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사려거든 <2>



1. 용인시 기흥구 보정동 레스프리 드 분당
가자주류, 세계주류 등은 우리나라 주류 전문점의 명맥이다. 최근 많이 사라졌지만, 속이 꽉 찬 가게는 여전히 뿌리가 깊다. 2008년에 세계주류로 시작한 이곳은 ‘사장님’의 취향이 중심을 단단히 잡는다. “회사 퇴직 후에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은 거죠. 아내는 파는 술보다 마시는 술이 더 많다고 구박하긴 해도….” 천자홍 대표는 마셔보고 마음에 든 술만 들인다. 좋아하는 술이라 설명이 쫀쫀하고 친근하다. 일기 쓰는 기분으로 웹사이트에도 꼼꼼히 기록을 남긴다. 그래서 이 작은 곳에 들어찬 6백여 가지 술이 대표의 머릿속에는 하나하나 저장돼 있다. 툭 치면 술이 술술이다.

EDITOR'S PICK 캡틴모건 스파이스드 럼, UV 블루 보드카.
전화번호 031-897-3804

2. 이태원동 더 바틀샵 바이 니키
기가 막힌 위치에 맥주 소매점이 문을 열었다. 경리단길 맥주 르네상스를 이끈 맥파이와 더부스 골목, 우리 슈퍼를 지나 미용실이 있던 그 자리다. 맥주가 빡빡하게 들어찬 냉장고 앞에 서면 군침이 꼴깍 넘어간다. “70퍼센트는 외국인 손님입니다. 취향을 이야기하면 제가 맥주를 추천하죠. 맥주로 숨통 틔우는 공간입니다.” 가로수길에서 바이니키 펍도 운영하고 있는 이승권 대표의 말이다. 맥주에 대한 그의 친절하고도 세심한 추천이야말로 이곳의 대표 메뉴다. 외국인들에게 소개하고 싶어 곧 전통주도 들여놓을 생각이다. 벨기에 맥주와 미국 크래프트 맥주 리스트도 충실하고, 오후 3시부터 7시 사이에는 해피아워로 맥주를 10퍼센트 할인한다.

EDITOR'S PICK 대표 추천 벨기에 수도원 맥주.
전화번호 02-797-6425

3. 논현동 더 몰트샵
들어서는 순간부터 입이 쩍쩍 벌어진다. 동굴 속 금괴를 발견한 기분이 이럴까? 길범진 매니저가 더듬더듬 머릿속으로 짐작한 증류소의 개수만 해도 5백여 가지. 선반 구석구석 구경하다 보면 한두 시간이 훌쩍 지날 정도다. 8개월 전, 삼성동에서 논현동으로 가게를 옮기면서 싱글 몰트위스키로만 한정돼 있던 구색을 확 늘렸다. 럼, 진, 보드카, 데킬라는 물론 중국술과 제빵용 술에서 전통주까지 갖췄다. 종류가 많다고 좋은 가게는 아니지만, 이 정도 구색을 이 가격에 맞췄다면 그 자체로 인정할 만하다. 몽골에서 만든 보드카와 수입이 끊긴 요이치 위스키도 이곳에 있다. 한 달에 한 번 하나의 제품을 정해 세일도 한다.

EDITOR'S PICK 로열 라크나가 스페셜 에디션, 소욤보 보드카, 니카 위스키 요이치 10년.
전화번호 02-540-2894

4. 남대문 주류 수입지하상가
이곳의 묘미는 쓰러질 듯 쌓인 술병 사이를 유영하는 데 있다. 조금이라도 정체할라 치면 행인들이 입으로 클랙션을 울린다. 빠르게 눈을 굴리다 원하는 술을 낚아채면 경매에서 낙찰 받은 기분이 든다. 형제상회와 안성상회 두 군데를 중점적으로 훑고 나올 땐 수입 과자와 마른 안주를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