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리치 니치

2014.02.07GQ

생경한 발음, 복잡한 사연을 가진 향수가 점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1. BERGAMOT 발레를 전공한 프란시스 커정은 장 폴 고티에의 향수 르 말을 만들어 조향사로 이름을 알렸다. 아쿠아 디 파르마의 아이리스 노빌레, 랑방의 루머, 나르시소 로드리게즈의 포 허 등 반향을 일으켰던 향수엔 다 그의 이름이 따랐다. 우리나라에선 편집매장에서만 종종 그의 향수를 볼 수 있었는데, 최근 국내에 공식 론칭했다. 회색 아연 뚜껑과 말끔하고 각진 병은 파리의 풍경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맑고 청명한 향 아쿠아 유니버설 23만원(70ml), 메종 프란시스 커정.

2. OUD 대부분의 니치 향수가 프랑스 출신이지만, 바이레도는 스톡홀름 출신이다. 프로농구 선수였던 벤 고햄은 ‘향기에 의해’란 뜻으로 브랜드 이름을 바이레도라 정했다. 단순한 혼합 방식으로 진한 향을 만드는 바이레도에는 오드 트왈렛은 없고, 오드 퍼퓸만 있다. 퍼퓸이어도 한 번에 확 쏘는 대신 은은한 잔향이 오래간다. 라 튤립, 집시 워터, M/M파리와 협업한 잉크, 이네스&비누드와 협업한 1996 등 시적인 이름과 묵직한 우디 향으로 유명하다. 어코드 우드 32만원(100ml), 바이레도 by 마이분.

3. MUSK 프레데릭 말은 향수에 ‘에디팅’을 시도했다. 선별한 여러 명의 조향사에게 고전문학처럼 오래가는 향을 제작 금액이나 마케팅에 관계없이 마음껏 만들게 하고, 병에 서명을 넣어 그 향에 관한 책임을 부여했다. 조향사들 중엔 조향사 가문에서 태어난 장 클로드 엘레나, 20년 동안 겔랑에서 향수 컨설턴트로 일한 에두아르 플레시에 등이 있다. 그중 모리스 루셀은 자극적이고 치밀한 향을 만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머스크와 매춘을 결합한 단어 뮤스크를 쓴 관능적인 향, 뮤스크 라바줴 32만3천원(100ml), 에디션 드 퍼퓸 프레데릭 말.

4. CITRUS 아닉 구탈은 피아니스트이자 모델이었던 아닉 구탈이 프랑스 그라스에서 조향사로 일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장미향 여자 향수로 명성을 얻었지만, 그녀의 딸 카밀 구탈이 최근 ‘신사의 물’이란 뜻을 가진 남자 향수 오 드 무슈를 내놓으면서, 시트러스 계열 중 단연 으뜸이란 소릴 듣고 있다. 만다린과 베르가모트, 민트, 노간주나무 향이 섞인 향은 탑이니 미들 노트니 할 것 없이 시종일관 가볍고 은은하다. 오 드 무슈 20만2천원(100ml), 아닉 구탈.

5. GINGER 에따 리브르 도랑쥬는 재스민과 담배 향을 섞거나 유혹하는 남자의 손을 뿌리치지 못하는 여자의 향, 호텔 창녀의 향처럼 향수에 유머와 위트를 담았다. 그중 틸다 스윈튼과 협업한 향수 라이크 디스는 집에서 나는 여러 가지 향을 표현했다. 나무 탁자에서 나는 진저 향, 갖 구은 빵이나 비 내린 후의 나무 향 등이 뒤섞여 아릿하고 오묘한 향이 난다. 라이크 디스 x 틸다 스윈튼 가격 미정, 에타 리브르 도랑쥬 by 메종 드 파팡.

    에디터
    김경민
    포토그래퍼
    이신구
    스탭
    어시스턴트 / 남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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