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학의 手

울산 모비스 감독 유재학의 공격, 수비, 그리고 전술에 대하여.



공격적 유재학
유재학 감독은 포인트가드 출신답게 포인트가드를 고르는 안목이 까다롭다. 그렇다고 선수의 포지션에만 집착하진 않았다. 능력만 된다면 누구에게든 포인트가드의 임무를 맡겼다. 카를로스 윌리엄스, 조니 맥도웰, 크리스 윌리엄스 등은 외국인 선수지만 공격을 전개하는 가드 역할을 일정 부분 맡기도 했다. 특히 크리스 윌리엄스는 초창기 양동근의 발전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센터지만 시야가 넓고 패스를 잘하던 함지훈도 공격의 중심에 섰다. 2013~2014 시즌엔 신인 이대성이 그 계보를 잇고 있다. 아직 가다듬을 부분이 많지만, 유재학 감독은 이대성의 드리블과 공격 전개 능력을 높이 산다. 하지만 확고한 리더가 없을 땐 철저하게 계획된 공격 전술을 반복적으로 사용했다. 양동근이 입대하고 크리스 윌리엄스가 팀을 떠난 2008~2009 시즌이 대표적이었다. 철저하게 분업화된 농구로 정규리그를 평정했다. 유재학 감독은 만약 후보급 선수가 5명 있다면, 선수들의 수준이 낮은 것을 탓하기보다 후보급 선수들만으로 해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전술을 구상할 것이다.
다만, 그는 변수와 돌발 상황을 최대한 줄이려 한다. 그렇다 보니 선수들의 자유로운 움직임을 억압한다는 평도 있다. 김효범이 막 데뷔했을 때, 유재학 감독은 화려하고 1대 1 기술이 좋은 선수를 팀플레이에 가둬둔다는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김효범은 타 팀 이적 후 세 번째, 네 번째 공격수로 밀려났다. 유재학 감독이 김효범을 적절히 활용했다는 방증이다. 그보단 ‘한 방’이 필요한 박빙 승부에 다소 약점이 있다. 선수들의 움직임은 복잡하지만, 확실한 승부사가 없는 탓이다. 실제로 지난 시즌과 올 시즌 모비스는 1~3점 차로 승부가 결정된 경기에서 2승 8패에 그쳤다.
손대범([점프볼] 편집장)

수비적 유재학
유재학 감독은 화려한 플레이를 하다가 실책을 저질러도 크게 나무라지 않는다. 하지만 수비 실수를 저질렀을 때는 다르다. “왜 공격수를 끝까지 따라가지 않고 놓쳤느냐”, “집중력 있게 수비해라” 같은 원론적 이야기 대신, 자세한 움직임을 정확하게 짚어준다.
베이스라인을 봉쇄하는 전략은 유 감독의 꾀가 드러나는 대표적인 수비 전술로 꼽힌다. 상대가 2대 2 전술로 공격을 전개할 때, 모비스는 절대로 양쪽 베이스라인을 내주지 않는다. 대신 중앙으로 돌파를 유도한다. 도움수비의 효용을 높이기 위해서다. 아시아선수권에서도 대표팀은 이 방식으로 상대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제어했다. 그뿐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15일에 열린 부산 KT전. 유재학 감독은 외곽 위주의 공격을 펼치는 외국인 선수 앤서니 리처드슨의 한계를 놓치지 않았다. 그를 비롯한 상대편 슈터가 스크린을 받고 움직이면, 슈터와 스크리너의 수비수가 재빨리 자리를 맞바꿨다. KT의 외곽 시도 자체를 봉쇄하는 전술이었다. 이날 슈터 조성민은 단 5개의 슛을 시도하는 데 그쳤고, KT는 겨우 50점을 넣었다. 이렇듯 유재학 감독의 수비 전술은 상대에 따라 다양하다.
선수 입장에선 이런 복잡한 수비전술을 소화하는 게 어려울 수 있다. 자연히 유재학 감독은 수비력과 농구 아이큐, 이타적 심성을 겸비한 선수를 선호한다. 그는 “새로 준비한 수비전술이 적중했을 때 최고의 희열을 느낀다. 수비는 수치화되지 않는 정신력”이라고 말한다. 모비스 훈련장 벽면에 쓰인 ‘Defence’란 문구가 더욱 섬뜩하게 들리는 이유다.
조현일([루키] 편집장)

관리자 유재학
모비스는 지난해 신인 포인트가드 김시래를 잃었다. 하지만 올해는 이대성이 나왔다. 모비스 주축 선수들은 첫 시즌부터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았다. 함지훈은 1라운드 마지막 순번으로 지명 받았지만 부상 전까지 경기당 평균 16.1점, 5.8리바운드로 유력한 신인왕 후보로 거론되었다. 양동근은 11.5득점, 5.2도움으로 신인왕을 받았다. 한국 프로농구란 특수한 환경에서 신인을 활용하는 것은 팀 운용에 큰 도움이 된다. 타 종목과 달리 프로농구엔 거의 모든 선수가 대학 졸업 후 입단한다. 국제대회 경쟁력이 떨어져 병역 면제 확률도 낮다. 5년 후엔 FA가 된다. 야구는 대졸 선수의 경우 8년을 뛰어야 FA가 된다. 선수를 장기적으로 키우는 건 비효율적이다. 오히려 장점이 확실한 선수는 부족한 부분이 있더라도 빨리 경기에 투입해 잘하는 부분을 최적화시키는 편이 낫다. 양동근, 함지훈, 이대성 모두 애초에 단점이 뚜렷했다. 양동근은 신인 시절 ‘키 작은 포워드’라는 비판이 있을 정도로 리딩에 의문이 남았고, 함지훈은 운동능력이 부족했다. 이대성 역시 화려하지만 안정적이진 않다.
유재학 감독에 대한 오해는 조직력만 강조한다는 점이다. 과연 그가 준비된 작전에 선수를 대입하는 식의 조직력만 강조했다면 신인 시절 김시래나 이대성은 이미 팀의 중심인 양동근에게 포인트가드 자리를 내주거나 벤치에 앉았을 것이고, 김민구는 아시아선수권에서 그렇게 3점 슛을 펑펑 던지지 못했을 것이다. 그보다 유재학 감독은 선수의 장단점을 잘 파악해 적절한 조직을 구성하는 감독에 가깝다. 사실상 모비스는 이미 완성된 팀이다. 한두 명의 신인이 자기 식으로 신나게 뛴다고 해서 와해될 팀이 아니다. 모비스엔 한 팀에서 오래 뛴 선수가 많다. 양동근, 함지훈은 물론이고 벤치의 박구영, 천대현, 김종근 등은 모두 모비스에서 데뷔한 지 5년이 넘은 선수들이다. 문태영을 제외하곤 대형 FA 영입도 없었다. 조직력은 처음 보는 선수들을 감독 맘대로 훈련시켜 만드는 것이 아니다. 조직에 익숙한 선수는 꾸준히 지키며, 새로운 선수의 장점은 재빨리 극대화할 때 생기는 것이다.
에디터/ 유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