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 더블

더블 코트를 입으면 두 배로 따뜻하고, 세 배 더 멋있다.



1. Christopher Kane 크리스토퍼 케인은 런던 패션계의 총아, 도나텔라 베르사체의 애지중지 황태자, 앞으로의 ‘모던 패션’을 이끌 가장 유망한 기대주로 평가 받는다. 그의 컬렉션은 황당한 것들을 과감하게 풀어냄으로써 우선 한 방 맞은 것 같은 기분으로부터 시작한다. 목에 대못을 박은 프랑켄슈타인, 포악한 도사견, 배배 꼬인 전깃줄 같은 것에서 힌트를 얻은 옷이라니. 가끔 풉, 하고 웃긴 것도 있지만 어떤 건 넋이 나갈 만큼 멋지다. 기복이 심하고 편차가 나더라도 어쩌다 엄청난 걸 해내는 게 신인의 권리이자 의무라고 믿고 있어서, 크리스토퍼 케인을 지지하고 응원한다. 독수리 날개처럼 활짝 펼쳐지는 더블 코트와 남색 크루넥 니트, 파란색 면 벨벳 팬츠. 그리고 휘황하며 물색없어 보이는 머플러! 케인답다. 강지영
2. Louis Vuitton 멋진 숄칼라 코트는 유니콘이 되었다. 분명 어딘가엔 있는데 결코 찾을 순 없으니. 나이아가라 폭포 물줄기보다 과감한 로브와 조선시대 대례복보다 화려한 이브닝 수트가 지천에 널렸는데, 단짝 같은 숄칼라 코트만 묘연했다. <엄마 찾아 삼만리>의 마르코마냥 절절하게 찾다 보니 딱 두 개. 둘 중 하나가 바로 이 루이 비통 코트다. 석탄보단 포도나무를 구워 만든 목탄으로 그린 색깔, 레바논 삼나무 냄새가 은은히 날 듯한 무드, 야크털이나 좀 더 희귀한 소재가 울과 뒤섞인 듯한 촉감. 가장 중요한 건 코트 위로 넉넉히 묶을 수 있는 벨트. 게다가 숄 칼라를 떼면 날렵한 라펠이 나온다. 구름 속 바람 같은 이 코트를 실제로 손에 쥘 수 있을진 의문이지만 찾았으니, 그걸로 얼추 됐다. 오충환
3. Carven 올겨울엔 헤링본 코트에 눈이 간다. 따뜻한 낙타색이나 빤지르르한 캐시미어도 좋지만, 짜임새와 양감이 풍부한 헤링본만 못하다. 까르벵의 기욤 앙리는 처음부터 캐주얼한 걸 좋아했다. 자신이 입고 싶거나 주변 친구들, 연인이 원하는 옷을 만들다 보니, 어느새 일 년에 두 번만 만들었던 컬렉션이 여섯 번으로 늘어났다. 요즘 미국식 캐주얼에 질린 사람들은 그걸 ‘프렌치식 스트리트 패션’이라 부르며 열광한다. 기욤은 이 코트를 파리 라 데팡스를 오가는 회사원들을 떠올리며 만들었다. 가장 맘에 드는 건 어깨와 가슴까지 쭉 뻗은 라펠. 게다
가 청량한 코발트블루 색을 보면 속이 뚫리는 기분이다. 발그레한 볼과 귀엽게 어울리기도 하고. 김경민
4. Billy Reid 허를 찌르는 빨간 스웨터에 현혹된 탓도 있지만, 코트의 면면이 볼수록 마음에 든다. 더블 브레스티드 단추의 간격이 좁고 실루엣이 날렵하다는 점 때문에 버버리 프로섬의 시그니처 코트가 얼핏 떠오르지만, 그보단 덜 무뚝뚝하고 더 우아하다. 무엇보다 어깨 선을 찌를 듯이 솟구쳤다가 끝자락까지 완만한 곡선으로 떨어지는 피크트 라펠의 날카로움, 잔뜩 신난 입꼬리처럼 씰룩 올라간 웰트 포켓의 유머, 길 가다 마주치면 모르는 사람이라도 한번 쓰다듬고 말 반지르르한 원단의 어둠, 그리고 손끝부터 발끝까지 이어지는 보드라운 검정색의 향연. 머리 세 배만 한 러시아산 샤프카를 쓴다 해도 고상해 보일, 참으로 침착한 겨울 룩이다. 박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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