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왕좌의 게임’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

2014.05.09GQ

<왕좌의 게임> 네 번째 시즌을 맞아, 원작자 조지 R.R. 마틴과 시리즈를 일군 두 명의 프로듀서를 만났다. 지금의 흥행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예견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 벌어질 일들에 대해서는 그들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DRAGON LADY 에밀리아 클라크, 이아인 글렌. THE LANISTERS 왼쪽부터) 그웬돌린 크리스티, 찰스 댄스, 잭 글리슨, 니콜라이 코스터 왈도, 레나 헤디, 피터 딘클리지.

2011년 4월 17일, <왕좌의 게임> 첫 회의 시청자 수는 약 3백만 명. 시작으로는 나쁘지 않은 수치였지만, 세상이 놀랄 정도는 아니었다. 그리고 약 2년 뒤인 2013년 6월 9일, 세 번째 시즌 마지막 회의 시청자 수는 무려 스무 배에 가까운 5천4백만 명으로, 가히 폭발적이게 불어났다. 여기에 저작권 뉴스 사이트 토렌토프릭이 집계한 불법 다운로드 수 5천9백만을 더하면, 그 수는 1억을 뛰어넘는다. 그러니까 전 세계인의 70분의 1이 <왕좌의 게임> 시즌 3의 결말을 알고 있는 셈이다. <왕좌의 게임> 시리즈는 2014년 4월 현재까지 각종 드라마 시상 후보에 40번이나 이름을 올렸으며, 그중 총 10번을 수상했다. 여러 유명 인사가 <왕좌의 게임>의 열렬한 팬임을 공식 석상에서 밝히기도 했다. 거기엔 오바마 대통령도 포함돼 있다. 오바마 대통령에겐 특별히 각 에피소드를 몰래 먼저 보내주기도 한다고 <왕좌의 게임>의 총괄 프로듀서 데이비드 베니오프가 말했다. <왕좌의 게임>이 지금 가장 뜨거운 드라마라는 사실엔 더 덧붙일 게 없다.

물론, <왕좌의 게임>의 탄생이 처음부터 순조로웠던 건 아니었다. <왕좌의 게임>의 방영권을 쥐고 있는 HBO의 경영진들은 원작 소설 <얼음과 불의 노래>의 장르를 문제 삼았다. 용과 난쟁이가 나오는 드라마가, 신랄하고 사실적인 어조의 HBO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었다. 하물며, 케이블 프리미엄 시청 시간대인 일요일 저녁에 이런 판타지물을 간판으로 내건다는 건 모험이나 다름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왕좌의 게임> 시리즈의 두 프로듀서 데이비드 베니오프와 D.B. 베이스의 생각은 달랐다. 그들은 장장 다섯 페이지에 걸친 편지를 써가며 경영진을 설득했다. “정말 지리한 과정이었어요. 그들은 단지 판타지라는 장르만을 보고서 모든 판단을 끝낸 상황이었거든요. 우리는 <얼음과 불의 노래>를 왜 HBO에서 만들어야 하는지를 설득해내야 했죠. 우리는 원작에 담긴 인물들의 욕망이 얽히고, 파괴되는 서사에 대해 낱낱이 설명했어요. <더 와이어> 같은 수사물을 만들건, <소프라노스> 같은 갱스터물을 만들건, 그런 인간 욕망에 얽힌 온갖 것들을 신랄하게 표현해낼 수 있는 건 세상에 오직 HBO뿐이라고 덧붙였죠. 그리고 <얼음과 불의 노래>야말로 이에 가장 적합한 이야기라고 설명했어요.” 장르만 다를 뿐, HBO의 전작 <소프라노스>, <데드우드>, <오즈>의 세계관과 <얼음과 불의 노래>의 세계관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두 프로듀서의 주장이었다. “여지껏 그 어느 누구도 판타지를 그렇게 다룬 적이 없었다는 것을 꼭 보여주고 싶었어요.”

<왕좌의 게임>의 여러 인물이 유혈이 낭자하는 온갖 암투 속에서 세를 얻고, 또 유지해나가는 각 과정을 추적하다 보면, 오바마 대통령의 <왕좌의 게임>에 대한 애정이 이해가 될지도 모른다. 이 처절한 드라마 속에서 살아남아 권력을 유지하는 인물들은 명분보다 실리에 밝고, 원칙보다 야욕이 앞선다. 시리즈 초반부의 왕인 로버트 바라테온은 호쾌함을 무기로 왕좌에 올랐지만, 정사보다 술과 사냥을 탐닉하다 그는 그를 비호하던 세력의 지지를 잃어 왕위를 빼앗기고 죽음을 맞게 된다. 죽은 왕의 동생 렌리는 야망보다 개인의 사사에 관심이 많은 사람, 형 스타니스는 종교적인 힘으로부터 세력을 유지하는 사람으로 그려진다. 한편, 권모술수에 비껴 서서 우직하게 정도를 고수하는 스타크 가문은 결국 몰살이라는 참담한 결과를 맞는다. 이렇게 수많은 성격과 야망을 지닌 캐릭터들이 하나의 왕좌를 둘러싸고 온갖 암투를 벌인다. 모두 현실 속 정치 사회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왕좌의 게임>을 끝내 판타지로만 규정할 수 없는 이유다.

STARK SHADOWS 왼쪽부터) 메이지 윌리엄스, 로리 맥칸, 크리스티안 네언, 아이작 헴스테드 라이트, 콘레스 힐, 소피 터너, 에이단 길렌, 존 브래들리, 키트 해링턴, 로즈 레슬리

<왕좌의 게임>의 탄생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선 두 명의 프로듀서 베니오프와 베이스가 처음 만난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둘은 아일랜드 더블린의 트리니트 컬리지에서 처음 만났다. 모두 문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이었지만 허구의 환상 따위엔 전혀 관심이 없는, 지극한 현실주의자였다. “사실 전 대학 교수가 되는 게 꿈이었어요. 하지만 학위 논문으로 사뮈엘 베케트에 대해 쓰고 나서 그 생각이 싹 사라졌죠. 거의 반죽음 상태까지 몰고 가며 논문을 완성했는데, 그렇게 쓴 논문을 읽을 사람이 전 우주에 3명 정도라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이게 뭔가 싶었죠.” 베니오프가 말했다. 베이스 역시 같은 대학에서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을 연구했다. “우리는 아일랜드의 뿌리 하나 없이 아일랜드 문학을 연구하는 더블린의 유일한 유태계 미국인이었어요. 그저 어디에 좋은 체육관 없나 찾아다니는 게 취미의 전부였던 것 같아요.” 1995년의 시절을 회상하며, 베이스가 말을 이어갔다. 더블린을 떠난 후 그들은 로스앤젤레스에서 다시 만났다. 영화 시나리오 작업 때문이었다. 아직 시나리오를 제대로 배운 적 없는 베니오프는 경력이 있는 베이스를 불렀다. 베니오프는 자신이 구상한 이야기를 설명하며, 함께 시나리오를 써 나갔고, 그렇게 기숙사 원장이 곧 사탄이라는 내용의 황망한 시나리오가 탄생했다. 물론, 그 형편없는 시나리오는 영화가 될 수 없었지만, <왕좌의 게임>이 만들어지기 전 둘의 처음이자 마지막 공동 작업이라는 점에서는 의미가 깊다. 둘은 그 이후 각자 출판 및 영화 제작의 경력을 이어갔다. 베이스는 <럭키 원더 보이>라는 소설을 썼고, 베니오프는 <트로이>, <연을 쫓는 아이>, <엑스맨 탄생 : 울버린> 등등의 스크립터로 활약했다.

처음 <왕좌의 게임>을 기획한 건 순전히 우연에서 비롯되었다. 베니오프는 원래 판타지 소설에 흥미가 없는 편이었다. “원작 <얼음과 불의 노래>는 아마 제가 25년 만에 읽은 유일한 판타지 소설일 거예요. 우연한 기회에 별 생각 없이 읽게 됐죠. 처음엔 사실 백 장 정도 읽고, 그냥 덮으려고 했어요. 그런데 다음 장을 펼치는 순간 주인공이라 믿었던 인물, 브랜 스타크가 창밖으로 내던져진 거예요. 이렇게 파격적으로 이야기가 전개될 줄 몰랐죠. 그때부터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이 소설에 완전히 사로잡혔어요. 그리고 그 유명한 ‘피의 결혼식’ 화에선 정말 제 눈을 의심했어요. 무심결에 읽어 내려가다, ‘정말 이렇게 됐다고?’ 혼자 소리쳤죠. 책을 읽고 이런 충격을 받은 건 난생처음 있는 일이었어요. 이야기를 되돌리고 싶어서 몇 번이고 다시 읽었다니까요.” 잠도 잊은 채 <얼음과 불의 노래>에 몰두하던 그는 이 이야기가 결국 영상으로 완성되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는 당장 그의 단짝 베이스를 불러 의견을 물었다. “정신 나간 소리처럼 들리겠지만 20년 동안 뭘 이렇게 재미있게 읽은 적이 없었어. 만약 이걸 HBO에서 만들면 어떨까?” 베이스 역시 한달음에 <얼음과 불의 노래>를 읽어 내려갔고, 책을 덮자마자 그의 의견에 동의했다.

드라마로 만들기 위해선, 원작자인 조지 R.R. 마틴의 동의를 구하는 게 가장 시급했다. 둘은 영화 스크립터로 활약한 경력을 바탕으로 이곳저곳 수소문했고, 결국 산타모니카의 한 레스토랑에서 백발의 노작가를 처음 대면할 수 있게 되었다. 베니오프와 베이스는 <얼음과 불의 노래>의 장면 하나하나를 세세히 묘사해가며, 왜 이 소설이 영상으로 제작되어야 하는지 설득했다. 점심때 시작한 미팅은 저녁 늦게까지 이어졌고, 조지 R.R. 마틴은 그들에게 여지껏 어디에도 언급된 적 없는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얼음과 불의 노래>에 등장한 수많은 인물 중, 과연 누가 존 스노우의 진짜 엄마인 것 같아요?” 이 질문 대해선 이미 베니오프와 베이스가 오래전 논의한 바 있었다. 그들은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누가 존 스노우의 진짜 엄마인지에 대해 답했고, 그 대답은 조지 R.R. 마틴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했다. (두 프로듀서는 자신들이 무슨 대답을 했는지 알려주지 않았다.) 결국 그는 둘의 간청을 수락하기로 했다. <왕좌의 게임>의 첫 단추를 꿴 순간이었다.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에 앞서 마틴은 한 가지, 중요한 사안에 대해 논의하고자 했다. 그것은 극중 마틴이 가장 아끼는 난쟁이 캐릭터, 티리온 라니스터를 과연 누가 연기하느냐의 문제였다. 셋은 <나니아 연대기>의 트럼킨, 피터 딘클리지가 맡는 것에 만장일치로 합의했다. (피터 딘클리지의 이름은 <왕좌의 게임> 시즌 4 크레딧에 가장 먼저 등장한다.) 피터 딘클리지 역시 그들의 제안을 곧바로 수락했다. 딘클리지는 그들이 묘사한 난쟁이 캐릭터가 어떤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고 수락 이유를 밝혔다. “실제 난쟁이로서, 지금까지의 판타지 장르가 그리는 난쟁이 캐릭터에 대한 고정관념이 늘 불편했어요. 그런데 이 이야기는 그런 난쟁이들에 대한 편견을 완전히 뒤엎는 것이었죠. 난쟁이 티리온 라니스터를 그저 누가 봐도 매력적인 한 인간으로 그린 거예요. 심지어, 서사의 중심이 되는 캐릭터이자 영웅으로 묘사되고 있더라고요.” 딘클리지는 티리온 라니스터가 사람들에 마음에 박힌 난쟁이에 대한 편견을 깨뜨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1년과 2012년, <왕좌의 게임>을 통해 에미상과 골든글러브 남우조연상을 휩쓸었다.

시리즈의 총괄 프로듀서, 데이비드 베니오프(좌)와 D.B. 베이스(우)

이제 두 프로듀서에겐, 가장 중요한 HBO의 최종 제작 지원 허가를 받는 일만이 남았다. 2009년, 베니오프와 베이스는 <왕좌의 게임>을 위한 파일럿(프로그램 편성 전, 스폰서 모집 및 방영 결정을 위해 만드는 일련의 견본 필름)을 찍기 위해 스코틀랜드로 떠났다. 준비기간만 몇 년이 걸렸다. 하지만 커다란 시리즈의 경험이 없는 그들에게 도전은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각고 끝에 결국 파일럿을 완성했고, 그들은 그들의 작가 친구들 몇몇을 불러 먼저 공개했다. “보여주자마자 이야기 전개가 너무 부실했다는 걸 깨달았죠. 파일럿은 라니스터 남매가 사랑을 나누는 장면까지였는데, 필름이 끝날 때까지 세 명의 친구 중 아무도 그들이 남매라는 걸 알아채는 사람이 없었어요.” 친구들 중 비교적 비판적인 한 명은 그들에게 슬쩍 메모를 남기고 떠났는데, 그 메모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고 한다. ‘이렇게 말해서 미안한데, 이거 좀 심각한 문제가 많다.’ “그렇다고 재촬영을 위해 스코틀랜드로 떠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정말 다시 생각하기도 싫은 끔찍한 순간이었죠.” 베이스는 당시의 참담한 기억을 애써 떠올리며 말했다. 얼마 후, HBO의 프로그램 책임자인 마이클 롬바르도가 파일럿 확인을 위해 베니오프와 베이스를 깜짝 방문했다. “솔직히 될 대로 되라는 심정이었어요. 파일럿 검토 후 마이클의 얼굴을 잠깐 쳐다봤는데, 그의 표정은 정말 공포영화에나 나올 법한 장면 같았어요.” 조악한 파일럿에도 불구하고, HBO는 그들에게 새 파일럿과 10개 에피소드의 첫 시즌 제작 지원을 허락했다. 지원금은 약 5백만 달러에 달했다. “당장 시작해야 했죠. 어마어마한 부담이 몰려왔어요. 앞으로 이 짐을 어떻게 짊어져야 할지, 정말 그 부담감은 겪어보지 않고서는 아무도 모를 거예요.” 베니오프가 말했다. 그들은 이전까지의 모든 삶을 내려놓고, 촬영을 위해 아이슬랜드, 크로아티아, 모로코 등의 세계 오지를 유랑해야 했다.

“첫째아이는 첫 시즌 대본 마감을 하루 앞두고 태어났어요. 그날 저녁 베니오프에게 물었죠. 혹시 잠깐 아이를 보러 다녀오면 안 되겠느냐고. 그런데 절대 안 된다고 딱 잘라 말하더라고요. 피도 눈물도 없는 놈처럼 보였어요. 이딴 놈을 동료로 둔 제 자신한테마저 화가 났죠.” 베이스가 말했다. “그의 둘째는 촬영이 한창일 때 태어났어요. 자식이 태어나는 걸, 끼니 거르듯 하는 팔자인 거죠.” 수년 동안 둘은 서로를 감독해가며, 때론 서로에게 의지해가며 시리즈의 각본을 써내려갔다. “따로 또 같이 쓴다고 해야 할까요. 한 명이 에피소드의 반을 쓰고 나머지 반을 다른 한 명이 쓰는 식이죠. 그리고 그렇게 쓴 것을 바꿔 상대방이 쓴 것을 다시 수정하죠. 천만 다행으로, 매 시즌 한 편은 조지 R.R. 마틴이 직접 써줍니다.” 그들은 파일럿의 첫 페이지를 쓰던 날을 떠올리며 말을 이어갔다. “한 페이지의 절반 조금 넘게 쓰는 데 장장 네 시간이 넘게 걸렸어요. 뭐 지금도 그 시간이 줄었다고 말할 수는 없고요.” 지금 이 기사를 읽는 중에도 그들은 머리를 맞대고 각본을 쓰는 중이다. 오는 6월 1일까지 시즌 5를 위한 원고 10편을 모두 완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왕좌의 게임>의 노골적인 정사 신과 적나라한 노출 수위에 대해서도 물었다. 베니오프는 이렇게 대답했다. “원고를 쓸 때, 제 아내(아만다 피트)가 옆에 앉아 감수를 해 주죠. 그녀가 중요하게 여기는 건 나이와 유형이 다른 모든 여자가 저마다 맡은 역할이 있는지, 그리고 그녀들이 이야기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지의 여부예요. 만약 그런 역할 수행 중 옷을 벗어야 할 일이 있다면, 서슴지 말고 벗기라 말하죠. 그런데 사실 그녀가 그런 조언을 할 적임자인지는 모르겠어요. 그녀 자신도 내일 자신의 HBO 시리즈에서 가슴을 드러낼 예정이라던대요?”

의 조물주이자, 원작 소설 의 저자, 조지 R.R. 마틴.

한편, <왕좌의 게임>의 조물주, 조지 R.R. 마틴은 지금 뉴멕시코의 평범한 마을에 산다. 뉴저지의 임대 주택 단지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그는 일찍이 자신의 소설을 페이지당 1 페니씩 받고 파는 프로 이야기꾼이었다. “전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제 소설이 좋아요. 전개가 뻔한 이야기만큼 저를 따분하게 만드는 건 없거든요. 아마 어려서부터 텔레비전을 보며 자랐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어머니는 늘 영화나 드라마의 줄거리를 예측하시곤 했거든요. 그런 어머니의 예상이 이따금 빗나갈 때, 알 수 없는 희열을 느끼곤 했어요. 그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죠. 제일 중요한 건, 독자들의 예측대로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며 그들에게 몰입의 기회를 주다가 결정적 순간에 이야기를 확 비틀어 버리는 거예요. 예컨대, <왕좌의 게임>의 프롤로그는 브랜 스타크의 시선으로 시작해요. 그러면 사람들은 그가 중요한 역할일 거라 짐작부터 하게 되는 거죠. 그러다가 브랜이 갑자기 창밖 낭떠러지로 떨어져요. 사람들은 그때부터 갈피를 못 잡고 이야기의 주도권을 뺏기게 되는 거예요. 이런 식으로 예측과 반전 사이에서 독자들과 끊임없이 수싸움을 하는 거죠.” 그는 이런 속고 속이는 이야기 구조가 오직 드라마에서만 가능하다고 말한다.

사실 <왕좌의 게임>이 봉착한 난관은 관객과의 주도권 싸움 같은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 만약 <얼음과 불의 노래> 제5권이 드라마로 각색될 때까지 마틴이 6권을 완성하지 못한다면, 드라마가 원작을 앞지르는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른다. “저희도 이렇게 상황이 역전될 것이라 상상도 하지 못했죠. 그래서 마틴을 직접 만나 지금까지의 전개를 토대로 모든 캐릭터를 하나하나 짚어보기도 하면서, 일주일 동안 여러 이야기를 나눴어요. 우리는 마틴에게 결말을 우선 알려달라고 했죠. 하지만 그는 결론의 커다란 윤곽에 대해서만 말할 수 있을 뿐, 아직 세부적인 것들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어요. 그래도 다행인 사실은 그가 단지 소설의 원작자가 아닌, 우리와 함께 드라마를 만드는 프로듀서이기도 하다는 것이에요.” 베니오프가 말했다. 조지 R.R. 마틴은 드라마가 원작을 따라잡기 전에 제6권을 출판을 마치고자 한다. 그리고 그렇게 벌어놓은 2년 동안 시리즈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얼음과 불의 노래 : 봄의 꿈>을 완성할 계획이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마틴의 계획에 불과할 뿐, 그의 상상력이 어디까지 뻗어갈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앞으로 일곱 혹은 여덟 시즌 후에 대단원의 막을 내리고 싶어요. 계속 욕심을 부리다간, 지금껏 쌓아온 것까지 무너지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베니오프와 베이스는 <얼음과 불의 노래>와 <왕좌의 게임>이 언젠가 각자 다른 길을 걸어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가장 걱정스러운 건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아역 배우들의 모습이에요. 그들의 성장을 어떻게 막을 도리가 없어요. 이야기 속 시간은 창조자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지만 이야기 밖, 현실의 시간을 관장하는 건 우리 인간이 아니잖아요.” <왕좌의 게임>의 아리아는 시리즈가 시작된 후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까지 열한 살에 머물러 있다. 그리고 ‘겨울’이 언제 다가올는지는 어느 누구도 아직 모른다.

    포토그래퍼
    애니 리보비츠(Annie Leibovitz)
    기타
    글 / 짐 윈돌프(Jim Windolf)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