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세의 끝

<Beyonce>는 최소한 발매 후 며칠 동안은 미지의 음악이었다. 유튜브에도 없고, 스트리밍 서비스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비욘세는 신보 [Beyonce]에서 작곡가, 영상 감독 을 비롯한 동시대 최고의 실력자들을 완전히 통제한다. 그 권위는 무대, 음악, 비디오, 마케팅을 넘나들지만 시작점이 음악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달리 말하면 음반을 듣는 것만으로도 이미 창작의 정점에 오른 비욘세의 진가를 확인하기에 충분하다.

비교적 신진 프로듀서인 아모Ammo와 신스팝 음악가 캐롤라인 폴라첵의 곡은 물론 힙합과 알앤비 시장의 큰손인 퍼렐 윌리엄스와 팀버랜드의 ‘Blow’, ‘Partition’, ‘Rocket’에서조차 작곡가 개인의 특징은 두드러지지 않는다. 그보단 비욘세의 존재감이 앞선다. 그녀는 전곡의 작사, 작곡 참여는 물론 드레이크와 프랭크 오션이 참여한 ‘Mine’과 ‘Superpower’를 제외하곤 모든 곡에 공동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렸다. 완성도가 보장된 프로듀서들의 곡에 효과적으로 자신의 색을 투영한 것이다. 음반 이름인 [Beyonce]가 이제껏 쌓아놓은 내공을 폭발시키겠다는 선언처럼 들릴 정도다.

음반은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을 유지하며 진행된다. 멜로디가 돋보이는 팝 ‘Pretty Hurts’, 트랩에 가까운 ‘Drunk in Love’와 ‘***Flawless’, 복고적인 ‘Blow’ 등 다양한 곡이 번갈아 등장하지만 산만하지 않다. 비욘세의 힘 있는 보컬 역시 여느 때보다 일정하고 견고하다. 그리고 이 모든 요소에 방점을 찍는 것은 비욘세의 자기애, 그녀의 표현대로라면 ‘모던 데이 페미니스트’의 정서가 녹아 있는 가사다. 정확히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그것이 정치적으로 올바른지 따지는 일은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비욘세는 마이클 잭슨이 강한 통제력을 발휘하며 [Bad]와 [Dangerous]를 통해 이뤄낸 ‘토털 엔터테인먼트’의 장관을 짜릿하게 재현해냈다. 남성훈(웹진 [리드머] 부편집장)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스텔스 폭격기를 모르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이제 음악계에서 ‘스텔스 발매’라는 용어를 쓰기 시작했다. [Beyonce]처럼 사전 홍보 없이 갑자기 앨범을 발표하는 방식이다. 비욘세가 처음은 아니다. 어느 날 갑자기 홈페이지에서 판매를 시작하며 큰 파장을 몰고 왔던 라디오헤드의 [In Rainbows]를 비롯해 지난해 발매된 데이비드 보위,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 카니예 웨스트의 신작도 사전 홍보나 예고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Beyonce]를 제외하곤 발매 직전 최소한의 보도 자료나 예고 정도는 존재했다.

다국적 음반사에서 일한 개인적 경험을 돌이켜보면, 중역부터 신입사원까지 대부분의 음반사 직원들은 새 음반을 먼저 들을 때면 늘 흥분하곤 했다. 회의장에선 자발적인 박수가 곧잘 터져 나왔다. 남들이 아직 접하지 못한 음악을 듣는 특권을 누리는 사람들은 그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더 많이 전파하고 싶어 한다. 비욘세의 새 음반 발매 전략은 바로 그런 심리에 기인한다.

발매 날짜를 미리 정해놓거나 오프라인 입고에 맞춰 음반을 미리 제작할 경우, 정보가 중간에 새거나 음악 이 유출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요즘은 음원과 유통망만 있으면 스텔스기 폭격하듯 전자기기에 새 음악을 투하할 수 있다. 미국의 최대 유통업체 아마존과 타겟은 [Beyonce]의 갑작스러운 발매 직후 비욘세의 음반을 판매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이미 아이튠즈를 통해 수십만 장이 다운로드된 뒤였다.

이를테면 [Beyonce]는 최소한 발매 후 며칠 동안은 미지의 음악이었다. 유튜브에도 없고, 스트리밍 서비스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음원을 산 사람들은 주변에 그 소식을 알리기 시작했다. 음원뿐만 아니라 비디오도 있었다. 비욘세는 음악적 혁신을 이끈 뮤지션은 아니지만, 음악계에서 여성의 미적 관점을 바꿔놓는 데 큰 역할을 한 ‘엔터테이너’다. 음악적으로만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배우, 모델 등의 활동을 통해 많은 이들의 롤모델 역할을 해왔다. 구매자들은 무려 17편이나 되는 비디오가 궁금해서라도 기꺼이 음반 전체를 다운로드받았을 것이다.

물론 음악과 비디오가 형편없었다면 이런 발매 방식은 통하지 않았을 것이다. 비욘세 자신만의 레이블 설립, 매니저였던 아버지로부터의 독립 역시 이 은밀한 전략의 성공 요인으로 꼽을 만하다. 그녀가 몸담았던 데스티니스 차일드의 곡명처럼 ‘Independent Woman’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김영혁([김밥레코즈] 대표)

영상이 음악보다 더 많다. 뮤직비디오 참여진 목록조차 영상으로 만들었다. 한 곡씩 순차적으로 뮤직비디오를 공개하며 음악을 환기시키는 게 아니라, 음악과 동등한 위치로 음반에 실었다. 아이튠즈에도, 실제 음반 표지에도 ‘음악+영상’이라든가 ‘CD+α’ 같은 표기는 없다. 아예 음반 자체가 음악과 영상으로 구성된 형태다.

비욘세는 전작 [4]에서 이미 베이비페이스, 카니예 웨스트 같은 유명 프로듀서들의 곡을 자기 식대로 주무르며 음악감독으로서의 역량을 확인시킨 적이 있다. 사진도 알앤비 뮤지션의 음반 커버라기보다 패션지 화보에 가까울 정도로 힘을 줬다. 이번엔 음악, 사진을 넘어 영상으로 비슷한 욕심을 냈다. ‘Crazy in Love’, ‘Single Ladies’를 찍은 오랜 동료 제이크 나바, 90년대 초부터 수많은 힙합과 알앤비 뮤직비디오를 촬영한 하이프 윌리엄스를 비롯해 마돈나, 메탈리카, 레이디 가가, 폴 매카트니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주류 팝 신에서 활약해온 영상감독 조나스 애커룬드까지 불러 모았다. ‘Rocket’, ‘Heaven’, ‘Blue’엔 비욘세 자신이 공동 감독으로 이름을 올렸다. 커버 역시 새로운 사진 대신 뮤직비디오의 장면을 사용하며 영상을 강조했다.

단, 욕심의 형태는 비슷해도 지향점은 달라 보인다. [4]에 이어 [Beyonce]에서도 비욘세는 훌륭한 음악 감독이다. 작곡가가 누구든 모든 노래가 ‘비욘세화’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것이 [4]에서 이미 이뤄낸 성취라면, 이번엔 한 단계 더 나아갔다. 음반의 기승전결이 확실하다. 배우 하비 카이틀과의 문답으로 시작해 딸 블루 아이비의 목소리가 등장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드라마가 존재한다. 하지만 뮤직비디오 속 비욘세의 모습은 모두 제각각이다. 17개의 뮤직비디오 모두 콘셉트가 확연히 다르다. 보여주고 싶었던 모습이 열넷이란 곡수보다 많았는지 ‘Haunted’는 ‘Ghost’와 ‘Haunted’로, ‘Partition’은 ‘Yonce’와 ‘Partition’으로 쪼개 두 개의 비디오를 추가시키기도 했다. 음악적으론 충분히 한 세트로 들리는 음반이지만, 뮤직비디오를 하나씩 보다 보면 그런 일관적인 흐름을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

그렇다고 그런 개별적 연출을 실패라고 말하긴 어렵다. 비욘세는 이미 최고의 프로듀서들의 곡을 입맛대로 조정하는 위치에 있다. 영상이라고 그렇게 못해낼 리가 없다. 대신 그녀는 조심스러운 길을 택했다. 형광색이 두드러지는 ‘Blow’는 하이프 윌리엄스, 괴기스러운 ‘Haunted’는 충분히 조나스 애커룬드의 영상처럼 보인다. 거기서 비욘세는 원하는 이미지를 드러내는 배우의 역할에 충실했다. 지금까지의 비욘세의 음악적 행보가 꼭 그랬다. 그녀의 야망은 데스티니스 차일드 시절부터 번뜩였지만, 한 번에 모든 일을 해내려 하지 않았다. 알앤비 그룹의 리드 보컬에서 솔로 뮤지션, 배우, 자전적 보컬리스트, 음악감독에 이르기까지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올랐다. 비욘세는 2005년부터 자신이 깨어 있는 모든 순간을 촬영하는 영상감독을 고용했다. 지난해엔 다큐멘터리 [Life Is But a Dream]를 스스로 감독하고 제작했다. 그리고 비주얼 음반 [Beyonce]가 나왔다. 그녀가 다음 음반에 모든 뮤직비디오를 감독한다거나, 음악 관련 영화를 만든다고 해도 놀랄 일은 아니다. 에디터/ 유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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