을 끼친다면, 그래도 일정한 행동 절차가 있는 편이 유리하지 않나요?
그런데 또 계속 하다 보면 오히려 안 좋은 것 같아요. 징크스를 만드는 거잖아요.

지금 5연패 중인데, 어때요?
힘들죠. 우리보다 밑에 있던 팀들이 다 치고 올라온 상황이니까. 신인이라 그런지 더 아쉽더라고요. 당연히 제가 못해서 그런 거지만, 좀 서운한 부분도 있었어요. 나도 6강 가고 싶고, 1위 팀에 있고 싶다는 생각도 좀 들었어요. 근데 제가 봤을 때 저희 팀이 절대로 못하는 팀이 아니거든요.

시즌 전에도 하승진이 돌아오기 전까진 KCC가 중하위권에 머무를 거란 전망이 많았어요.
입단 전에도 그런 소리 많이 들었어요. 승진이 형이 차지하는 부분이 워낙 컸으니까. 근데 막상 와 보니까 다 해볼 만힌 팀이더라고요. 저희가 잘하면 다 이길 수 있어요.

게다가 주전 가드 강병현이 부상 중이라 모든 기대가 당신에게 쏠리고 있죠.
어떻게 보면 좋은 일 아닌가요? 그런 상황에 혼자 막 빠지지 않으려고 해요. 형들한테 진짜 고마워요. 미운털이 박힐 수도 있는 상황인데 많이 챙겨주고, 잘 안 되는 건 정확히 짚어주시기도 하고.

다른 팀 경기도 봐요?
남 잘하는 걸 보고 싶지 않더라고요. 저랑 붙어야 하는 선수들이니까.

꼭 이기고 싶은 선수 있어요?
다요. 포지션 상관없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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