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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차, BMW i3

2014.05.28GQ

이달, 보기만 해도 가슴 떨리는 자동차들. 그리고 단 한 대를 위한 영예. 6월엔 BMW i3이다.

엔진 BMW eDrive 전기 모터 베터리 리튬 이온 구동방식 후륜구동 최고출력 170마력 최대토크 25.5kg.m 0-100km/h 7.2초 가격 6천4백만원

엔진 BMW eDrive 전기 모터 베터리 리튬 이온 구동방식 후륜구동 최고출력 170마력 최대토크 25.5kg.m 0-100km/h 7.2초 가격 6천4백만원

정확한 미래, BMW i3 SOL

고정관념이 있었다. 세상에 ‘친환경’이란 말처럼 속 편한 마케팅이 없는 것 같았다. 전기차란 결국 관官의 억지 주도로 만들어낸 것 같았다. 팔 것도 아니면서. 대체로 촌스러웠고, 의심이 가시지 않았고, 내 생활과는 관계없는 얘기 같았다. 이걸 BMW가 다 박살냈다. 진짜로, 가장 먼저, 가장 충격적이고 세련된 방식으로.

i3는 소리가 나지 않는다. 배기가스를 뿜지 않는다. 가솔린이나 디젤을 연료 삼지 않는다. 따라서 지구를 고갈시키지 않고, 지구에 해를 끼치지도 않는다. 그러면서도 서스펜션과 핸들링, 가속하는 감각에 BMW의 정체성이 그대로 살아 있다. 시속 100킬로미터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7.2초다.

BMW 320d가 7.6초였다. 이 멋진 전기차가 빠르기까지 하다니. 25.5kg.m의 최대토크가 가속페달을 밟는 순간부터 뿜어져 나온다. BMW는 이 차의 앞바퀴와 뒷바퀴에 실리는 무게 배분 역시 50:50으로 정확하게 맞췄다. 따라서 복근이 다 수축될 만큼 역동적이기도 하다. 남산 소월길에서는 이 차에 머물고자 하는 숱한 시선들을 다 뿌리치고 달렸다. 여전히 재미있다. 전기라는 동력원에 대해 새삼스러운 믿음까지 생겼다. 이쯤 되면, ‘참 잘한다’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완전히 충전된 상태에서 달릴 수 있는 거리는 150킬로미터다. 서울과 지방을 마음먹은 대로 왕복할 수는 없지만, 도시에서 하루 종일 내키는 대로 달리기에는 충분할 것이다. 전용 충전기를 사용할 수도 있고 보닛 안에 들어 있는 220볼트용 비상 충전기를 써도 된다. 지금은 충전 인프라가 완전히 구축되지 않았지만 아주 못 탈 형편도 아닌 셈이다. 차체에는 탄소섬유를 아낌없이 썼다. 가볍고 튼튼하다. 효율과 안전을 동시에 챙겼고, 무게는 1,300kg에 묶었다.

이렇게 정확하게 미래를 정조준하는 차의 운전석에서, i3의 실내와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 사이에서는 어쩔 수 없는 괴리감이 자꾸만 생겼다. 실내에는 원목과 재생 플라스틱, 가죽, 울 등을 소재로 썼다. 가볍고 안정적이다. 어느 것도 과하지 않고 조화롭다. 전기차를 상상할 때 ‘미래’라는 말에 대해 누군가 생각할 수 있는 아름다움의 수준을 가뿐하게 상회한다. 그 이상을 제시하는 방식이 이렇게 상쾌하다. 부담스럽지 않고 자연스럽게 소유욕을 자극한다. 지금 서울에서 이 차를 타는 것은 염연히 현실인데도, 차 안은 미래 같았다. 서울은 자꾸만 과거 같았다. 이런 기세로 더 빨리 달리면 지금껏 경험해본 적 없는 다른 어떤 도시에 다다를 수 있을까? 그런 상상, 제발 그랬으면 좋겠는 바람 같은 것들이 예쁜 실내에서 5월의 음악과 같이 섞였다.

보닛을 열어도 엔진은 보이지 않는다. 대신 220볼트 전압을 사용할 수있는 비상용 충전기가 가지런히 감겨 있다. 아주 색다른 디자인이면서 공기저항에도 도움이 된다. 핸들에서 조작할 수 있는 기능은 다른 여느 차와 다르지 않다. 다만 산뜻하게, 미래에 대한 강박 없이 아름다운 디자인은 갖고 싶은 마음만을 담백하게 자극한다. 엔진과 변속기가 없으니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이런 공간이 생겼다.

보닛을 열어도 엔진은 보이지 않는다. 대신 220볼트 전압을 사용할 수
있는 비상용 충전기가 가지런히 감겨 있다. 아주 색다른 디자인이면서 공기저항에도 도움이 된다. 핸들에서 조작할 수 있는 기능은 다른 여느 차와 다르지 않다. 다만 산뜻하게, 미래에 대한 강박 없이 아름다운 디자인은 갖고 싶은 마음만을 담백하게 자극한다. 엔진과 변속기가 없으니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이런 공간이 생겼다.

THE BMW ELECTRIC HISTORY

1602 일렉트릭 프로토타입 BMW는 1602 두 대를 전기차로 개조해 뮌헨 1972년 뮌헨 올림픽 마라톤 중계와 조직위원회의 이동 수단으로 사용했다. 12볼트 배터리 12개와 보쉬와 함께 개발한 전기모터를 썼다.

325iX 80년대 들어 개발한, 당시 가장 실용적인 전기차였다. 나트륨-황 배터리를 썼고 최고출력 30마력, 최고속도는 시속 120킬로미터, 최대 주행 가능 거리는 150킬로미터였다.

E1 1991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공개한 최초의 순수 전기 자동차 콘셉트카였다. 알루미튬과 플라스틱을 같이 써서 만든 차체의 무게는 900킬로그램에 불과했다.

미니 E & 액티브 E 2008년, 미니를 바탕으로 만든 시험용 자동차였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써서 주행 가능 거리를 250킬로미터까지 늘였고, 최고출력은 200마력 이상이었다. 2011년 제네바 모터쇼에서는 액티브 E를 공개한 바 있다.

[충전은 어떻게 하나?] 두 가지 방식을 쓸 수 있다. 일단 BMW 코리아가 직접 제작한 BMW I 월박스 wallbox를 이용할 수 있다. 개별 주차장 벽에 장착하는 방식으로, 카드를 이용해 사용자 인증 후 사용할 수 있다. 이 경우 80퍼센트 충전까지 30분, 완속 충전으로 100퍼센트 충전하는 데 3시간 걸린다. BMW는 i3를 구매하는 고객에게 월박스를 설치해주는 식으로 충전설비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겠다고 나섰다. 물론 가정용 220볼트를 사용할 수도 있다. 완전 충전까지 8~10시간 걸린다. 충전 예약 기능을 활용해, 심야 시간에 좀 더 저렴하게 충전할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비상용으로 활용하기 위한 대비로서 가치가 있다.

[배터리와 엔진이 있는 곳] 간단하게 대답부터 하자면, 배터리는 차체 바닥에 넓게 깔려 있고 엔진은 없다. 대신 두 개의 전기 모터가 뒷바퀴를 각각 하나씩 담당해 동력을 제공하는 식으로 움직인다. 역동적인 운동성능과 운전 자체의 재미를 최대 가치로 고수하는 BMW의 철학을 100퍼센트 재현하기 위한 섬세한 설계다. 배터리를 차체 밑으로 최대한 깔아서 무게중심을 낮췄고, 이런 설계가 BMW의 운전 감각을 그대로 살리는 데 결정적으로 공헌했다. 게다가 두 개의 전기 모터가 각각 뒷바퀴를 하나씩 담당하도록 함으로써 후륜구동의 묘미까지 살린 것이다. 낮은 무게중심과 후륜구동은 민첩한 핸들링과 안정성이 직결되는 중요한 요소다. BMW는 100퍼센트 양산형 전기차를 만들면서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았다.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스포츠 1억 1천6백80만~ 1억 3천6백90만원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1억 2천9백90만원 BMW 6시리즈 컨버터블 1억 7백70만~ 1억 3천5백4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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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 TO BE WITH…

BMW i3의 경쟁 모델을 제시하는 건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 다른 어떤 차는 정서적으로 너무 멀게 느껴지거나 또렷한 완성도 차이 때문이다. 대신 지금 이런 차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BMW i3의 가치를 가리낌 없이 즐길 수 있을 거라는 완곡한 가정을 해봤다. 그 이상의 SUV를 찾을 수 없으니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압도적인 멋과 낭만을 웅변하는 BMW 6시리즈, 흔들리지 않는 권위의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다. 이런 차들을 한 대 이상 가질 수 있는 사람이라면 BMW i3의 가격에도 도전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 전기차를 탈 수 있는 제반 상황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행복한 ‘시티 커뮤터’이자 세컨드 카로서의 활용도 또한 높아질 것이다.

    에디터
    정우성
    포토그래퍼
    정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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