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물건에 관한 매우 사적인 이야기

하루에도 수천 번씩 생각한다. 그 해변에 가져갈 이 물건.

MICHAEL BASTIAN
이탈리아 서쪽으로 가면 해안 절벽을 따라 옹기종기 붙어 있는 다섯 마을을 만난다. 그래서 이름도 ‘마을 다섯 개’라는 뜻의 ‘친퀘테레’다. 몬테로소는 그중 다섯 번째 마을이다. 피렌체에서 몬테로소로 갈 땐 기차를 한 번 갈아타야 한다. 환승역인 라 스페지아에 내리면 목적지가 같은 수많은 사람을 만난다. 다 같이 친퀘테레행 열차에 오르는 순간, 모두가 거대한 일행이 된다. 생면부지 이탈리아 아저씨 아줌마나 젊은 일본인 커플과도 단체 관광을 온 것마냥 친숙해진다. 대부분의 남자는 수영복 트렁크와 티셔츠 차림이고, 여자들 역시 수영복 위로 원피스 하나 달랑 걸치고 있다. 몬테로소의 해변을 보고 나면 모든 게 이해된다. 바지 갈아입는 시간이 아까울 정도로 아름다워서. 마이클 바스티안 스위밍 트렁크는 꽤 짧아서 입고 출근할 자신은 없지만, 몬테로소로 가는 기차 안이라면 이거 하나로도 충분하다. 다른 바지는 어차피 쓸모가 없다. 박태일

GIVENCHY
하와이에 가면 오하우 섬 북단에 있는 노스쇼어에 가야 한다. 와이키키 해변은 인증사진 촬영 때문에 늘 붐비니까… 별로다. 다행히 노스쇼어엔 신혼여행자들은 별로 없고, 서퍼 반 물 반이다. 들떠서 바다로 몇 발짝만 들어가도 집채만 한 파도가 몸을 후려친다. 모래가 반쯤 섞인 바닷물을 들이키며 540도 회전을 하고 나면 부끄럽기도 해서 은근슬쩍 자리를 털고 일어나게 마련. 슬슬 해가 지고 있다면 근처 푸푸케아 해변으로 돌진한다. 푸푸케아 해변엔 바위가 많아 거대한 파도를 차례차례 부숴준다. 머리에 뭍은 모래를 ‘쿨’하게 털며 잔잔한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평화롭게 석양을 감상한다. 맨발이라면 뾰족한 바위 때문에 피 볼 수도 있다. 아쿠아슈즈보단 멋진 통을 준비한다. 올해는 유난히 가죽을 덧대지 않고 고무로만 만든 통은 찾기 어렵다. 결국 지방시에서 찾았다. 곡선이 미묘한 데다 귀여운 프린트도 있다. 이거다. 오충환

HERMÈS
바다는 마냥 좋다. 넓고 거대한 풍광에 속까지 뚫리는 바람, 게다가 귀여운 서퍼들까지 가득하다면 훨씬 행복해진다. 그렇대도 덥고 끈적이는 모래 위에서 잘 수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모래 위에서 자는 게 꽤 폭신하다는 걸 깨달은 건 하와이 선셋 비치가 처음이었다. 그 후로 비치 타월에 관심이 생겼다. 기모가 쉽게 나지 않고, 어느 정도 두께가 있으면서 무겁지 않은 비치 타월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길바닥에 깔고 누워도 수영장의 파란 타일에 누워 있는 것 같은 기분, 눕자마자 스르르 눈꺼풀이 감기는 보드라운 에르메스 비치 타월을 들고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곳이 있다. 니스와 모나코 사이에 있는 작은 바닷가 빌프랑슈쉬르메르. 장 콕토가 틈만 나면 묵었던 소박한 웰컴 호텔 테라스나 찬란한 지중해 태양 아래 누워 잠드는 기분은 어떨까. 김경민

PRADA
캘리포니아 1번 도로는 지구상에서 가장 로맨틱한 길이다. 차 문을 전부 열고 긴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면 세상의 모든 예쁜 것은 다 만난다. 그 아름다움이란 게 상상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정도니까, 망설이거나 주저하고 있던 마음도 달라진다. 세상이 이렇게 멋진데, 다 못 보고 죽을지도 모르는데, 더 이상 기다리는 건 병신 짓이라는 깨달음을 얻는다. 그 길 어디쯤에 주마 비치가 있다. 아직까지는 덜 유명해서 조용하고 한가롭고, 깃털이 만신창이가 된 난폭한 바다새들도 가끔 나온다. 말리부의 해변에서 술을 마시면 경찰이 출동한다는 얘기도 종종 듣지만 실제로 잡혀가는 건 못 봤다. 모두들 벌컥벌컥 열심히 마시는 데 벌금 걱정을 하는 것도 한심한 일이고. 프라다의 BYOB 쇼퍼 백은 이름처럼 술을 채워서 어디든 가라고 만든 가방이 틀림없다. 이 커다란 가방에 티셔츠로 둘둘 만 화이트 와인 서너 병만 넣어가면 둘이서 정오 즈음부터 일몰 직전까지 잔잔하게 놀 수 있다. 그리고 한 병은 꼭 남겨둬야 한다. 주마 비치의 선셋을 보면서 술을 안 마시는 건 세상에서 제일 멍청한 짓이다. 강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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