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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랬을까? -2

2014.02.20GQ

한국 수입차 시장의 2013년 통계를 뒤져봤다. 한국이 유난히 선호하는 모델도, 도저히 극복할 수 없을 것 같은
한계도 너무 잘 보였다. 흔치 않은 차를 가진 몇 명의 멋쟁이도, 의외로 선전한 자동차도 있었다.

참 안 팔린 차

1위) 지프 랭글러 사하라 (5천3백70만원) 5천70만원인 루비콘보다 3백만원 비싸다. 제원성능은 정확히 일치한다. 대신 사하라에는 내비게이션과 가죽 시트, 열선 등을 더했고, 지붕의 색이 차체와 같다. 전통과 고집이야말로 지프의 매력인데, 그렇다면 결국 정통의 루비콘으로 수렴하는 게 사람 마음 아니었을까?

2위) 크라이슬러 300C SRT8 (8천1백50만원) 굳이 고성능 300C를 가져야 하는 근거 또한 빈약하다. 하지만 크라이슬러도 모르는 바 아닐 것이다. 그러니 많이 팔기 위한 모델이라기보다, 크라이슬러 자체의 이미지 제고를 위한 모델이라고 해석하는 게 옳다. SRT 엔진의 그 힘이야말로 화끈하니까.

3위) 포드 포커스 (2천9백90만~3천5백50만원) 코롤라와 비슷한 맥락이 있다. 비슷한 가격에서 선택할 수 있는 강력한 대안이 여럿 있다. 실은 너무나 많다.

4위) 토요타 코롤라 (2천5백90~2천9백90만원) 상대적으로 젊은 토요타 세단이라는 걸 감안했을 때, 폭스바겐 골프나 제타 대신 코롤라를 선택해야 하는 이유가 희박하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라는 점에선 골프와 같지만, 한국 수입차 시장에서의 설득력은 떨어졌다. 합리적이고 단아한 세단이지만 멋스럽진 않아서…. 결국 가격과 이미지다.

5위) 폭스바겐 투아렉 4.2 TDI (1억 8백80만원) 한국에서 형성된 브랜드 이미지가 배경이라면, 포르쉐 카이엔의 인기에 역풍을 맞았다고 보는 게 맞다. 배기량이 같은 카이엔 S 디젤이 1억 8백70만원, 3.0리터 디젤 엔진을 쓰는 카이엔 디젤은 8천8백만원이니까. 카이엔이야말로 자주 눈에 띈다. 흔하게 여겨질 만큼.

희비가 엇갈리는 이런 순위

1위 롤스로이스 30대
2위 벤틀리 164대
3위 캐딜락 300대
4위 시트로엥 476대
5위 피아트 507대

이 순위에는 대수는 적지만 충분히 팔린 브랜드와 참 힘들게 한 해를 버틴 브랜드가 섞여 있다. 롤스로이스는 30대 팔렸다. 적은 대수가 아니다. 2012년에는 27대였다. 올해는 고스트(3억 9천9백~4억 7천4백만원)만 27대 팔렸다. 지금 한국에서 롤스로이스 이상의 모델을 생각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롤스로이스는 성장하고 있다. 벤틀리는 2012년보다 29대나 더 팔았다. 기존의 W12기통보다 아주 약간 겸손한 V8엔진 컨티넨탈 GT(2억 3천3백만원)가 그중 61대나 된다. 이 둘은 명백한 성장세에 있는 브랜드다. 하지만 신차가 없었던 캐딜락, 아직은 낯선 시트로엥의 프랑스 감성, 끝까지 가격이 문제였던 피아트는 공격적인 마케팅 와중에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 와중에 시트로엥은 2012년 255대에 비해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였지만…. 피아트 500은 299대, 500C는 121대, 프리몬트는 87대 팔렸다. 역시, 가격이야말로 최고의 마케팅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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