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한남동 언덕 위 하얀 집

2014.03.14GQ

그냥 들어서는 순간부터 마음이 가는 식당이 있다. 축하 받을 일이 생긴다면, 이곳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송로버섯을 올린 단호박 라비올리] 트러플 오일과 파마산 치즈, 단호박 등으로 속을 채운 라비올리에 버터 세이지 소스를 곁들였다. 라비올리는 사각뿔 형태로 하나씩 빚었다.

[프로슈토 칩을 곁들인 훈제 방어와 양파 아이스크림] 훈제 방어와 양파의 단맛이 독특하게 치고 올라오는 아이스크림을 함께 떠먹는 요리.

목욕탕에서 다 벗은 채 누군가를 처음 만난다 해도, 그 사람의 기운을 알아챌 수 있다. 식당에 들어서 요리가 없는 빈 테이블을 바라보고 있어도, 얼마쯤은 맛을 눈치챌 수 있다. 한남동 이탤리언 레스토랑 아르모니움에 가면, 그 경험이 선명하게 다가온다. 이곳은 이탈리아 사르데샤 섬의 미슐랭 원스타 셰프인 로베르토 페차가 서울에 차린 레스토랑이다. 로베르토 페차는 한 접시로도 묵직한 존재감을 발휘하는 이탈리아 요리에 샤르데냐 지역 특유의 색깔과 신선함을 가미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와 7년을 함께 일한 엠마뉴엘레 세라 셰프가 서울에 상주하면서 요리하고, 로베르토 페차는 틈날 때마다 이곳을 들러 접시 위를 다잡는다. 그렇다고 만리타국 서울에서 샤르데냐식 그대로를 고집하는 건 아니다. 잣, 근대, 갈치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접시들을 내놓는데, 특별한 목적이나 보여주기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한 접시를 완성해내는 최적의 방법으로서 사용된다. 오리가 들어가는 요리엔 오리 냄새를 살리고, 생선 특유의 비릿함을 맛으로 풀어내는 것이 특징인 만큼 재료에 대한 애정이 크다. 아르모니움의 주방에서 한국 식재료에 대한 보충은 이상욱 셰프가 맡고 있다. “함께 요리하면서도 많은 자극과 공부가 되고 있어요. 다른 곳에선 보기 어려웠던 이탤리언 요리를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그건 식탁에 앉아 요리를 기다리면서 진작에 짐작할 수 있었다.

전화번호 02-792-3972
    에디터
    손기은
    포토그래퍼
    이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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