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꿈이 아니다




세계문학전집의 유행과 더불어 수년간 띠지에서 봐온 ‘최초’ 발간, ‘새로운’ 번역, ‘현대적인’ 디자인 등의 수식에 기대는 권위는 이 시리즈에 없다. ‘제안들’ 시리즈는 삶의 빛이 아니라 “덫”이라고, 우선 제안하지만 “우리 시대의 취향인지 확신하기는 어렵다”고 편집자는 말한다. 처음 나온 세 권은 환한 대낮의 상상력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각각 꿈, 살인, 시의 불가능을 끌어들인다. 삶을 되돌아보고 깨치고 뻗어 나가게 한다는 문학의 득세로부터 불온한 문학을 밀어붙인다는 건 맑게 갠 날 우산을 파는 것일지 모른다. 하지만 가지런하지 않은 삶의 배열에서 소나기가 닥쳤을 때 당황하지 않는 사람은 우산을 가진 사람일 것이다. 더 뺄 것 없이 간결한 디자인과 가독성을 더한 책은 들고 다니면 짐이 아니라 가방만큼 풍요로운 물건일 것 같다. 제안의 시작은 프란츠 카프카의 꿈과 관련된 서술을 모은 <꿈>이다. 카프카는 꿈같은 얘기를 꿈이 아니라고 납득시키는 작품을 쓴 작가다. 상상력을 다루는 예술가에게 이만한 상찬이 있을까 싶은데, 곧 ‘제안들’ 시리즈에 건네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번역자의 사유와 개성이 잘 드러나는 탁월한 번역 후기까지 꼼꼼하게 챙겨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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