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어야 사는 프로그램



O’live <테이스티로드>
첫 방송은 2010년, 박수진과 김성은 두 MC 체제로 프로그램 색깔을 굳힌 건 2012년부터다. ‘6시 정보 프로그램’식 음식 방송의 틀을 깨고, 블로그 스타일의 맛집 소개를 TV 화면으로 옮겼다. 그간 맛집 소개 방송은 웬만한 여자들의 구미에 맞추기엔 항상 한 박자 느렸는데, <테이스티로드>는 ‘트렌디’하다는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맛집 선정이 빠릿빠릿하다. 날씬하고 예쁜 여배우 두 명의 호들갑, DSLR 카메라로 찍은 아스라한 영상, 양식과 디저트로 집중된 식당 선정은 목표한 시청자 층에게 소구하는 확실한 무기다. 위스키를 마신 뒤 오만상을 지푸리고, 입맛에 안 맞는 음식은 먹지 않는 MC의 태도조차도 <테이스티로드> 타깃 층에게는 오히려 공감의 정보다. <테이스티로드>의 최고 미덕은 두 MC가 가장 자주 하는 말 한마디로 압축할 수 있다. “이거 느낌 있다.” 그 느낌을 모르는 사람들은 이 프로그램에서 빈 껍데기만 얻어갈지도 모른다. 2014년 첫 방송을 시작하면서 MC 김성은이 “앞으론 음식 공부 좀 해야 될 것 같다”고 말했지만, 글쎄. 이 프로그램이 음식 비평의 색깔을 덧입는 순간, 매력이 떨어질지도 모른다.

Y-STAR <식신로드>
2010년에 첫 방송을 시작한 케이블계 맛집 프로그램의 왕좌. 지상파 프로그램이 맛집을 소개하는 익숙한 패턴과 정준하라는 캐릭터가 서로의 단점을 묘하게 보완하는 프로그램이다. <테이스티로드> 시청 층과는 교집합이 거의 없는, 6시 정보 프로그램을 즐겨 보는 시청자를 끌어안는 구성이다. 그렇다 보니 후루룩 쩝쩝 음식을 먹는 모습, 맛에 감탄하는 모습에 집중한다. 한 회에 두 군데 맛집을 찾다 보니 먹는 모습, 소위 말하는 ‘먹방’ 장면이 지나치게 늘어지는 기분이다. 이건 소개하는 식당이 충분히 새롭지 않고, 새로 문을 연 곳이 자주 등장하며, 오가는 이야기는 내용이 헐겁기 때문이기도 할 테다. 음식에 집중하는 것도, 초대 손님에 집중하는 것도 아니라서 몰입도가 떨어진다. 반복되는 식사 장면의 허전함을 채우기 위해 경쾌한 배경음악을 깔아봐도…. 현영과 박지윤 아나운서처럼 말로 공기를 채우는 MC의 빈자리도 아쉽다. 그보다 더 확실한 해결책은 진짜 할 말이 많은 제대로 된 맛집을 찾는 것이겠지만.

EBS <최고의 요리비결>
화면도 구성도 요즘의 경향과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일단 틀어놓으면 재미가 있다. 셰프가 스튜디오에서 요리하는 과정을 꾸밈없이 정확하고 무심하게 촬영한 것뿐인데…. MC가 농담을 던지지 않아도, 요란한 초대 손님이 등장하지 않아도, 먹고 난 뒤의 ‘리액션’을 찍지 않아도 30분이 꽉 찬다. 작가나 유명인의 입을 거치지 않고 셰프가 직접 하는 말은 그 정도의 힘이 있다. 전문가들의 몸에 밴 요리 비법을 줍는 재미와, 소파에 가만히 누워서 요리의 기본기를 다지는 기분은 이 프로그램이 12년간 장수한 가장 큰 비결이다. 일주일마다 한 명의 셰프가 나와, 매일매일 요리를 하는 똑 떨어지는 형식도 한몫했다. 호텔 셰프, 중식 요리왕, 한식 연구가 등 지금 뜨거운 셰프들을 불러 모으는 캐스팅 능력도 상당하다. 맛집이 나오지 않아도, 맛집보다 더 확실한 맛을 보여주는 셈이다. 지난 4년간 MC를 맡았던 박수홍의 뒤를 이어 윤형빈이 사회를 보는데, 좀 더 요리에 대해 맞장구를 칠 수 있는 MC였다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MBC <찾아라! 맛있는 TV>
토요일 점심시간을 점령하던 이 프로그램의 전성기를 기억한다. 당시 이 프로그램에 나오는 맛집 정보는 독보적이었다. 오랜만에 다시 찾아본 <찾아라! 맛있는 TV>는 MC부터 구성까지 확 바뀌었다. ‘더 맛’, ‘솥단지’라는 세부 코너로 나뉘었다. 특히 ‘더 맛’ 코너는 초소형 카메라로 잘 알려진 유명 맛집을 전문가 3인이 몰래 가서 평가하는 꽤 도발적인 기획이다. 주제에 따라 매번 바뀌는 전문가 구성도 납득이 가고, 평도 하나같이 날카롭다. 전체 50분 중 평균 30분 정도를 차지할 만큼 무게가 기우는 코너다. 문제는 이 코너의 색깔이 소개인지 비평인지 좀 애매하고, 전체 프로그램에 스며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뒤를 잇는 ‘솥단지’ 코너는 양희은과 김호진이 지방을 도는 정겨움이 돋보이지만 ‘더 맛’과 잘 붙지는 않는다. VCR을 보는 스튜디오의 MC들도 부러워해야 할지, 비평 프로그램처럼 심각한 표정을 지어야 할지 종종 헷갈려한다. 시청자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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