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유 아 낫 언론

2014.01.17GQ

본래 매체비평은 저널리즘에서 꽤 큰 역할을 요구받아왔다. 한국의 경우 요즘 침체되어 있는데, 저널리즘의 위기가 거론되는 지금, 오히려 더 많은 비평이 필요하다.

전통적인 방식의 언론은 아니지만, 어쩌면 언론보다 더욱 언론 본연의 역할을 고민하는 세 개 매체의 운영자에게 물었다.

전통적인 방식의 언론은 아니지만, 어쩌면 언론보다 더욱 언론 본연의 역할을 고민하는 세 개 매체의 운영자에게 물었다.

스스로를 ‘언론’으로 규정하나.
이준행(충격 고로케 hot.coroke.net) 충격 고로케는 스스로 이슈를 다루거나 사회 의제를 설정하는 것은 아니니 언론으로 지칭하기는 어렵다. 다만 한국의 주요 언론들이 본연의 역할은 도외시한 채 제목으로 ‘독자 낚시질’ ‘클릭 낚시질’에 집중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이를테면 현 한국 언론의 세태를 고발하는 퍼포먼스 사이트 정도로 규정짓는 것이 더 정확하다.
이승환(ㅍㅍㅅㅅ ppss.kr) 생각을 드러낼 수 있는 모든 공간이 언론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 책임의 경중은 달라야 하겠지만.
이효석(뉴스페퍼민트 newspeppermint.com) 스스로를 규정 한다기보다는 그렇게 규정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뉴스페퍼민트는 외신, 곧 기존 언론의 기사를 선택해서 보여주기 때문에, 일종의 ‘2차 언론’이라고도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뉴스페퍼민트의 지향은 새로운 생각과 지식이 주는 감동에 있으며, 이 역시 언론의 역할에 포함된다고 생각한다.

대안 언론을 만드는 동기로 작용한 문제의식은 뭔가?
이준행 언론에 대한 다른 주제는 일단 제쳐두고, 기사 제목에 한결같이 충격, 경악, 헉 같은 수식어를 달아 독자들의 클릭을 간곡히 호소하는 저렴한 행동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었다. 보도의 요점을 요약 정리하는 게 기사 제목의 역할인데, 지금은 클릭 낚시용도로만 쓰인다. ‘50대 미모의 여성, 밤마다 하는 짓이 경악.’ 제목을클릭했더니, 장관 후보자가 밤늦게까지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더라는 기사. 독자를 농락하고 있다. 언론이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이승환 기존 언론은 당파성이 너무 강했다. 전문성과 객관성을 갖췄다기보다, 입맛에 맞는 필자의 글을 실었다. 그래서 이름값은 높지 않더라도 좀 더 객관적이고 전문성 있는 필자가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또 기획을 통해 흥미로운 아이템을 잡아, 사람들이 좀 더 쉽고 재미있게 글을 접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이효석 늘어나는 외신에 대한 수요를 국내 언론들이 충분히 메워 주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이 있었다. 외신에 대한 수요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우선 지역적인 측면에서, 국가 간의 관계가 보다 밀접해 지면서 다른 나라의 소식 자체가 사람들에게 중요해졌다. 기술이나 과학처럼, 지역과 무관한 보편적인 측면에서는 다른 세계의 소식이 더욱 중요해졌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생겨나는 빈틈을 채우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사가 될 수 있는가, 없는가를 가르는 기준이 있을까?
이준행 처음에는 ‘충격’만 수집하다가, 그간 낚시 키워드에 진절머리 났던 수많은 분이 키워드 추가를 요청해서 점차 늘어났다. ‘경악’, ‘결국’, ‘헉’, ‘무슨 일?’, ‘이럴 수가’, ‘알고 보니’ 등등…. 이후 실시간 검색어 트래픽을 올리고자 급히 써내는 기사들도 세어보기 위해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에 네티즌들은…’, ‘…가 화제다’ 문구가 들어간 기사들도 모은다.
이승환 무겁지 않고 발랄한 매체, 그리고 편향되지 않고 전문성 있는 매체를 지향한다. 그래서 필자를 섭외할 때는 무엇보다 전문성과 내공을 우선한다. 그 글을 다듬어서 좀 더 맛깔나게 양념을 뿌리는 게 편집진의 역할이고.
이효석 외신을 번역해서 만들고 있기에, 뉴스페퍼민트에게 기사의 조건이란 말 그대로 기사를 ‘선택’하는 조건이다. 기사 선택의 기본적인 원칙은 한국에 소개되지 않은, 그러나 한국인들에게 필요한 뉴스다. 첫 번째 조건은 객관적이지만, 두 번째 조건은 주관적이다. 즉, 각 세계, 경제, 과학 등의 분야를 맡고 있는 에디터의 자율적 판단에 의해 기사를 선택한다.

지금과 같은 형식이어야만 했던 이유는 뭐였나?
이준행 처음엔 낚시제목 기사만 모아 나열하는 사이트로 시작했고, 이후 가장 빈번하게 낚시 키워드를 남용하는 언론사들의 순위를 매기기 시작했다. 그 후 언론사별 낚시기사 분류를 따로 마련해 해당언론사가 자주 쓰는 키워드도 집계했다. 주간 추이 그래프도 넣어 동향을 살펴볼 수 있게 했고. 충격 고로케 등장 이후 언론사들이 부끄러움을 느껴 낚시 제목 남발을 자제할 거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순위 경쟁에 돌입했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어워드를 만들어 월말에 ‘충격상’, ‘숨막히는상’ 등을 주기 시작했다.
이승환 많은 사람이 글을 읽을 수 있기보다, 수준 있고 건강한 사람들이 글을 읽기를 원했다. 그래서 검색 노출이 많은 네이버 블로그가 아닌, 소셜 미디어를 통한 확장성이 좋은 워드프레스를 선택했다. 또 이왕 접한 글, 좀 더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되도록 쉬운 단어를 쓰고 경쾌한 문체를 사용하려고 노력했다.
이효석 요약은 외신 전달이라는 사이트의 목적에 가장 적합한 형식이라고 생각한다. 외신은 우리말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이미 한 차례 역자의 목소리로 바뀐다. 요약을 통해 독자의 시간을 절약하면서 보다 효율적으로 원문의 핵심을 독자들에게 전달하려 하고 있다.

이미지에 대해 취하는 입장이 각각 다르다.
이준행 ‘충격’, ‘경악’ 등의 단어가 언론사 내부에서 어떻게 재정의돼 쓰이는지를 강조하고 싶었다. 이런 단어들을 제목 말미에 달아 ‘보여줌으로써’ 그 의도가 뭔지 명확히 드러내고자 했다. 일반적인 제목으로 기사를 내보내는 게 아니라 ‘밤마다 하는 짓이 경악’ 같은 자극적 제목을 달았을 때 클릭 유입도 늘어나고 광고 수입도 늘어난다는 걸 알고 하는 작업들이니까, 그 노림수를 독자들도 뻔히 알고 있음을 전하고 싶었다. 실제로 광고 수입을 순순히 주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링크 클릭 시에 경고 창을 띄워 보여주기도 한다.
이승환 10년 전부터 재미있는 이미지, 속된 말로 ‘짤방’을 주로 활용해서 블로그를 운영했다. 사진의 역사, 페이스북에서 자주 공유되는 이미지의 예에서 통해 알 수 있듯이, 이미지는 텍스트보다 훨씬 힘이 강하다. ㅍㅍㅅㅅ 역시 이미지를 적재적소에 활용해 감동이나 재미를 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다만 그것이 글의 흐름을 방해하거나 독자를 압도해서는 곤란할 것이다.
이효석 기본적으로 뉴스페퍼민트는 기사가 너무 쉽게 소비되는 것을 경계한다. 이미지는 원초적인 수단이며 보다 짧은 시간에 보다 쉽게 더 강한 의미를 전달할 수 있다. 그러나 그만큼, 문자로 표현된 내용에 긍정적 또는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오늘날 대부분의 매체가 이미지를 사용하는 상황에서 이미지가 없는 매체가 하나 정도 있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미지가 꼭 필요한 기사들 – 대체로 도표들 – 의 경우에는 이를 포함한다.

세 매체의 공통점은 기획을 통해 기사를 만들거나 청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방식의 장점과 한계는 뭔가?
이준행 충격 고로케의 경우 콘텐츠를 비평하는 일종의 메타 콘텐츠다. 이것 또한 콘텐츠를 소비하는 또 다른 방식이자 의미를 만들어내는 생산 방식이다. 본래 매체비평은 저널리즘에서 꽤 큰 역할을 요구받아왔다. 한국의 경우 요즘 침체되어 있는데, 저널리즘의 위기가 거론되는 지금, 오히려 더 많은 비평이 필요하다.
이승환 ㅍㅍㅅㅅ는 편집진끼리 수시로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어떤 글을 올리면 좋을지 의견을 나눈다. 이를 통해 대선, 게임, 만화, 이렇게 세 차례 특집을 열기도 했다. 다만 편집진이 바쁠 때는 청탁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이미 쓴 글을 재가공해 올린다. 우려먹기라 비판할 수도 있겠으나, 많은 사람이 읽지 못한 좋은 글을 ㅍㅍㅅㅅ라는 플랫폼을 통해 널리 알리는 것도 큰 보람이다.
이효석 2차 언론으로서, 다른 언론의 기획들 중 훌륭한 글을 선택해서 전달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직접 취재를 하지 않는 현실에서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운영하면서 처음과 가장 큰 변화를 준 부분이 있다면 뭔가?
이준행 충격 고로케는 처음 만들었을 때부터 현재까지 초기의 형식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바뀐 부분이 있다면 낚시 제목 키워드가 더 늘어난 것이다. ‘입이 쩍’, ‘발칵’, ‘멘붕’ 같은 키워드는 새로 등장한 단어라 발빠르게 추가했다. ‘…가 화제다’에 집계되지 않기 위해 ‘…가 주목을 끌고 있다’ 로 바꿔 쓰는 곳도 있고, 심지어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집계되지 않기 위해 ‘한 온라인 커뮤티니’ 로 일부러 반복해서 오타를 내는 곳도 있다. 물론 다 잡아 집계한다.
이승환 인기를 끌기보다 신뢰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변했다. 처음에는 장난으로 시작한 일이지만 점점 영향력이 커짐을 느꼈다. 이에 발랄함을 잃지 않는 선에서, 글 하나를 편집할 때도 꼼꼼하게 보고 편집진 내부의 교차 체크를 강화했다.
이효석 독자들의 진지한 글에 대한 수요가 생각보다 크다. 초기에는 짧은 단신기사들을 다수 전달했지만, 점차 글의 수를 줄이고 의미가 있는 기사를 전달하고자 한다.
이승환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우리는 장난감을 만든다. 그중 일부가 세상을 바꾼다”라고 말했다. 아직 ㅍㅍㅅㅅ에 정해진 ‘엑시트 전략’은 없다. 이대로 유지하다 보면, 또 어딘가에서 즐거운 일과 기회가 열릴 거라고 생각한다. 요즘도 어떻게 하면 좀 더 재미있는 일을 할 수 있을지 머리를 굴리고 있다. 그 기반에는 물론 ㅍㅍㅅㅅ가 있다.
이효석 그 시점이 언제일지는, 적어도 매일 생각하고 있다.

    에디터
    정우영
    스탭
    일러스트레이터/이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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