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TREND REPORT <2>

2014.03.14GQ

2014 S/S 시즌이 시작된다. 꽃보다 아름다운 옷이 차고 넘친다.

6. Unlock
하와이안 셔츠와 파자마 셔츠가 여유로운 이유는 둘 다 오픈 넥 셔츠라서. 칼라를 가슴에 붙여 셔츠의 고리타분한 긴장감은 저 멀리 던져버렸다.

[VALENTINO] 세상에 멋진 옷은 많지만 그중 가장 우아한 컬렉션을 꼽는다면 발렌티노부터. 듀오 디자이너 피에르파울로 피치올리와 마리아 그라지아가 만드는 발렌티노엔 모든 것을 경험한 남자만이 누릴 수 있는 세월이 넉넉하게 응고되어 있다. 한정적인 색깔을 쓰는 담대함과 깨끗한 커팅 그리고 통에 악어가죽을 쓰는 사치.

6. Hold Tightly
가방은 귀하게 모실 게 아니라 신경질적으로 휙 잡아채서 구겨 잡는 맛이 있어야 한다. 주말 여행에나 어울릴 법한 큰 가방을 어깨에 메거나 손에 들고 갸우뚱거리는 남자가 사라진 것에 축배를. 하지만 포트폴리오 백을 가슴에 품는 남자는 여전히 많다. 딱히 이상하진 않지만 왠지 졸업 사진을 보는 듯 지루하고 어색하다. 올해는 좀 더 멋진 클러치들이 쏟아진다. 가방 크기가 적당하고 장식이 화려하지 않으며, 모두 반으로 접어서 손에 꼭 쥐는 클러치들이다. 멋지게 들려면 가죽 장갑으로 따귀를 후려치기 직전처럼, 손에 힘을 꽉 주고 힘줄 한두 개는 튀어나오게 말아 쥔다. 한쪽 눈썹도 살짝 찡그려본다.

[ITE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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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HAEL BASTIAN] 마이클 바스티안에게 매년 기대하는 한 가지, 그것은 바로 쇼츠다. 지난여름엔 스웨이드로 낙타색 쇼츠를 만들었고, 올해는 짐 쇼츠를 만들고 스웨트 셔츠와 슬립온을 섞었다. 그러나 마이클 바스티안 컬렉션을 열 손가락 안에 꼽는 이유는 파인애플 프린트 바지 때문이다. 이렇게 예쁜 걸 어떻게 만들까?

8. Killer Pants
밑으로 갈수록 통이 좁아지는 테이퍼드 팬츠는 남자들에겐 피하고 싶은 대상. 허벅지가 굵은 남자들이 입으면 훨씬 예쁘지만 웬만한 다리 길이로는 엄두도 낼 수 없는 꿈결 같은 바지였다. 반가운 소식은, 올해 디자이너들이 만든 테이퍼드 팬츠는 허리 부분이 넉넉하고 밑위도 길어 허리 위로 훌쩍 올려 입을 수 있다는 것. 이를테면 ‘소프트 하이웨이스트’다. 바지 밑단은 깡총하게 자른 후 커프를 만들거나 밑단 처리를 안하고 입는다. 조금 더 용기를 내서 하이더 아커만식으로 허리 아래로 내려 입는 방법도 있다. 물론 생각보다 짧게 수선해야겠지만 잘라낸 부분은 잘 간직하면 여러모로 유용하니 과감하게 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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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VENCHY] 파리의 색깔은 다 어디로 갔을까? 세련되게 빠진 우아한 컬렉션만 보다 보면 문득 뇌를 살짝 흔들고 싶어진다. 아주 맛있는 푸아그라를 먹으면 동치미 한 사발이 그리워지듯. 리카르도 티시 특유의 쇼츠와 강렬한 레깅스 레이어드는 여전한데, 초현대적인 프린트가 나른한 눈을 살짝 찌른다.

9. Wine Seller
불온한 밤에 포도주를 찾듯, 혼란스러울 땐 짙은 포도주색 옷을 산다. 언제든 믿을 수 있으니까. 이 색깔로 만들면 시장 바닥에 나뒹구는 천 조각이라 할지라도 우아해 보인다. 검붉은 색깔은 언제든 끈적일 준비가 돼 있으나, 그 이면엔 성스러운 기질이 숨어 있다. 올해 가장 아름다운 컬렉션으로 꼽히는 하이더 아커만의 길고 긴 코트를 보고 있자면 첨탑의 종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어른스러운 디올 옴므와 아름다운 색깔로 빚은 시 같은 마크 제이콥스 컬렉션은 원초적인 빛, 짙은 포도주색으로 얼룩졌다. 스타일링에 자신이 없다면 짙은 와인색 옷은 얼추 비슷한 색깔과 입어야 한다. 그다지 관용적인 색깔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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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NVIN] 루카스 오센드라이브의 능수능란함은 여전하다. 부드러운 소재와 유연한 실루엣, 그리고 과감한 커팅까지. 거의 모든 브랜드가 꽃의 향연을 벌였지만, 랑방만은 예외다. 문양이나 다채로운 색깔을 쓰지 않고, 실크가 섞인 푸른 하늘색(시엘 블루)을 중심으로 조금씩 밀도를 조절하는 정도. 파리의 우아함은 흔들릴 리가 없다.

10. Pajamas
이브닝 로브와 파자마에 대한 열망은 올해도 이어지니, 이제 남성복의 소금이라 불러도 좋다. 이번엔 더욱 과감해진 낮을 위한 이브닝웨어다.

[ALEXANDER MCQUEEN] 충격적으로 우아한 레이스 코트와 바늘 끝으로 바른 듯 섬세한 실루엣에 넋을 잃었다.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옷을 골라야 한다면 이번 컬렉션을 택하겠다. 사라 버튼의 옷은 이제 약속된 환상. 알렉산더 맥퀸이 창작했던 미묘한 아름다움이 어렴풋이 전해져 아련하기만 하다.

    에디터
    오충환
    기타
    COURTESY OF GETTYIMAGES/ MULTIBITS, INDIGI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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