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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 OF THE MONTH

2014.03.07GQ

이달, 보기만 해도 가슴 떨리는 자동차들. 그리고 단 한 대를 위한 영예. 3월엔 BMW 220d M 스포트 패키지다.

엔진 직렬 4기통 직분사 디젤 배기량 1,995cc 변속기 자동 8단 구동방식 후륜구동 최고출력 184마력 최대토크 38.8kg.m 공인연비 리터당 16.7킬로미터 가격 3월 6일 공개 예정

BMW 220d M 스포트 패키지
어떤 차는 운전석에 앉는 순간 성격을 짐작할 수 있다. 그 차를 타고 한강을 건너고, 일부러 산길을 타고, 내친김에 고속도로까지 달려보기도 했다. 그러는 중, 운전석에서의 첫인상이 적중했다는 걸 몸으로 확인하는 과정의 쾌감도 상당했다. 자동차가 주는 재미 중 하나는, ‘마음먹은 대로 딱 내 몸 같은’ 움직임을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하니까. BMW처럼 정직하고 즉각적인 자동차라면, 2시리즈처럼 직설적인 성격의 차라면 더욱 그렇다. 아주 작고 사소한 요소로부터도 차량 전체의 성격을 유추할 수 있다.
220d의 운전석은 그 자체로 바짝 긴장돼 있었다. 엉덩이는 도로에 가까웠고, 허리는 시트에 결박된 것 같았다. 아직 시동을 걸기 전이었다. 그래도 이 차가 어떤 성격으로 달릴 수 있을지를 예상하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운전 자체에 재미를 느끼는 당신이라면, 바로 이 순간부터 BMW 220d의 운전을 시작한 거나 다름없을 것이다.

1,995cc 직렬 4기통 직분사 디젤 엔진은 이미 익숙하다. 한국 시장 부동의 베스트셀러 520d에 쓰였던 그 엔진이 맞다. 520d는 나무랄 데 없는 세단이었다. 디젤 엔진에 대한 편견을 본격적으로 박살냈던 것도, 리터당 16.9킬로미터의 연비로 새로운 기원을 열었던 것도, 그 와중에 BMW 본연의 날카로움을 웅변했던 것도 520d였다. 시장의 응답은 과연 합리적이었다. 같은 엔진이 220d의 보닛 안에 들어 있다. 같은 힘으로 훨씬 작은 차체를 움직인다는 뜻이다. 전장은 520d보다 약 50센티미터 짧다. 폭은 약 12센티미터 좁다. 높이는 5센티미터 낮다. 무게는 255킬로그램 가볍다. 엔진 자체의 최고출력과 최대토크가 같다 해도, 그 날렵함의 정도가 다르다는 걸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수치다. 엉덩이가 도로에 가까운 만큼, 허리가 시트에 밀착된 정도에서 느껴지는 일체감만큼 220d는 움직일 수 있다. 게다가 같은체급에서는 흔치 않은 후륜구동이다.

그래서 질문 하나. 대체 운전석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의 조건은 뭘까? 시속 100킬로미터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단 4.2초인 어떤 스포츠카를 타는 재미도 있다. 전통의 SUV를 타고 오프로드를 주파하는 데도 물론. 독일차처럼 꽉 조인 감각, 영국차처럼
위트 있는 감각에도 각각의 재미가 있다. 220d가 극단적인 성능을 과시하는 차는 아니다. 하지만 그 개성 그대로, 어쩌면 가장 담백한 방법으로 재미를 추구하는 차다. 그런 고집이 안팎으로 충실하게 구현됐고, 2도어 쿠페의 정석을 밀어붙여 출시한 정교함 역시 멋지다. 재미와 멋을 갖춘 BMW 쿠페다. …더 필요한 설명이 있을까?

시트가 허리를 잡아주는 정도에서 운전감각을 유추하듯, 어떤 차는 손아귀에 핸들이 들어오는 정도로도 짐작할 수 있는 바가 있다. 220d의 핸들은 과연 듬직하다. 꽉 쥐었을 때 눌리는 정도, 손아귀에 꽉 차는 감각에도 신뢰가 생긴다면 과장일까? 인테리어의 다른 요소들은 요즘 BMW의 디자인 언어를 그대로 따른다. 운전자 중심의 선 처리, 단정하고 효율적인 모니터, 그 안에서 한층 빨라진 반응 속도 역시.

THE COMPLETE BMW LINE UP
이제, BMW의 모든 라인업이 완성됐다. 2시리즈의 출시가 마지막 퍼즐을 채웠다. 귀엽고 당찬 해치백 1시리즈부터, 명실상부한 BMW의 기함 7시리즈까지. 한국에서 모든 BMW를 당신의 위시리스트에 올려놓을 수 있다는 건 BMW가 2014년에 비로소 이뤄낸 성취이기도 할 것이다. 이 라인업 안에 인생과 시간, 멋과 여유, 고집과 철학이 다 들어 있다. 이게 다가 아니다. BMW는 오는 상반기에는 전기차 i3, 하반기에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슈퍼카 i8 쿠페를 출시할 예정이다. 다 가질 순 없지만…. 듣기만 해도, 왠지 배가 다 불러오는 소식.

M 스포트 패키지의 존재 이유
M은 BMW의 고성능 브랜드다. M 스포트 패키지는 뼛속부터 M은 아니되, 겉에서 볼 땐 M처럼 보이도록 꾸며주는 패키지다. ‘M도 아닌데 그렇게 보이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안개등 대신 큼직한 그릴이 생겨 공격적인 범퍼, 날렵하고 멋스러워서 M 특유의 브레이크 캘리퍼가 그대로 보이는 휠, 그대로 바람이 흘러 지나가는 것 같은 공기역학을 상상하다 보면 과연, 멋과 기분이야말로 운전의 맛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는 걸 깨닫게 된다.

딩크? DINK!
BMW가 밝힌 2시리즈의 주요 고객층은 30~40대 고소득 딩크족이다. 딩크는 자녀가 없는 맞벌이 부부(Double Income No Kids)의 약자다. 하지만 결혼 여부가 중요할까? 다만 경제적으로 풍족하고 정신적으로 여유 있는 두 사람 혹은 당신 자신만을 위한 차라는 뜻이다. 매우 적절한 설정, 부족할 것도 과할 것도 없는 선택, 220d의 특성만을 놓고 판단하자면 권태라곤 없을 것 같은 시간에 대한 약속일 수 있다. 한 대의 자동차가, 생각보다 많은 걸 담보하거나 혹은 변화시킬 수 있다.

폭스바겐 7세대 골프 GTI 가격 미정. 메르세데스-벤츠 CLA 클래스 4천6백30만원. 아우디 A3 세단 3천7백50만~4천90만원.

YOUR SHOPPING LIST
메르세데스-벤츠 CLA 클래스는 4도어 쿠페다. 소형 쿠페를 원하지만 문이 둘 뿐인 것에 불편을 호소했던 사람들을 제대로 겨냥했다. 벤츠에 응당 기대할 수 있는 고급함을 충실히 갖췄고, 거기에 풍족한 감성까지 제공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선택지일 수 있다. 아우디 A3 세단은 우아한 합리를 지향하는 소형 세단이다. 매우 안정적이고 세련됐다. 7세대 골프 GTI는 골프의 고성능 버전이면서 ‘베이비 포르쉐’의 전통을 잇는 새 모델이다. 아직 출시되지 않았지만 알면 알수록 치명적이다. 이 목록에는 쿠페, 세단, 해치백이 섞여 있다. 소형 수입차가 이렇게 풍성해지다니.

    에디터
    정우성
    포토그래퍼
    정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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