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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의 추격전

2014.03.27GQ

달리기를 작심했다면 이겨야 한다. 그럴 때 타야 하는 차들이 있다.

아우디 RS7 4.0 TFSI
A7이 있고, S7이 있다. RS7은 그 위다. 아우디의 모든 모델은 A로 시작하는 이름을 갖는다. S는 역동적인, SPORTY의 약자라고 이해하면 맞다. R은 RACING이다. 경주, 트랙, 초고성능을 의미하는 것이다. 역동적인 것 이상이다. 과연, 속도와 관계없이 마약같이 가속하는 게 RS7이다. 전장은 5미터가 넘고, 폭은 2미터에 가까운 대형 쿠페가 시속 100킬로미터에 이르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3.9초다. 복부 안쪽, 두개골 대부분을 누가 한꺼번에 휘젓는 것 같은 어지러움 혹은 아찔함. 핸들을 쥔 손, 페달을 밟고 있는 발에 스미는 땀. 하지만 조수석에 앉은 사람을 배려하자면 그만큼 부드럽게 운전할 수도 있다. 운전의 범위가 정말이지 광활하다. 이 차를 기꺼이 선택하는 사람의 결단, 배포, 포부를 존중한다. 30분이라도 마음껏 경험할 수 있다면 이 말을 이해할 것이다. 누구라도.

닛산 370Z
마음껏 달릴 수 있고 예리하게 꺾어나갈 수도 있으니까, 이 차야말로 스포츠카의 본연에 겸손하게 충실하다. 1억원을 호가하는 여느 모델과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가성비’라는 말이 잘 어울린다. 소월길에서 가속페달을 깊숙이 밟았을 때는 갑자기 몸집을 키운 거인이 울부짖는 것 같았다. 그 소리에 한 번, 그 기세 그대로 첫 번째 코너를 공략하는 순간에 또 한 번 놀라고 만다. 디자인은 다분히 만화적이다. 헤드램프를 비롯한 내외부 곳곳에 알파벳 Z를 형상화한 선이 귀엽게 숨어 있다. 품위, 권위, 풍성한 옵션을 논하는 마음 이전에 그저 노골적으로, 누구의 눈치도 보지 말고 달려보라는 듯이.

메르세데스-벤츠 E63AMG 4MATIC
당신은 E클래스와 AMG를 거리에서 구분할 수 있을까? E63AMG의 존재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어렵지 않을 것이다. 출발하는 순간의 배기음, 정지선을 박차고 뛰쳐나가는 기백으로도 주변에 서 있는 거의 모든 차를 압도하기 때문이다. AMG는 한 사람의 엔지니어가 하나의 엔진을 책임지는 식의 엄격한 장인정신으로 빚은 차다. 보닛을 열면 557마력을 내는 엔진에 독일 엔지니어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게다가 벤츠 본연의 고급함과 배타적이기까지 한 품위가 이 한 대의 차에 매우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녹아들어 있다. 그래서, 어떤 길에서라도, 독일이나 한국에서도 광폭하고 묵직하다. 웬만해선 지지 않을 것이다

2014 BMW Z4
Z4는 상쾌한 ‘드라이빙 머신’이다. 운전석에 앉아서 보닛과 구동계를 잇는 모든 부품의 기계적 결속을 상상하게 만드는 차는 흔치 않다. 기어 하나, 볼트와 너트 하나의 정교함으로부터 믿음이 생기는 차 역시. 긴 보닛과 짧은 엉덩이가 구현해낸 비율은 전통을 그대로 잇는 것이면서도 미래적이다. 백상아리의 긴 지느러미 같기도, 막 우리를 탈출한 고양이과 맹수 같기도 하다. 변속은 누군가의 피부처럼 부드럽다. 이러니, 미끄러지는 것 같은 봄밤의 드라이브라면….

재규어 F타입 S
걸출하게 달릴 줄 안다. 코너에서 회전할 땐 독일차에선 절대 느낄 수 없는, 영국식 농담 같은 여유와 재치가 있다. 게다가 이렇게 매혹적인 엉덩이, 내외관의 유려함이야말로 독보적이다. 재규어 디자이너 이안 칼럼은 비우고 또 비웠다. 가장 기본적인 요소만으로 전혀 새로운 차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오래 봐도 질리지 않는 절묘한 디자인으로부터 다분히 감성적으로 판단하건데, 재규어 F타입만큼 기분 좋게 흥분시키는 차를 경험한 적이 없다. 시동을 거는 순간의 본능적인 소리부터, 지붕을 열고 달렸을 때의 공격적인 상쾌함까지…. 일단 경험해보길 권한다.

    에디터
    정우성
    포토그래퍼
    이신구
    스탭
    어시스턴트 / 이범식, 강승균, 박현상, 이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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