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들이려다 길들여지다, 재규어 F타입 쿠페

재규어는 대륙에서 가장 크고 아름다운 고양이과 맹수다. 성질이 만만치 않고 놀랍도록 사나우며 빠르기까지 하다. 쉽게 익숙해지거나 길들여질 리도 없다. F타입 쿠페는 그 중 독보적이다.

엔진 V6 3.0 가솔린 슈퍼차저 배기량 2,995cc 변속기 자동 8단 구동방식 후륜구동 최고출력 360마력 최대토크 45.9kg.m 0~100km/h 5.3초 최고속도 시속 275킬로미터
엔진 V6 3.0 가솔린 슈퍼차저 배기량 2,995cc 변속기 자동 8단 구동방식 후륜구동 최고출력 360마력 최대토크 45.9kg.m 0~100km/h 5.3초 최고속도 시속 275킬로미터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이륙한 재규어 전용기가 하강하기 시작할 때, 창밖으로 산과 평야가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산은 거칠고 평야는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레리다Llieda는 스페인 북동부 카탈루니아 지방에 있는 도시, 우리는 작은 공항 활주로에 내렸다. 재규어 F타입 쿠페 20여 대가 활주로에서 오전 10시의 햇빛을 그대로 받고 있었다. 거기 내린 사람들 모두 이 차의 실물을 처음 보는 순간이었다. 공식 출시는 컨버터블이 먼저였다. 완벽한 균형, 덜어내고 또 덜어낸 것같이 단순한 선과 면으로 그린 아름다움, 천 지붕을 열고 달렸을 때 느낄 수 있는 오만 가지 감정…. 아름다움과 흥분을 기준 삼아 견줬을 때, 재규어 F타입 컨버터블은 명실상부 유일했다.

F타입 쿠페를 그저 ‘컨버터블에 지붕을 얹은 형태’로 이해하는 건 좀 곤란하다.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지붕이 생겼다는 물리적 차이를 디자인과 엔지니어링을 통해 미학적으로 격상시켰다. 전 세계에서 모여 지금 막 전세기에서 내린 기자들은 재규어가 마련해놓은 강의장으로 이동하기 전에 F타입 쿠페가 도열해 있는 곳으로 웃으면서 걸어갔다. 거의 본능적으로, 진귀한 초콜릿을 발견한 아이처럼, 아름다운 그림에 손을 한번 대보고 싶은 심정으로. 재규어 스태프들은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우릴 보면서 웃고 있었다. 기자들은 차를 배경으로 사진 몇 장을 찍었다. 조금 있으면 해가 더 높이 뜰 것이다. 그럼 지금처럼 유려하게 차체에 반사되는 스페인의 햇빛을 놓칠 수도 있었다. 그렇게 상쾌한 조바심이 그날 레리다 공항의 오전을 장식하고 있었다.

재규어 F타입 쿠페의 차체는 100퍼센트 알루미늄이다. 가볍고 단단하며 재규어가 지금까지 만들어온 자동차 중 최고의 비틀림 강성을 확보했다. F타입 컨버터블 출시 당시, 그 디자인에 대해 얘기하던 재규어 수석 디자이너 이안 칼럼은 100점 받은 시험지를 자랑하려고 집으로 뛰어가는 소년 같았다. 너무 잘했으니까, 자동차의 아름다움은 머리로 생각하기 전에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거라서 그랬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F타입 쿠페 역시 기대 이상이었다. 모두의 상상을 그대로 충족시키면서, 그보다 나은 형상을 하고 태어난 것이다.

이런저런 설명을 듣고 두 명씩 짝지어 차에 올랐다. F타입 S 쿠페였다. 2,995cc V6가솔린 엔진이 최고출력 380마력, 최대토크 46.9kg.m을 낸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킬로미터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4.9초다. 안전 최고속도는 시속 275킬로미터에 제한돼 있다. 수치만 보면, ‘꽤 괜찮네’할 수 있는 정도의 성능제원이다. 시속 100킬로미터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4.9초라는 건 스포츠 쿠페의 정체성에 딱 맞는 것처럼 느껴진다. 공격적으로 달릴 수 있는 가능성을 남겨뒀지만, 슈퍼카가 달리듯이 간담이 서늘한 정도는 아니라는 뜻이다. 하지만 공도를 지배하는 데는 무리가 없는 성능이다. 레리다의 고속도로와 산길을 헤집을 때도 같은 심정이었다. 게다가 가슴을 건드리는 이 격한 소리를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

재규어 F타입 쿠페가 내는 소리는 변화무쌍하다. 누군가를 겁박하는 것처럼 낮게 그르렁거리다, 탐색하듯 일정하다, 공격 직전의 위협처럼 고조되다, 치고받고 물고 뜯는 절정의 순간에는 금속성 고음이 날카롭게 꽂힌다. 메리디안meridian이 디자인한 오디오 시스템을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는데, 운전석에서 어떤 소리를 들을지는 즐거운 선택의 문제일 것이다. 제대로 균형 잡힌 디지털 사운드의 세부를 감상할 수도, 재규어가 세심하게 설정한 배기음을 즐길 수도 있다는 뜻이다. 기어봉 뒤에 있는 몇 개의 버튼 중 배기구 모양 그림이 그려진 버튼을 누르면 배기음이 증폭된다. 그때부터는 더 사납고 더 거대한 재규어가 달리는 것 같다.

모터랜드 아라곤에서의 재규어 F타입 R 쿠페 재규어 F타입 R 쿠페의 성격을 가장 화끈하게 즐길 수 있는 곳은 단연코 트랙일 것이다. 모터랜드 아라곤은 전남 영암에서 열리던 F1 시합이 이어 열릴 수 있는 곳으로 물망에 올랐다고 한다. 훨씬 어렵고 까다로운 트랙이다. 블라인드 코너가 많아서 한 코너를 탈출한 후에도 다음 움직임을 쉽게 예측할 수 없고, 코너마다 높낮이 또한 다양하다. 트랙 안에 오르막과 내리막이 섞여 있다는 뜻이다. 고속 직선 코스에서는 시속 250킬로미터에 가까운 속도로 질주할 수 있다. 이 트랙에서 재규어 F타입 쿠페를 마음껏 운전하려면 숙련된 정신력과 체력, 이 차를 친구로서 이해하려는 자세 또한 필요할 것이다. 그래야 100퍼센트 순수하고 보다 본질에 가까운 의 재규어를 만날 수 있다.
모터랜드 아라곤에서의 재규어 F타입 R 쿠페 재규어 F타입 R 쿠페의 성격을 가장 화끈하게 즐길 수 있는 곳은 단연코 트랙일 것이다. 모터랜드 아라곤은 전남 영암에서 열리던 F1 시합이 이어 열릴 수 있는 곳으로 물망에 올랐다고 한다. 훨씬 어렵고 까다로운 트랙이다. 블라인드 코너가 많아서 한 코너를 탈출한 후에도 다음 움직임을 쉽게 예측할 수 없고, 코너마다 높낮이 또한 다양하다. 트랙 안에 오르막과 내리막이 섞여 있다는 뜻이다. 고속 직선 코스에서는 시속 250킬로미터에 가까운 속도로 질주할 수 있다. 이 트랙에서 재규어 F타입 쿠페를 마음껏 운전하려면 숙련된 정신력과 체력, 이 차를 친구로서 이해하려는 자세 또한 필요할 것이다. 그래야 100퍼센트 순수하고 보다 본질에 가까운 의 재규어를 만날 수 있다.

 

인테리어의 면면 재규어 F타입 쿠페의 인테리어는 단순하고 효율적이다. 버튼을 최소화했고, 색깔은 인상을 좌우할 수 있는 정도로만 아주 영리하게 썼다. 주황색이나 빨간색이 들어간 세부는 아주 멋지다. 가죽의 질감, 스티치의 정교함 같은 건 논란의 여지가 별로 없다. 고고한 감성 품질이야말로 양보할 수 없는, 재규어만의 자존심이라서.
인테리어의 면면 재규어 F타입 쿠페의 인테리어는 단순하고 효율적이다. 버튼을 최소화했고, 색깔은 인상을 좌우할 수 있는 정도로만 아주 영리하게 썼다. 주황색이나 빨간색이 들어간 세부는 아주 멋지다. 가죽의 질감, 스티치의 정교함 같은 건 논란의 여지가 별로 없다. 고고한 감성 품질이야말로 양보할 수 없는, 재규어만의 자존심이라서.

 

눈매와 엉덩이 재규어 F 타입의 헤드램프에 쓰인 LED 램프의 모양을 J블래이드라고 한다. 알파벳 J처럼 돌아나가는 모양 때문이기도 하고, 검처럼 대범하고 날카로운 선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리어램프 불빛 역시 램프 전체를 받치는 듯 아래쪽을 날카롭게 두르고 있다. 전체적으로 풍만한 양감의 엉덩이와 극단적으로 어울린다.
눈매와 엉덩이 재규어 F 타입의 헤드램프에 쓰인 LED 램프의 모양을 J블래이드라고 한다. 알파벳 J처럼 돌아나가는 모양 때문이기도 하고, 검처럼 대범하고 날카로운 선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리어램프 불빛 역시 램프 전체를 받치는 듯 아래쪽을 날카롭게 두르고 있다. 전체적으로 풍만한 양감의 엉덩이와 극단적으로 어울린다.

고속도로에서는 시간차를 두고 출발한 몇 대의 재규어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다. 앞서가는 F타입의 엉덩이를 응시하는 건 괜찮은 경험이었다. 얇고 효율적이며 단호한 모양새다. 흔치 않은 양감, 만져보고 싶은 질감,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와 질주 중일 때 달라지는 표정 같은 것들. 스포일러는 시속 112.7킬로미터에서 자동으로 올라온다. 그럼 120킬로그램에 달하는 양력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생긴다. 이 날개가 다시 접히는 속도는 시속 80킬로미터다. 지금 도로에서 감상할 수 있는 자동차 중 가장 미래적인 엉덩이. 변화무쌍하지만 낭만적이고 섹시하기까지 한 런던 날씨 같기도 했다.

이렇게 달리는데 굳이 속도에 신경 쓸 필요가 있을까? 누굴 앞서 달릴 이유도 없었다. F 타입 쿠페 같은 차를 탈 땐 굳이 누굴 이기자는 건 아니니까, 공도에서 시합을 벌일 일도 없어서. 그러니 시선이 자유로워졌다. 멀리 바위산을 바라보다, 어딘가의 호수를 상상하다, 여기 사는 사람들의 평일은 몇 시에 시작해서 몇 시에 끝날까, 잠들 때는 얼마나 조용할까, 그런 생각까지 하게 됐다. 그러다 어떤 마을에 접어들었을 때, 거기 사는 사람들은 이 차에서 시선을 거두지 못했다. 도회적이어서? 미래를 제시하는 것 같아서? 그냥 낯설어서? 확신하건대, 아름다운 여자가 지나갈 때와 같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그저 감각적인, 이성이 개입할 여지가 없는, 재규어를 알든 모르든, 이안 칼럼이라는 걸출한 디자이너의 존재를 모르더라도…. 아름다운 것에는 그런 힘이 있다. 저항하려는 마음을 먹기도 전에 끌리고 마는 것이다.

공항에서 150킬로미터를 달려 도착한 트랙, 모터랜드 아라곤에서는 F타입 R 쿠페를 탔다. R은 레이싱racing의 머리글자를 딴 것이다. S는 스포츠sports다. F타입 R 쿠페는 그중 가장 고성능이다. 5,000cc V8기통 엔진의 최고출력은 550마력, 최대토크는 69.4kg.m이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킬로미터에 이르는 데 걸리는 시간은 4.2초. F타입 S 쿠페보다 0.7초 빠르다. 디자인의 차이는 감각적으로 알 수 있는 정도다. 몇몇 세부에 검정색이 좀 더 많이 쓰여서 공격적으로 보이고, 앞에서 보면 공기가 드나들 수 있는 구멍이 더 많이 뚫려 있다. 운전석에서는 공포의 정도가 다르다. 다른 여느 브랜드와도 다르다. 재규어가 고양이과 맹수라면, R은 그 가늠할 수 없는 사나움을 감추고 있는 녀석일 것이다. 건드리면 반응한다. 반응은 총체적이다. 가속, 회전, 제동…. 차가 움직이는 거의 모든 순간에 공포가 그림자처럼 배어 있다.

재규어가 만든 스포츠 쿠페는 순수하다. 청순하게 여겨질 정도다. 다른 독일 브랜드에서 톱니처럼 꽉 짜여 돌아가는 기계적 완벽함을 자랑할 때, 재규어는 ‘이거야말로 진짜 스포츠 쿠페를 모는 맛’이라며 기계적 여지를 남겨둔다. 온갖 전기장비가 차체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제어하게 하는 대신 사람이 통제할 수 있는 여백을 남겨둔다는 뜻이다. 그래서 어떤 독일 브랜드에 익숙한 사람은 재규어 운전석에 앉아서 불안함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마음먹은 대로 움직이기가 쉽지 않다고 할 수 있고, 다른 누군가는 다루기가 어렵다고 투덜댈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안에 재규어를 운전하는 진짜 재미가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안다. 광폭한 차를 다루는 건 기계나 전자장비가 아니라 손과 발이라는 걸 경험으로 아는 사람들, 그런 감각에 기꺼이 도전하고 싶은 사람 또한 있을 것이다. 재규어를 선택하는 사람은 그걸 이해할 줄 아는 사람, 스스로 흔치 않음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일 것이다. 이걸 영국식 전통 혹은 영국만의 재치라고 기꺼이 이해하면서 즐기는데까지 다다를 수 있다면….

트랙과 고속도로, 모세혈관 같은 산길을 이틀에 걸쳐 약 500킬로미터가량 운전했다. 마을에 접어들었을 땐 되도록 조용하게 지나가고자 속도를 줄였고, 고속도로에선 길 전체의 흐름을 주도하는 것 같았다. 산길에선 패들 시프트를 마음 내키는 대로 갖고 놀았다. 어떤 순간의 반응 속도, 다시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 뛰쳐나가는 힘 같은 걸 기계적으로 측정하고 싶은 생각은 연기처럼 피어오르다 곧 사라지고 말았다.

멋진 자동차를 굳이 소유하려는 데는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기계적 완벽함을 즐기기 위해서, 그런 자동차들이 갖고 있는 어떤 상징을 더불어 갖고 싶어서, 혹은 그저 유명하고 빠르니까 돈을 지불하는 사람도 없지 않을 것이다. 자동차의 진면목을 제대로 알아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재규어 F타입 쿠페는, 어쩌면 이 모든 흐름에서 좀 벗어나 있다. 딱 두 사람만 탈 수 있고, 따라서 디자이너의 역량을 100퍼센트 발휘할 수 있다. 멋과 낭만, 아름다움과 쾌락만을 눈치보지 않고 좇은 자동차라서 그렇다. 동시에 기술로 도달할 수 있는 경지를 음미할 수 있는 여지도 충분하다. 그를 통해 재규어가 추구하는 자동차의 성능을 만끽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들의 정통과 철학, 미래를 바라보는 시각을 가늠해보는 시간에도 가치는 있다. 어떤 정점으로서, 지금이 아니면 가질 수 없는 재규어라는 것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이 모든 가치 위에, 그저 순정한 아름다움이 있다. 공감할 수 있다면 거부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 후엔 스페인 레리다 공항을 중심에 두고 느꼈던 온갖 세세한 감정과 쾌락들을 서울에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길들이고 싶어서 운전석에 앉았다가 내릴 즈음에는 곧 길들여지고 말았던, 모든 움직임의 매혹에 대해서도.

알루미늄 차체 모터랜드 아라곤에는 이런 식으로 F 타입 쿠페의 골격을 직시할 수 있도록 뼈대가 전시돼 있었다. 자세히 보면 한 대의 쿠페를 만드는 데 몇 개의 알루미늄 패널이 쓰였는지 가늠할 수 있다. 단 세 개의 알루미늄 패널을 정확하게 가공해서 만든 것이 이 차체의 비밀이다. 눈으로 볼 수 있는 면은 거의 한 면의 알루미늄이라고 생각하면 맞다. 겉에서 볼 때 소름이 돋도록 단순한 선과 면은, 구조적으로도 단순함의 절정에 닿아 있는 것이다.
알루미늄 차체 모터랜드 아라곤에는 이런 식으로 F 타입 쿠페의 골격을 직시할 수 있도록 뼈대가 전시돼 있었다. 자세히 보면 한 대의 쿠페를 만드는 데 몇 개의 알루미늄 패널이 쓰였는지 가늠할 수 있다. 단 세 개의 알루미늄 패널을 정확하게 가공해서 만든 것이 이 차체의 비밀이다. 눈으로 볼 수 있는 면은 거의 한 면의 알루미늄이라고 생각하면 맞다. 겉에서 볼 때 소름이 돋도록 단순한 선과 면은, 구조적으로도 단순함의 절정에 닿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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