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검정 구두의 맛

2014.04.02GQ

금강제화라고 하면 어른의 걸음걸이, 입학 선물, 엷은 광택이 있는 단단한 검정색이 연이어 떠오른다. 더불어 잘 닦아둔 나무 책상이나 오래 키운 꽃나무 화분처럼 기억을 동반한 옅은 아름다움도. 그러나 단지 추억이나 세월로만 설명하기엔 금강제화 구두는 지금의 도시 생활에 꼭 필요한 실용성, 누구에게나 권하고 싶은 범용성, 여기에 요즘은 너도나도 촐싹대는 시절이니,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유서 깊은 구두 회사 특유의 침착하고 진중한 멋까지 있다. 그래서 금강은 지금 다시 생각해야 할 이름 중 하나다. 헤리티지는 금강제화에서 만든 구두 편집숍이자 리갈로부터 이어진 금강제화 라인 중 가장 상위 브랜드이기도 하다. 새로 나온 많은 구두 중에서 당장 한 켤레를 산다면 헤리티지를 권하겠다. 이유는 여기 적었다.

1 MILANO
남자 클래식 구두의 일곱 가지 종류만 알차게 모은 헤리티지 뉴 세븐 라인은 알파벳 M으로 시작하는 도시의 이름을 각각의 구두에 붙였다. 그 중 브이팁 레이스업의 이름은 밀라노. 수트 차림에도 어울리지만 회색 진이나 블랙 진과 함께 긴장감 없이 신으면 더 멋지다. 39만9천원.

2 BLACK ANKLE BOOTS
편하게 신을 수 있고 어떤 옷에도 척척 어울리며 구두를 상전모시듯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평범하고 친근한 헤리티지 리갈 라인. 특히 가죽 소재 앵클 부츠는 볼 때보다 신었을 때 훨씬 만족스럽다. 봄에 부츠를 신는 ‘엇나가는’ 기분이란. 44만9천원.

3 MADRID
페니 로퍼의 관건은 발등의 길이와 앞코의 둥근 정도, 밴드의 슬릿이다. 뱀프가 너무 짧으면 아줌마 신발 같고 지나치게 길면 건달 같아 보이는데 마드리드의 뱀프 길이는 꽤 적절하다. 앞코의 둥근 정도도 귀엽고 슬릿도 과장되게 잘라놓지 않아서 그저 장식의 역할만 하는 게 마음에 든다. 39만9천원.

4 PHILIP
헤리티지의 최고급 라인인 헤리티지 블랙은 작은 세부까지 섬세하고 정교하며 곳곳에 공을 듬뿍 들인 태가 난다. 구두의 모양에 어울리는 남자 이름을 붙인 것도 흥미롭다. 이 스트레이트 팁 더블 몽크 스트랩의 이름은 필립. 점잖고 예의 바르지만 가끔 섹시한 농담을 할 것도 같은 의외의 매력이 이름에서부터 풍긴다. 59만9천원.

5 MODENA
검정 플레인 토는 남자 구두의 본령이다. 남자의 첫 번째 구두이자 마지막 구두여도 좋을 유일함은 물론이고. 헤리티지 세븐 라인의 모데나는 플레인 토의 기본 법칙을 충실히 따른다. 커다란 검정 개 같은 묵묵하고 안정적인 모양, 지나치지 않은 광택. 이 구두를 신을 땐 계절 얘긴 필요 없다. 심지어 반바지에도 어울리니까. 39만9천원.

    에디터
    패션 / 강지영
    포토그래퍼
    정우영
    스탭
    어시스턴트 / 정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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