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가방에 그 구두

5월은 가방과 구두가 우박처럼 쏟아지는 호방한 시기. 사진으로만 보던 제품들이 바다를 건너와 ‘본격’의 분위기를 내기 시작한다. 날씨는 매일 좋아지고 거리마다 꽃향기 가득하니 뭐라도 하나 사고 싶은 기분이 안 들 수가 없다. 이럴 땐 형형색색 유행을 따르기보다 내년에도 후회할 일 없는 견고한 가죽 가방과 엄격하게 만든 구두를 고르는 게 답이다. 특히 기분이나 낼 요량으로 필요 없는 물건을 잔뜩 사는 남자에게 권하겠다. 몇 년이 지나도 새것 같은 사피아노로 만든 프라다의 매끈한 가방이나 고집스러운 에르메스의 에트리비에 메신저 백은 한 번 사두면 삼대가 든든하다. 스페인에서 굿이어웰트 공법으로 제대로 만든 얀코 구두도 있다. 이름은 좀 낯설어도 10년 손님은 단골 축에도 못 드는, 신을수록 정이 가는 좋은 구두다. 튼튼하고 드높은 아웃솔이 마음에 쏙 들고, 가격도 괜찮다. 아니면 납작 엎드린 짐승처럼 보이는 생 로랑 파리의 검정색 구두는 어떤가. 공법과 가격을 떠나 신기만 하면 어떤 룩이든 ‘쿨’해 보이는 기묘한 신발이다. 그러니까 절대 후회할 일 없는 가방 네 개와 구두 네 켤레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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