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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차, 2014 시트로엥 그랜드 C4 피카소

2014.05.02GQ

이달, 보기만 해도 가슴 떨리는 자동차들. 그리고 단 한 대를 위한 영예. 5월엔 2014 시트로엥 그랜드 C4 피카소다.

배기량 1,997cc 변속기 자동 6단 구동방식 전륜구동 최고출력 150마력 최대토크 37.8kg.m 공인연비 리터당 14킬로미터 가격 4천6백90만원

2014 시트로엥 그랜드 C4 피카소
속속들이 영리하다. 세심하게 배려했고, 똘똘하게 균형을 잡았다. 시트로엥은 요즘 같은 계절에 새 자동차를 사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을 정확히 이해하면서, 넘치지 않을 만큼의 성능과 편의 사항들을 정확하게 담아내는 데 성공했다. 그랜드 C4 피카소에는 7명이 탈 수 있다. 운전석과 조수석에 2명, 뒷좌석에는 3명, 3열 시트를 펴면 2명이 더 탈 수 있다. 3열 시트는 트렁크 안에 숨어 있다. 평소에는 보이지 않는다. 필요할 때는 펴서 탈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5명이 편안하게, 필요하면 7명이 탈 수 있다는 것이 7인승의 정확한 의미일 것이다. 하지만 3열이 기대만큼 안락하지 않아서 섭섭하다는 말을 하기 전에, 5명이 즐길 수 있는 심신의 편안함과 주말의 가능성에 대해 인정할 필요가 있다. 이런 크기의 패밀리 밴이 웅변할 수 있는 수준 이상의 역동성과 곳곳에 숨어 있는 재치에 대해서도.

운전석에선 투명하고 광활한 배경과 마주하게 된다. 앞유리의 범위가 이 정도로 넓은 차를 본 적이 없다. 옆으로도, 위로도 넓다. 오전 10시 정도엔 햇빛이 이마 바로 위에서 내리쬐는 것 같았다. 압도적인 개방감과 시각적 광활함이 파노라마 선루프까지 이어진다. 뒷좌석에 앉은 사람은 같은 범위로 광활한 하늘과 마주할 수 있다. 이러니 운전할 때마다 다른 배경을 생각하게 된다. 서울이 아닌 어느 곳이라도, 조수석과 뒷좌석에 누군가를 태우고 떠나는 여행을 계획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자동차야말로 라이프스타일을 정의할 수 있다. 백미러도 두 개다. 앞쪽 거울로는 뒷유리를 통해 상황을 점검하고, 뒤쪽 거울로는 조수석에 앉은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잠든 아이들이거나 노래를 따라 부르는 친구들의 얼굴…. 2명만 탄다고 가정하면 이삿짐을 나를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이 생긴다. 조수석은 비즈니스 클래스 좌석이 그런 것처럼 풋레스트를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다. 등받이를 누이고 풋레스트를 펼치면 다리를 뻗고 누운 듯이 이동할 수 있다. 배려를 아끼지 않았고, 충분히 효율적이다. 5명이 탄다 해도 2박 3일 캠핑에 필요한 모든 것을 실을 수 있다. 오프로드를 가로지를 게 아니라면, 딱 이 크기의 패밀리 밴이야말로 적극적으로 고려해볼 만한 장르인 것이다. 4미터 60센티미터의 길이, 2미터에 가까운 넉넉한 크기로도 차진 감각으로 달릴 수 있다는 건 그랜드 C4 피카소의 탁월한 변별력이다. 시속 150킬로미터 정도로 주행할 때도 안정적이고, 푸조 시트로엥 그룹 특유의 핸들링도 그대로 살아 있다. 이러니, 유럽에서 팔 물량이 모자라 한국 출시가 늦어졌다는 설명을 이해할 수 있다. 독일 주간지 <빌트 암 존탁>, 전문지 <아우토 빌트>, 영국 전문지 , <왓 카?>는 이 차를 2014 올해의 MPV(Multi Purpose Vehicle)로 뽑았다. 출시 전에 이미 1백대가 예약됐다.

1,997cc 직렬 4기통 직분사 디젤 엔진은 이렇게 꼼꼼하게 들어차 있다. 기어는 핸들 뒤에 있다. 그 덕에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넉넉한 수납공간이 생겼다. 합리적인 감성 품질, 필요한 부분만 가죽으로 감싼 핸들을 쥐는 느낌이 연휴처럼 넉넉하다. 계기판은 가운데의 널찍한 12인치 모니터로 옮겼다. 그 아래에는 7인치 터치 패드가 있다. 조수석의 풋레스트를 펼치면 마냥 눕고 싶어진다. 집에 도착할 때까지.

THE VERY FIRST C4 PICASSO
1세대 피카소는 2006년에 출시됐다. 이번에 한국에 출시한 C4 피카소는 2세대인 셈이다. 유럽시장에 출시된 건 지난여름이었다. 출시 6개월 만에 6만 대가 팔렸다. 현지에서 팔아야 하는 물량이 달려서 한국 출시가 늦어졌다는 게 허풍이 아니었던 셈이다. 1세대 피카소는 약 7년 동안 65만 대 팔렸다. 1세대 디자인은 지금 봐도 어색하지 않다. 현실은 2세대인데, 디자인은 정확히 미래를 겨냥했다. 이렇게 세련된 외모, 넉넉한 도심과 주말의 일탈까지 포괄할 수 있는 장르 자체에 유럽시장이 응답한 것이다. SUV와 해치백, 세단의 이런저런 장점을 한 번에 포괄할 수 있기 때문이다. 1세대 모델을 바탕으로 이름 사이에 붙은 ‘그랜드’는 3열 시트가 장착된 7인승이라는 뜻이다. 올해 안에 5인승 C4 피카소도 출시할 계획이다.

3열 시트와 적재 공간의 실재
모든 좌석을 펼치면 이런 모양이 된다. 운전석과 조수석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바닷가 발코니에 앉은 것 같은 심정으로 운전할 수 있다. 2열도 편안하다. 3명이 독립된 좌석에 앉을 수 있고, 등받이도 조절할 수 있다. 3열이 좁다는 걸 부정할 순 없다. 하지만 성인이 아니라면 크게 무리 없는 공간이다. 이 좌석들을 차례로 접으면 이렇게 광활한 공간이 생긴다. 이 공간에 트렁크를 쌓는다면 몇 개나 실을 수 있을까? 골프백은? 마침 둘만 떠난 여행이라면, 푹신한 이불을 깔고 누워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넓다.

두 개의 모니터와 이런 재치
시트로엥 그랜드 C4 피카소는 핸들 뒤 계기판이 없다. 대신 넓은 12인치 모니터가 가운데에 있고, 그 아래 7인치 모니터가 하나 더 있다. 속도계와 엔진 회전수는 디지털로 표시된다. 그 뒤에 보이는 배경과 숫자를 표시하는 방식은 세 가지 테마 중 구미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그 외에 차량 설정에 필요한 모든 조작은 아래 있는 7인치 터치 스크린에서 조작할 수 있다. 디자인이 매우 조밀하고 효율적이다. 2열 시트 아래 있는 수납공간에는 응급 장비들이 실려 있고, 작은 테이블도 펼칠 수 있다. 어딘가의 공터에서 간단하게 요기하거나 목이 뻐근할 때까지 책을 읽는 오후. 그러다 해가 떨어지면 조명을 켜고 뭔가 적어보는 저녁을 상상하게 만든다

토요타 시에나 5천20만~5천3백60만원 혼다 오딧세이 5천1백90만원 크라이슬러 그랜드 보이저 6천70만원

YOUR SHOPPING LIST
패밀리 밴으로 통칭할 수 있는 장르를 기준 삼아 이런 목록을 작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랜드 보이저는 이 장르의 시조 격이다. 그중 가장 고급스럽다. 2열 시트에서는 각각의 모니터로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들을 수 있고, 미국 브랜드 특유의 안락함도 장점이다. 토요타 시에나의 구성에도 경쟁력이 있다. 2열 시트에는 2명만 탈 수 있고, 각각이 풋레스트를 갖추고 있다. 3열에 3명이 탈 수 있는 구성이다. 혼다 오딧세이는 모범에 가깝다. 편안하고 경제적이면서 안정적인 외모까지 갖췄다. 자, 일단 여기까지 읽었다면 이어지는 기사를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이 석 대의 차를 비롯해, 지금 살 수 있는 모든 7인승 자동차를 꼼꼼하고 신랄하게 비교했다.

    에디터
    정우성
    포토그래퍼
    정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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