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매튜 맥커너히의 귀환

2014.03.24GQ

매튜 맥커너히의 화려한 재기가 놀랍진 않다. 더 중요한 건 그가 어디까지 올라갈 것인가다.

라이더 재킷과 티셔츠는 돌체&가바나, 청바지는 사이몬 밀러, 신발은 브룩스 브러더스.

“니제르 강의 작은 마을에 있을 때였어요.” 매튜 맥커너히는 몇 년 전 여행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할리우드의 공기가 답답해질 때면 그는 훌쩍 떠나는 걸 즐긴다. “힘센 백인 남자 권투 선수가 왔다는 소문이 돌았어요. 밖에 누워서 스트레칭을 하고 있을 때였는데, 젊은 남자들 목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욕하고 허풍을 떠는 것 같았어요.” 그는 가이드에게 젊은 남자들의 말을 통역해달라고 부탁했다. “자기들이 이 동네 레슬링 챔피언들인데, 힘센 백인 남자랑 붙어보고 싶다고 했다네요.” 그는 타잔과 비슷한 억양으로 말했다. “그리고 갑자기 사람들 소리가 2데시벨 정도 높아지는 거예요. 고개를 들어보니 마대 자루 같은 걸 입은 엄청 덩치 큰 남자가 이쪽을 보고 있었어요. 자기 가슴을 가리키면서.” 맥커너히는 구운 롤빵 두 개처럼 올라 붙은 자신의 유명한 가슴 근육을 가리키며 설명했다. 흰색 브이넥 셔츠 밖에서도 근육이 보였다. “그러곤 나를 가리켰어요. 그 다음엔 모래밭을 가리키더군요.” 맥커너히는 소니 스튜디오 앞에 있는 자신의 에어스트림 트레일러의 창문을 가리켰다. “심장은 쿵쾅쿵쾅 뛰었지만, 머리론 ‘이건 할 수밖에 없겠어.’ 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모래밭에 들어갔어요. 맨발에, 셔츠도 입지 않았죠. 경기 규칙은 모르지만 그건 하면서 알게 되겠죠.”

맥커너히는 여러 가지로 유명하다. 인기 있는 영화배우고, 사람들이 보는 곳에서 운동하고, 셔츠 없이 스트레칭하는 걸로 악명이 높기도 하다. 그의 친구 우디 해럴슨의 말을 빌리자면 그는 천재이기도 하다. 하지만 맥커너히가 생각하는 스스로의 모습은 ‘스토리텔러’다. 그는 이야기를 할 때 온몸을 사용한다. 지금도 맥커너히는 모래밭 싸움 이야기를 하면서 엉덩이를 뒤틀고 주먹을 휘두르고 있다. 눈빛은 거칠게 바뀌었다. 사람들이 수많은 영화에서 보았던 그 눈빛이다. 그리고 그 눈빛은 맥커너히가 작은 동네의 변호사, 용을 죽이는 전사, 미친 짓을 한 여자를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으로 변하게 만든다. 사람들이 그걸 믿게 만든다.

이야기를 마칠 때쯤 맥커니히는 레슬링을 하는 자세로 몸을 웅크리고 거칠게 숨을 쉬었다. “땀투성이가 되어 헐떡거리고 있었어요. 턱에는 피가 흐르고, 내 수염 속에서는 뭔가 나오고 있더군요. 사람들은 열광하고요.” 그는 옆에 있던 사람에게 이렇게 물어봤다. “내가 이겼어요?”

맥커너히가 다시 낮은 타잔 목소리를 냈다. “중요한 건 이기고 지는 게 아니에요. 도전을 받아들였다는 게 중요하죠.” 맥커너히는 이 말의 힘이 울림을 갖도록 잠시 말을 멈췄다. 그는 에어스트림 트레일러에서 기대 앉았다. 오늘밤은 여기서 보낸다. 내일 아침 일찍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 <인터스텔라> 촬영이 있기 때문이다. 맥커너히는 혼자 밤을 보내며 한 걸음 물러서서 자신의 감정을 살피는 것을 즐긴다. “우리 잘 지내고 있나, 맥커너히” 스스로에게 이런 식으로 묻는다. “건강은 어때? 가족은? 넌 네가 되고 싶었던 사람이 되었나?” 막 마흔넷이 된 맥커너히에게 개인적인 진화는 중요한 문제다. “나이가 들면 더 나아져야죠. 발전해야 해요.”

헨리넥 셔츠는 돌체&가바나, 바지는 사이몬 밀러, 신발은 브룩스 브러더스.

맥커너히가 할 일을 다 이룬 것 같지는 않지만, 할리우드 유명인들이 그렇듯 돈은 좀 많아 보인다. 에어스트림만 봐도 알 수 있다. 촬영장에 있는 맥커너히의 트레일러는 총 세 대다. “난 여길 스미소니언이라고 불러요.” 에어스트림 인테리어만 보면 이곳의 주인은 자기 조절을 잘하는 히피 같다. 맥주통이 있긴 하지만 냉장고에는 그가 요즘 하고 있는 정화 프로그램용 주스가 가득하다. 문에는 맥커너히의 경구 중 가장 유명한 말을 용접해서 붙여놓았다. “그냥 계속 살아가라. Just keep livin’.” 1993년에 출연한 영화 <멍하고 혼돈스러운>의 바람둥이 우더슨의 대사였는데, 이게 그대로 맥커니히의 모토가 되었다. 그의 재단(J.K. Livin)의 이름, 그의 의류 라인(JKL)의 이름도 거기서 땄다. 맥커니히의 또 다른 철학을 담고 있는 태그라인도 있다. “너의 주파수를 찾아라.”

“좋은 말이죠.” 그가 느릿느릿 말했다. “무슨 말인지 아시겠죠? 우리 모두에겐 주파수가 있어요. 일이 딱 맞아떨어지는 주파수. 무슨 뜻인지 알겠어요” 요즘 맥커너히는 주파수가 선명하게 맞았다. 우리는 왜 그동안 맥커너히는 늘 할리우드의 주연배우, 로맨틱 코미디 업계의 믿음직한 한 부품일 거라고만 생각했을까? 지금 이 남자는 TV 프로젝트를 프로듀스하고 직접 출연하며(HBO의 <트루 디텍티브>), 이론 물리학자의 연구에 기반한 영화에 출연하고(<인터스텔라>),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으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트루 디텍티브>에 같이 출연하는 우디 해럴슨은 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매튜는 할리우드에서 분열을 일으키는 존재예요. 난 그를 잘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그를 변호하는 일이 생겨요. 왠지 몰라도 굉장히 적대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죠. 그는 좋은 사람이고, 잘생겼고, 몸매는 완벽하고, 경력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사람들은 그래서 분하게 여기고, 이런 식으로 정당화해요. ‘그는 괜찮은 영화에 나온 적이 없다’고요.” 해럴슨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이젠 그런 말 못하겠죠.”

맥커너히는 최근까지는 다른 사람들에게 자기가 어떻게 비치는지에 대해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젠 알겠어요. 해변에서 셔츠를 입지 않고, 로맨틱 코미디를 많이 하고, 여자친구에게 사랑받고, 잘생겼고. 자다 말고 바로 나와서 괜히 자랑하며 뭐든 쉽게 이루는 것처럼 보이겠죠.”

물론 좀 쉽긴 했다. “맥커너히는 LA로 이사하자마자, 첫 오디션에서 바로 합격을 따낸 친구입니다.” <멍하고 혼돈스러운>의 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가 말했다. “재능 있는 운동선수 같아요. 순식간에 메이저 리그에 가 있는.”

몇 년 전, <고스트 오브 걸프렌즈 패스트> 출연 당시 서른아홉 살이었던 그는 어린 여자를을 유혹하는 여전한 능력을 선보였다. 하지만 그 무렵 그는 이제 변화가 필요하다고 결심했다. 자신을 유명하고 부유하게 만들어준 영화들을 폄하할 생각은 없다. “즐거웠어요. 그때 그 연기와 저의 관계는 좋았어요. 하지만 모든 관계가 그렇듯, 확 바꿀 필요가 있었죠. 우리가 지금까지 했던 일이 다 잘못됐다는 뜻은 아니에요. 자극이 필요했던 것뿐이에요. ‘불꽃을 한번 확 튀겨보자’는 것처럼요.” 에어스트림 안의 테이블 위에 구겨진 종이 조각이 하나 있다. 그가 예전에 갈겨쓴 것인데, 예전에 입었던 바지 주머니에서 얼마 전에야 찾아냈다. 종이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난 내가 영화를 만드는 걸 즐기는 것만큼 내가 출연한 영화를 보는 걸 즐기고 싶다.”

그는 자신을 배우로서 진화시켜주지 못할 영화들은 거절하며 잠시 잠수를 타기로 결정했다. “훨씬 더 이기적으로 변했어요. 저는 ‘이기적’이라는 단어의 팬이에요. 이-기-적.” 그는 말을 끌며 한 번 더 이야기했다. “제가 이기적으로 변했다는 말은,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 신경을 덜 쓰게 되었다는 거예요. ‘이기적’이라는 말은 늘 안 좋은 대접을 받죠. 자기에게 좋은 일을 해야 돼요. 전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었어요.”

맥커너히는 짧은 휴식 뒤, <매직 마이크>의 스트립 클럽 사장 역으로 돌아왔다. 젊은 근육질 남자들에게 멋지게 자리를 넘기면서도 아직도 줄팬티를 소화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그리고 지난해, 그는 완전히 다른 배우가 되어 나타났다. 사랑 때문에 슬퍼하며 떠도는 <머드>에서의 캐릭터는 그가 여자를 손에 넣지 못할 때조차도 볼 만한 배우라는 걸 증명했다. 그리고,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맥커너히가 연기한 론 우드로프는 입이 험하고 동성애자를 혐오하는 전기 기사다. 에이즈 감염 진단을 받고 어울리지 않게도 에이즈 활동가가 된다. 이 역을 연기하기 위해 그 유명한 맥커너히의 몸을 61킬로그램까지 줄여야 했다. 그는 자신이 모아둔 경구 중에서 이 과정에 힘이 됐던 경구 하나를 읊었다. “‘상대적이 되어라.’ 이 캐릭터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 체중을 엄청 줄여야 했어요. 어떻게 상대적이 되었느냐고요? 자신에게 말했죠. ‘야, 넌 강제 수용소에 있는 건 아니잖아. 배를 쫄쫄 굶는 건 아니야. 그러니까 닥치시지, 맥커너히. 이런 식으로요.”

살을 빼거나 외형을 급격하게 바꾸는 것은 대중들에게 진지하게 다가가고 싶은 배우들이 이미 시도했고, 또 검증된 방법이다. 하지만 맥커너히는 완전히 우드로프로 변신해 우드로프의 가족들조차 좀 겁이 났을 정도였다. 그리고 지금도 <멍하고 혼돈스러운> 시절의 그를 사랑하는 수많은 사람은 그가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라는 걸 알렸다. 마틴 스콜세지의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에서 그는 말만 번지르르한, 잘생긴 증권 중개인으로 나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에게 업계의 비밀을 가르친다. 그 캐릭터는 지금껏 맥커너히를 유명하게 만들어준 이미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지금도 벌거벗고 콩가를 치죠. 창문을 닫아둘 뿐이에요.”

요즘은 맥커너히와 맥커너히가 안부를 나눌 때, 무슨 말을 할까? “전 아주 충만한 느낌이에요. 지금 경력의 정점에 있으니까요.” 그가 양손으로 테이블을 주무르며 말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정점에 있고요.” 작년에 그는 오랫동안 그의 파트너였고 그의 세 아이의 어머니인 카밀라 알베스와 결혼했다. “흥분했어요. 이것저것 관심 가는 일이 많아요.” 말할 필요도 없이, 요즘 그는 자신이 등장하는 영화를 보며 충분히 즐긴다. “관객이 되어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을 처음 봤을 때 마음에 들었어요. 그 남자, 좋던데요” 나중에 그는 자신에게 말했다. “난 네가 연기한 줄 몰랐어, 맥커너히. 난 그게 너라는 걸 잊어버렸어.”

    포토그래퍼
    세바스찬 킴(Sebastian Kim)
    기타
    글 / 제시카 프레슬러(Jessica Pressler)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