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눈은 검고도 맑구나



겨울엔 해가 짧아서 그런지 여행도 짧게 끝난다. 누구에게 권할 때도 근교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 먼저 북쪽, 연천으로 가면 신탄리역 조금 지나 역고드름이 있다. 경원선 폐 터널 중 하나에 장쾌한 고드름이 열리는데, 아래서 솟는 몽글몽글한 것들과 위에서 내리꽂는 뾰족한 것들이 어우러지는 장관이 시릴 만큼 아름답다. 그런가 하면 눈 쌓인 철원평야로는 올해도 두루미들이 날아왔다. 저만치 보이는 두루미들의 느린 걸음을 보고 있노라면, 한 해의 시작과 끝을 가르는 시간도 그렇게도 평화롭다. 이번엔 남동쪽. 지도로 보면 광주와 이천과 용인은 삼각형을 그리는데 그 가운데쯤 되는 광주시 도척면엔 국내 최대 규모로 광물 원석과 화석을 취급하는 석보코리아가 있다. 거기서 만나는 지구의 기이한 비밀들은 그야말로 뜻밖의 광채로 가득하다. 새로 생긴 인천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에 들러 색색깔 톰 브라운 이월상품을 구경했다면, 백자다운 백자를 굽는 이영호 선생의 유산요에 들러 눈을 씻어도 볼 일이다. 그렇게 짧은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는 올겨울 길종상가의 히트 상품인 일력 한 장을 잘 뜯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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