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코 크리즈노 <Blou Denim Fitzcarraldo>

어디서든 주변을 둘러보면 “이상하고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지는” 게 남아프리카 공화국이라고 그는 말한다. 더군다나 ‘카루’라고 불리는 사막 지대에서 자랐다. 소재만큼 사진가를 편안하게 만드는 것도 없을 텐데, 사진이 소재를 감싸 안아서 결국 안 보이는 게 사진가의 재능이라는 생각을, 그의 사진을 곰곰이 보면서 한다. 니코 크리즈노의 피사체는 운동한다. 움직이는 대상의 순간을 담는 것만이 사진의 운동성 같지 않다. 멈춰있지만 운동할 수 있다. 가만히 있는 의자가 불타는 풍경은 어떤가. 곰팡이가 핀 옷은. 반쯤 들이킨 물 잔은. 타이어는 아무리 꼼짝없이 서있어도 움직일 것 같다. 결정적인 순간만이 아니라 사적인 순간의 밀도가 있다. 석판으로 뜬 이 단출한 사진집의 제목은 [Blou Denim Fitzcarraldo]다. 헤어조크의 저 유명한 분신 (클라우스 킨스키가 연기했던)피츠카랄도가 흰색 수트 말고 데님을 입고 나오는 장면이 있었나. 잘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피츠카랄도가 추구했던, 신비에 가까워지기 위한 현실의 악전고투는 니코 크리즈노의 유머 감각과 어울린다. 아무렴, 제대로 일 하려면 흰 색 수트 보다는 청바지가 낫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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