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왕좌의 게임 : 유재학

2014.05.29유지성

모비스가 통산 다섯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모비스에서만 열 번의 시즌을 보낸 유재학 감독은 아직 왕좌에서 내려올 생각이 없어 보인다.

감독직을 맡은 지 벌써 15년이 넘었어요. 이렇게 오래 할 거라고 생각했나요? 못했죠. 나가라면 나가야 되는데. 최근에 NBA를 좀 봤어요.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마크 잭슨 감독도 플레이오프에서 떨어지자마자 바로 아웃되더라고요.

프로 원년부터 한 시즌도 빼놓지 않고 현장에 있었어요. 제일 중요한 건 건강이 허락하니까. 구단이 팀 전력을 8~9위 정도로 봤을 때, 5~6위를 하면서 잘했다고 평가받은 경우도 있어요. 어쨌든 게으름 안 피우고 열심히 했어요. 모비스 와서는 꾸준히 성적이 나서 구단하고 관계도 좋아요. 성적 좋다고 구단한테 너무 많은 걸 바라면 안 돼요. 잘할 때나 못할 때나 똑같이 필요한 건 도움을 달라고 하고, 구단이 무리라고 하는 건 받아들일 필요가 있죠.

프로야구는 현장과 프런트의 분업화가 서서히 자리를 잡고 있어요. 프런트의 일이라 할 만한 선수 영입은 구단에 일임하는 편인가요? 상의해요. 그런데 저희는 선수를 영입한 경우가 거의 없어요. 트레이드도 중간 정도나 백업요원들을 바꿨지. 큰 건은 작년의 김시래와 로드 벤슨의 트레이드 말곤 없어요.

모비스에 부임한 뒤 네 번 우승했어요. 이제 구단에서 매 시즌 우승에 대한 기대가 있을 텐데, 그런 팀에서 감독 생활을 한다는 건 어떤가요? 서로 행복하죠. 사실 작년 시즌 중에 트레이드를 시도하면서 한 번 우승하면 대성공이라고 생각했어요. 17년 동안 우승을 한 번도 못한 팀도 있잖아요. 그런데 올해도 우승한 거죠.

양동근, 함지훈 등 주축 선수들의 나이가 적은 편이 아니에요. 김시래라는 다음 세대의 주축이 될 만한 선수에 대한 아쉬움은 없나요? 있죠. 올해 신인 이대성이 좀 늦게 합류했잖아요. 그전에 사실 (김)종근이를 동근이 백업으로 연습을 많이 시켰어요. 이지원을 포인트가드로 돌려보기도 했고요. 그렇게 전지훈련을 마쳤는데도 시래가 없으니까 불안했어요. 대성이를 뽑은 건 저희 모비스의 행운이죠. 장래성이 뛰어난 아이예요. 하드웨어가 좋으니까.

프로 구단은 한 번의 우승을 위해 모든 걸 바꿀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과, 우승을 하지 못해도 5년, 10년간 강팀으로 팀의 정체성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는 입장이 있죠. 5년간 꾸준히 가면서 성적을 못 내면 무슨 의미가 있어요? 어쨌든 한 번 우승을 위해 시도하는 게 맞다고 봐요. 기회가 보이는데, 이만큼만 채우면 될 것 같은데 (트레이드) 안 할 수가 없잖아요.

대표적인 우승 세리머니인 그물 커팅에 참여하지 않았어요. “매번 하는 거 안 해도 된다”는 말은 여유이자 자신감처럼 들리기도 했고요. 여유를 부리려고 한 게 아니라 우왕좌왕하는 게 싫었어요. 쫓기는 거 되게 싫어하거든요. 일이 딱딱 약속이 돼 있어야지. 기자들이랑 한참 얘기하고 있는데, 나와서 자르라고 하는 게 말이 안 되죠.

‘약속’이야말로 유재학과 모비스 농구의 핵심 아닌가요? 정해놓은 룰을 위반하는 건 용서가 안 돼요. 출발시간이든 밥 먹는 시간이든. 그런데 사실 농구코트 안에서는 반반이에요. 그런 약속된 작전들로 성적을 내긴 하지만…. 2010년 시즌 끝나고 술자리에서 제가 선수들한테 미안하다고 했어요. 선수 입장에선 창의적인 농구를 못하게 되는 거니까. 예를 들어 어떤 선수가 슛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어요. 돌파하면 열 개 중에 한 개 넣고 아홉 개는 밖으로 빼거나 에러가 나요. 그렇다면 그걸 해야 되느냐. 그 선수한테 3, 4년 돌파를 다시 가르치면 되겠죠. 그 사이에 팀은 망가져요. 딱 짜인 농구 같아서 재미없다는 팬들도 있는데, 성적을 내야 하잖아요. 개인한테 맞춰줄 순 없어요.

양동근과 함지훈이 있긴 하지만, 10년간 모비스에 개인 기량으로 리그를 뒤흔들 만한 선수는 없었어요. 허재 같은 선수가 팀에 있다면 어땠을까요? 많이 끊었을 거예요. 전 가지 친다고 표현하는데, 허재라도 가지치기 했을 거예요. 그 정도로 잘하는 선수는 공 소유 시간이 굉장히 길거든요.

양동근은 “다른 팀 선수들이 대표팀에 와서 유재학 감독님께 농구를 배우면 어려워한다”고 했어요. 어떤 부분이 그런가요? 일단 운동 강도가 셀 거예요. 서킷 트레이닝을 모비스에서 하는 양의 반밖에 안 시켰는데도 많은 거죠. 그런데 그보다 절 어려워하는게 더 큰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전 연습시간에 잠깐이라도 딴 짓 한다거나 그런 부분에 굉장히 예민하거든요. 그걸 어렵다, 힘들다고 하는 거죠.

직설적인 편인가요? 무지하게 직설적이죠. 바로바로 얘기해버리니까. 감독은 어쨌든 욕먹는 직업이에요. 감독이 선수한테 칭찬받고, 선수가 감독 좋아하면 그 감독은 실패한 거예요. 그럴 수가 없어요.

한 시즌 동안 사용하는 전술이 몇 개쯤 되나요? 공격 패턴 같은 건 한 라운드에 15~20개를 써요. 그러면 2라운드쯤 지나면 상대팀에서 다 알아요. 그럼 몇 가지 바꿔요. 다 합하면 40~50개쯤 되지 않을까요?

수비는 더 많을 것 같아요. 그렇진 않아요. 큰 틀로 보면 많죠. 지역방어 몇 개, 맨투맨도 새깅 맨투맨, 하프코트 프레스, 풀 코트 프레스…. 그건 누구나 다 아는 거고, 다른 구단이 안 하는 건 대여섯 가지쯤 돼요. 그걸 비시즌 내내 연습해서 상대팀을 괴롭히는거죠. 복잡해서 선수들이 처음엔 적응을 못해요.

작전타임에서 공격보다 수비에 대해 훨씬 많은 지시를 내리는 듯 보여요. 맞아요. 아마 제 작전시간이 감독 중 제일 짧을 거예요. 시간이 남아요. 카메라 들어오면 할 말이 없어서 밖에 좀 서 있기도 하고. 공격은 연습이 다 되어 있으니까, 우리가 붙여놓은 시그널 하나만 얘기하면 끝나는 거거든요. 수비도 돌아가는 상황을 잠깐 얘기해보면 어떤 선수가 틀렸는지 알아요. 그 부분만 집어서 얘기해요.

작전타임마다 카메라가 벤치로 들어가는 건 어떤가요? 공들여 짠 작전이 노출될 수도 있죠. 감독들은 반대하죠. 말 토씨 하나까지 다 나가니까. NBA도 작전타임을 찍긴 하지만 방송에 나가는 멘트는 “우리는 할 수 있어” 같은 것 정도예요. “너 어디로 가고, 어떻게 움직이고” 같은 건 안 내보내요. 우리는 작전판까지 보여주잖아요. 잘못됐다고 생각해요.

올해 챔피언 결정전에선 LG의 제퍼슨을 같은 외국인 선수가 아니라 함지훈과 문태영이 막은 게 유효했어요. 미리 준비했던 전술인가요? 아까 얘기한 대여섯 개의 전술이랑 틀은 같은데, 매치업만 바꾼거예요. 제퍼슨이 골 넣는 감각은 정말 예술이에요.

이곳 훈련장 벽면엔 커다랗게 ‘DEFENCE’, 반대쪽엔 ‘REBOUND’라고 쓰여 있어요. 구단에 직접 요청했나요? 농구의 기본이잖아요. 지금까지 작전 얘기했지만, 다 필요 없어요. 기본이 안 되는 날은 무조건 져요. 일단 리바운드 많고, 실점이 적어야 돼요. 저희 선수들이 키가 크진 않지만 끈질기게 수비해요.

수비와 리바운드는 기술보단 의지의 문제 같아요. 선수를 영입할 때 그런 부분에 초점을 맞추나요? 강조하면 돼요. 주희정은 가드인데 리바운드를 많이 잡잖아요. 그건 스스로 골밑에 들어가서 잡는거거든요. 선수들한테 자꾸 하라고 하면 돼요.

경기장에서 언제 가장 희열을 느끼나요? 종료 얼마 안 남은 작전타임에서 지시한 내용이 그대로 성공해서 이기는 경우죠. 닭살 돋아요. 근래에는 성공률이 좀 떨어졌는데, 옛날엔 아주 높았어요. 슛이 안 들어가서 실패하는 경우는 있지만, 오픈 찬스까지는 거의 만들어내는 편이에요.

올 시즌엔 3점 차 내 박빙 승부에서 결과가 그리 좋지 않았어요. 정규리그를 통틀어 2승 5패. 마지막을 책임질 확실한 승부사가 필요하진 않나요? 근래 들어서 그렇게 돼 버렸어요. 해결사, 슈퍼스타가 없다는 것도 이유일 수 있는데 그보단 선수들이 나이가 들어서 체력이 달리는 거죠. 달리 말하면 팀에 백업 선수가 부족하단 얘기예요. 제가 선수를 잘 믿지 못하는 편이라 그래요. 전지훈련 때부터 백업 선수들 준비를 다 시켜놓아도, 시즌 초반에 막상 성에 안 차면 주전 위주로 가게 되는 거예요. 제 약점일 수도 있죠.

백업이 부족한 건 강팀의 숙명이기도 해요. 드래프트에서 좋은 선수를 뽑기 어려운 데다, 기존 선수 연봉은 계속 오르니 외부 영입도 쉽지 않고요. 그렇죠. 보통은 우승하고 팀이 고꾸라지는 경우가 많잖아요. 우리는 선수들이 착해서 팀이 안 망가지는거예요. 제가 요구한 대로 해주니까.

당장 모든 선수를 대상으로 드래프트를 할 수 있다면 1순위로 누구를 뽑고 싶나요? (김)주성이는 이제 나이가 꽤 있고, 양동근이나 함지훈?

함지훈은 전술적 가치가 굉장히 높은 선수지만, 김종규처럼 젊고 가능성 있는 선수를 ‘가지치기’하며 키우는 게 장기적으로 더 유리하지 않을까요? 함지훈은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이 많은 선수예요.

가장 쓴소리를 많이 하는 선수이기도 하죠? 동근이한테도 많이 해요. 그런데 동근이는 뭔 얘길 꺼내려고 하면 벌써 알아요. “이리 와봐” 하면 “죄송합니다” 이러니까. 지훈이는 대꾸가 없어요. 쑥스러워서 저한테 “감독님, 죄송합니다”를 못해요. 그러니까 얘기를 계속하게 돼요. 농구할 때 어떻게 움직여야 되는지는 자기도 다 알아요. 근데 발이 안 떨어지는 거예요. 게을러서. 머리가 보통이 아니에요.

미래의 감독감이네요. 그렇죠. 왜 욕을 많이 먹는 줄 아냐고 물어보면 씩 웃어요. 다 아는 거죠. 성격이에요.

함지훈이 FA가 됐어요. 팀을 떠날 수 있을 거란 생각도 하나요? 한 번도 안 했어요. 왠지 우리 팀 선수들은 안 갈 것 같단 확신이 들어요. 이상하긴 한데, 우리 팀에 있다가 다른 팀에 가서 잘된 선수가 한 명도 없어요.

편해져서 그런 것 아닐까요? 저희가 운동시간으로 따지면 꼴지일 거예요. 대신 강도 있게 집중해서 하죠. 그러다 다른 팀 가면 편해요. 자유로워서 좋고 농구가 더 잘될 것 같지만, 슬슬 다른 데 신경 쓰게 되는 거죠.

내년이 감독 계약 마지막 해예요. 우승 감독으로서 재계약 시점에 구단에 요구하고 싶은 건 없나요? 특별한 거 없어요. KBL 제도상 갑자기 선수를 툭 데려올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옛날엔 그게 가능했죠. 제가 모비스 오고 현주엽이 FA가 됐어요. 단장님이 “잡아드릴까요?” 물으셨는데, 제가 괜찮다고 했어요.

현주엽을요? 모비스가 꼴지할 때였어요. 슈퍼스타 한 명 온다고 나아질 팀이 아니었죠. 주엽이는 좋은 선수지만 자기가 쥐고 흔들어야 되는 스타일이에요. 리빌딩 팀엔 어울리지 않죠.

지금 모비스도 리빌딩을 준비해야 하는 시점 같아요. 양동근이 서른넷, 함지훈이 서른하나, 문태영은 서른일곱이죠. 생각하고 있어요. 다 깨부수고 만드는 게 아니에요. 골격은 두고 다른 부분을 맞춰야죠. 모비스란 명문구단을 만든 아이들이 남아 있으니까.

다음 시즌부턴 이대성을 비롯한 젊은 선수들의 출장시간이 늘어나는 건가요? 누구의 출장시간을 의도적으로 늘리고 그런 건 아니에요. 농구 자체를 바꾸려고 해요. 그러면 자연히 안 뛰던 선수가 뛰어야 되잖아요. 제가 비시즌에 국가대표팀 때문에 자리를 비워야 해서 걱정이에요. 코치들에게 숙제를 주고 갈 거예요. 대성이랑 동기인 (전)준범이랑 (김)영현이도 팀의 중심에 근접할 만큼 성장시켜야 해요. 공격은 자기 장점을 살리면서 가는 거지만, 수비는 그런 거 없어요. 수비 패턴을 계속 반복해서 훈련하면 돼요.

그렇다면 선수에게 수비력이란 지표는 없다고 보나요? 있죠. 그렇지만 안 되는 아이들도 우리 팀 들어오면 할 수 있어요. 양동근이 군대 가고 없을 때 저희 정규리그 우승했어요. 수비로 이긴 거예요. 재미있는 게, 갓 팀에 들어온 선수한테 수비 시키면 뚫렸을 때 안 따라가요. “아!” 이러고 서 있어요. 그것부터 고쳐야 돼요. 계속 반복하면 나중엔 뚫렸다는 생각이 들어도 자동적으로 몸이 가요. 그 정도만 돼도 반 이상 성공한 거거든요. 공격자가 수비 젖혀놓고도 뒤를 한번 보게 되니까.

KBL엔 이상한 제도가 많아요. FA 이적은 거의 불가능하고, 귀화 혼혈선수는 3년을 뛰면 팀을 옮겨야 하죠. 장기적인 팀 운영계획을 세우기가 쉽지 않을 듯해요. 제일 문제가 KBL 이사들이에요. 각 팀의 단장들이 이사를 맡는데, 자기 팀만 생각해요. 안 잘리려고. 요만큼이라도 농구를 생각한다면 멀리 보고 플랜을 짜야죠. 제가 총재 같은 분들 있는 자리에서 심판들 뭐라고 하지 말라고 했어요. 1년 전에 만든 룰에 적응할 때쯤 되면 또 새로운 걸 만드는 데 어떡해요. .

축구 국가대표팀을 뽑을 땐 기술위원회가 중요한 역할을 하죠. 농구엔 KBL과 대한농구협회가 구성한 국가대표팀 운영위원회가 있어요. 농구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에 나갈 선수를 뽑는 데는 문제가 없었나요? 네. 같이 회의를 해요. 위원회에서 24명 예비 명단을 제출해달라고 하면 제가 제출하고 보고를 하죠. 차출불가 사유가 있으면 누군가 제동을 걸거나 다시 협의하겠죠? 그런데 그런 경우는 없었어요.

객관적으로 최고의 선수를 모두 뽑아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감독의 의중에 부합하는 선수를 골라야 한다고 보나요? 저한테 맞는 선수요. 지난 아시안게임 나갈 때 24명을 집합시켜서 훈련을 했어요. 코치들이 왕복 스프린트를 시키는데, 모 선수가 출발점이랑 도착점을 정확히 안 찍고 중간에 돌아오는 거예요. 코치가 찍으라고 몇 번 지시했더니 선수가 표정으로 화를 내요. 그래서 제가 훈련 중단시키고 나가라고 했어요. 대표팀 최종 12명에도 뽑힌 적 있는 좋은 선수였지만, 저는 그런 선수 필요 없어요.

이대성의 15인 명단 선발이 좀 논란이 되기도 했어요. 김시래나 박찬희보다 나은 선수라고 생각하나요? 이런 거예요. 이대성이 낫지 않아요, 국내에서는. 전 국제대회를 나가는 거예요. 시래는 키가 작아요. 찬희는 스틸은 좋은데 안정성이 좀 떨어져요. 반면 대성이는 몸이 크고 손이 빨라요. 가서 수비 맡기면 앞 선의 가드 하나는 막겠다 싶은 거죠.

지난해 아시아선수권에서 주전 센터로 뛴 이승준이 부상이라는 점이 대표팀의 불안요소로 꼽히고 있어요. 저도 관련 기사를 많이 봤는데 좀 답답해요. 승준이 있으면 리바운드, 속공이 좋아지긴 해요. 필요한 선수죠. 그런데 우리가 이길 수 있는 팀들하고 할 때 더 잘하는 거라, 큰 공백은 아니에요. 대신 대표팀 예비 명단 24명 안에 문태종이 있어요.

그렇다면 프로농구 신인왕 김종규와 대학생 이종현이 센터를 맡게 될 텐데, 지난 프로아마최강전에서 맹활약한 이종현에 대해 “대학 무대에선 검증할 수 없다. 프로에서 외국인 선수와 대결해야 냉정하게 평가를 내릴 수 있다”고 선을 그었어요. 센터가 걱정이에요. 국내에서 하는 스타일대로 이란, 중국, 요르단의 큰 선수들 만나면 백전백패예요. 그 친구들은 키는 물론이고 수비도 좋아요. 우리만의 확실한 색깔이 있어야 돼요. 아시아선수권 때는 40분 내내 풀코트 프레스를 했어요. 5:5의 시간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고 생각한 거죠. 그래서 아시아선수권에선 종현이가 종규나 승준이보다 적게 뛰었어요. 종규랑 승준이는 빠르니까 프레스에 참여할 수 있잖아요.

이번엔 다른 특별한 작전을 세웠나요? 마찬가지로 프레스예요. 그런데 변형을 많이 준 프레스. 예를 들어 우리가 공격 성공하면 프레스를 하고, 실패하면 지역방어를 한다는 식의 일반적인 패턴에서 벗어나는 거죠. 하프라인 넘어와서도 많은 변화를 주고.

지난 아시아선수권에서 중국을 꺾은 뒤 그리스 출신의 중국 감독을 두고 “아시아 농구에 대해 파악이 안 됐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어요. 아시아 농구는 특수한가요? 아시아선수권 시작 전에 중국과 호주의 연습 경기 영상을 입수해서 봤어요. 키 195짜리들이 프레스를 거는데 게다가 빨라요. 절대 못 이기겠다 싶었죠. 그런데 정작 대회에선 프레스를 안 하는 거예요. 그리고 유럽 스타일의 외곽 농구를 했어요. 공격에서 2미터 10센티미터가 넘는 왕즈즈, 이젠롄 외곽에 포진시키고….

요즘 한국 농구는 센터는 센터대로 기근인 한편, 슈터도 사라졌어요. 센터가 사라지면 좋은 선수들이 가드나 포워드 포지션으로 몰릴 법도 한데요. 저도 의문이에요. 오히려 센터는 예전보다 좋아졌어요. 뉴델리 우승할 때 골 밑에 신선우, 임정명 두 분이 계셨는데 득점이 많은 편이 아니었어요. 지금 센터들이 훨씬 크고 골도 잘 넣죠. 대신 옛날 한국 센터들은 패스가 좋았어요. 가드부터 센터까지 전부 재주꾼이었어요. 재미있게 농구를 배워서 그래요. 저도 초등학교 땐 일대일 많이 하고, 스텝 연습하고 그랬어요. 공을 많이 만져서 손의 감각을 길러야 돼요. 요즘은 어릴 때부터 지역방어와 전술을 가르쳐요.

프로에선 가장 전술을 강조하는 감독 아닌가요? 어릴 땐 아니죠. 그리고 어릴 땐 뛰게 하면 안 돼요. 산에 오르고 그러잖아요. 그냥 공 갖고 놀고 좋아하는 거 자발적으로 연습해야 돼요. 아마추어 때까진 지역방어도 안하는 게 좋아요.

“스타는 명장이 될 수 없다”는 말은 어떤가요? 하하. 동의 못하죠. 그 말이 왜 나오느냐면, 스타가 게을러서 그래요. 제대로 안 해서. 아는 건 스타 출신이 더 많은데, 시간 투자를 덜 하는 거죠.

    에디터
    유지성
    포토그래퍼
    목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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