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향우 좌향좌

국산차는 현대기아차, 연료는 경유, 수입차는 유럽차, 그 가운데서도 독일차. 쏠려도 너무 쏠렸다. 누구 탓일까.



최근 국내 자동차 시장의 통계를 살펴보면 두드러지는 특징이 있다. 쏠림 현상이다. 현대기아차의 점유율이 압도적이다. 지난 11월 기준 80퍼센트에 달한다. 남은 20퍼센트를 한국지엠과 르노삼성, 쌍용차가 나눈다. 판매 1~20위 가운덴 쉐보레 스파크와 쌍용 코란도 스포츠, 르노삼성 SM5를 빼면 전부 현대기아차다. 이게 상품성 때문이라고 단정 지을 순 없다. 영업소와 인력이 훨씬 더 많아서다. 예산이 많으니 마케팅도 공격적이다. 21세기 들어 현대기아차그룹과 나머지 업체 사이의 간극은 더욱 벌어졌다. 점유율이 쪼그라든 업체를 다룬 뉴스도 한몫했다. 소비자의 불안심리를 가중시켰다. 자연스레 판매가 더 쏠렸다.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국산차 내수 판매는 실질적으로 현대기아차 내부의 치열한 경쟁과 갈등으로 바뀌었다. 이 양상이 극단으로 치닫기도 한다. 영세 자영업자의 발로 사랑받는 현대 포터와 기아 봉고가 좋은 예다. 현재 판매 중인 국산차 가운데 유일한 1톤 트럭이다. 게다가 1톤 트럭 시장엔 수입차가 없다. 한마디로 ‘그들만의 리그’다.

최근 현대차는 봉고에만 있던 사륜구동 장치를 포터에도 챙겼다. 역할과 균형 나누기에마저 스스로 종지부를 찍은 셈이다. 독점 시장 내부에서 벌어지는 무한 경쟁이다. 그런데 내부적으론 치열하게 치고받되 모종의 방향성을 지닌다. 공동의 이익을 위해서는 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그 실질적 사례가 가격이다. 2001~2010년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32퍼센트였다. 반면 1톤 트럭의 가격 인상률은 현대 47퍼센트, 기아 54퍼센트에 달했다.

포터의 가격을 예로 들면, 2000년 7백84만원에서 2010년 1천2백20만원으로 올랐다. 봉고는 같은 시기 7백28만원에서 1천1백80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하지만 소비자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만약 대우(한국지엠)나 삼성(르노삼성) 자동차가 계속 1톤 트럭을 생산했다면 이런 상황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경상용차도 비슷한 경우다. 한국지엠의 다마스와 라보가 유일하다. 그런데 곧 단종될 예정이다. 내년 신차부터 적용되는 규제에 발맞추지 못해서다.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경쟁 업체가 있었다면 어떻게든 대책을 마련했을 거다. 독점 업체만 비난할 일도 아니다. 주어진 상황에서 이윤을 추구하는 건 기업의 본능적 생리다. 같은 이유로 이윤이 빠듯한 사업에서 발을 빼는 것 또한 경제 논리에 의한 선택이다. 문제는 독점 체제로 인해 불거지는 피해를 소비자만 떠안는다는 점이다. 대기업의 경영적 판단에 소비자가 개입할 방법은 마땅치 않다.

또 다른 형태의 쏠림도 있다. 이건 소비자 스스로의 선택이어서 더 심각하다. 최근 국내 자동차 시장의 화두는 디젤차다. 발화점은 수입차였다. 2008년 BMW코리아의 디젤 차종 판매는 9백 대였다. 이후 2009년 2천 대, 2010년 5천4백 대, 2011년 1만3천 대, 지난해엔 2만대마저 돌파했다. BMW 판매 중 디젤차의 비중 변화 또한 놀랍다. 2008년 10퍼센트로 시작해 2011년엔 53퍼센트였다. 지난해는 71퍼센트까지 치솟았다. BMW코리아만의 기현상은 아니다. 수입차 시장 전체를 휩쓴 유행이다. 올 상반기 수입차 시장에서 많이 팔린 10차종 가운데 디젤차가 7차종이었다. 지난달 이 순위에선 2차종 뺀 나머지 전부가 디젤차였다. 선두에는 폭스바겐이 있다. 폭스바겐코리아는 지난 11월 수입차 베스트셀링 카 10위 리스트에 티구안과 파사트, 골프, 제타 등 4차종의 이름을 올렸다. 그 밖에 BMW 520d와 520d x드라이브, 아우디 A6 3.0 TDI, 메르세데스-벤츠 E 220 CDI가 포함되었다. 가솔린은 미니 쿠퍼와 벤츠 E 300만 순위에 올랐다.

수입차 시장 전체의 디젤차 점유율 역시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지난달엔 65.3퍼센트까지 올라갔다. 지난 1~7월 누적 점유율은 60.3퍼센트. 지난해 같은 기간엔 48.8퍼센트로 채 절반이 안 되었다. 디젤차의 뜨거운 인기는 하반기로 이어졌다. 국내에 출시된 폭스바겐 골프와 벤츠 A클래스의 경우 100퍼센트 디젤 엔진만 얹었다. 한국수입차협회 윤대성 전무는 “21세기 초 환경문제가 부각되면서 디젤 엔진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은 친환경 동력원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가 디젤차를 주도적으로 들여오면서 소비자에게 ‘디젤차=친환경=첨단 기술’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상승효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업체의 전략적 마케팅 영향이 크다는 주장도 있다. 한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경기 침체로 유럽차 업체가 판로 찾기에 혈안이다. 그런데 디젤차 팔 곳이 마땅치 않다. 미국은 수요가 적다. 중국, 동남아시아는 연료 품질 문제로 언감생심이다. 한국은 디젤차를 소화해줄 희망의 땅이다”라고 밝혔다.

국산차도 디젤이 주목받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 신규 등록한 국내 승용차 가운데 디젤차가 지난해 상반기보다 21.7퍼센트 늘었다. 아직 국산 디젤차 가운덴 SUV의 비중이 절대적이다. 하지만 수입 디젤 세단과 해치백 판매가 급증하자 국산차 업계도 견제에 나섰다. 현대차는 아반떼와 K3에 디젤 엔진을 얹어 맞불을 놨다. 디젤차가 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소비자는 새삼 관심이 기운다. 너도 나도 디젤을 외치니 가솔린 고르기를 주저한다. 언론도 나팔수 역할을 자청한다. 디젤의 경제성을 강조한다. 소음과 진동이 개선됐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균형 잡힌 정보라고 보기는 어렵다. 단점은 외면했기 때문이다.

디젤차는 비싸다. 엔진 원가부터 높다. 점화장치 없이 압축만으로 폭발시켜야 하기 때문에 튼튼해야 한다. 떨림을 흡수하기 위한 장치도 필요하다. 기존 가솔린차에 디젤 엔진을 추가할 경우 밑바닥의 구조 설계까지 보강하기도 한다. 이 같은 비용이 가격에 반영된다. 주행이 많지 않을 경우 가솔린차와의 가격 차이를 연료비로 상쇄하지 못할 수도 있다. 게다가 최근 디젤차는 디젤 미립자 필터DPF를 단다. 이 장치는 주기적으로 배기가스를 거르는 촉매 쪽을 뜨겁게 달궈 분진을 태운다. 그런데 가까운 거리만 왔다 갔다 하는 차들은 이럴 기회를 찾기 못해 고장이 나기도 한다. 단거리 위주로 주행한다면 가솔린차가 더 나을 수 있다.

유럽차에 대한 맹신 또한 뿌리 깊다. 근거가 없지 않지만, 취향과 용도에 따라 더 좋은 궁합이 얼마든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수입차 시장의 유럽차 점유율은 지난 1~11월 기준 78.6퍼센트나 된다. 일본이 17.4, 미국이 8.3퍼센트다. 유럽차 중에서도 독일차가 압도적이다. 지난 1~11월 독일차의 점유율은 67.9퍼센트에 달한다. 2012년 같은 기간보다 25퍼센트 이상 늘어났다. 이처럼 급격한 쏠림 현상은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 환상을 가지고 접근했다가 실망해 돌아설 수 있기 때문이다. 세단에 대한 편식도 심하다. 오죽하면 왜건의 무덤이란 말까지 나왔다. 해치백의 경우는 좀 나은 편이다. 폭스바겐 골프나 기아 쏘울 등 일부 차종의 인기에 힘입어 편견이 많이 희석됐다. 하지만 여전히 세단의 비중이 절대적이다.

한국은 1988년 서울올림픽을 전후해 자동차의 대량보급(모터리제이션)이 막을 올렸다. 25년째다. 시장이 얼마나 성숙했는지를 다양성으로 가늠하면 아직도 설익은 셈이다. 편향된 시장을 직접적으로 바꿀 수 있는 주체는 소비자다. 자동차 업체의 마케팅이나 유행에 개의치 않고, 내가 원하는 차를 고를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소비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직접 보기 전까진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조차 모른다.” 스티브 잡스가 생전에 남긴 말이다. 곱씹어보면 답이 나온다. 다양한 차를 알아보고 겪어본 뒤 결정해도 늦지 않다는 거다.

소비자가 현명해질 때 자동차 업체는 긴장한다. 의도된 흐름을 조장해 소비를 유도하는 데 조심스러워하게 된다. 주관이 뚜렷한 여러 기호에 부응하기 위해 더 치열한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그 결과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그만큼 나와 딱 맞는 차를 만날 가능성도 늘어난다. 이 같은 선순환이 맞물려 다양성이 꽃핀다. 그 혜택은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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