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알고있는 유럽 <2>

밖으로 나가기 싫은 호텔, 웬만해선 남에게 가르쳐주기 싫은 비경, 두 번 가고 세 번 가는 식당, 동시대를 살고 있음을 기념하는 전시회, 둘 중에 고민하다 둘 다 살 수밖에 없는 가게….

부르고뉴 와이너리 ‘루 뒤몽’, 쥐브레-샹베르탱, 프랑스 와이너리 투어는 ‘럭셔리’의 대명사 같지만, 막상 가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부르고뉴 지방에서 와이너리 한 군데를 들러보고 싶다면 쥐브레 샹베르탱에 있는 (로마네 콩티 포도밭이 있는 본 로마네와도 가깝다) 메종 루 뒤몽이 좋겠다. 첫 번째 이유는 이 집 와인이 정말 끝내주니까,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주인이 한국 여자니까. 거제도가 고향인 박재화 대표로부터 진한 경상도 사투리로 와인 얘기를 듣다 보면, 이게 지금 보리찬지, 와인인지, 막걸린지 모르겠는 채, 꿀떡꿀떡 아리랑 스리랑 잘도 넘어간다. www.loudumont.com

 

세라벨라, 바르셀로나,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있는 150년 된 양초 가게. 젊은 디자이너들과 협업한 새로운 디자인을 선보이는 것은 물론, 크기별, 모양별, 굵기별, 색깔별로 수많은 모델을 보유하고 있다. 그야말로 초의 기본을 보여주는 가게다. www.cerabella.com

 

체키니의 정육점, 판자노,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의 유명인사 다리오 체키니가 운영하는 정육점이자 레스토랑. 예약한 손님들이 빙 둘러앉으면, 공습경보 때 울리는 사이렌 소리와 함께 다리오 체키니가 한 손에 고기를 들고 만세를 부르듯이 외친다. “고기여 영원하라!” 두툼하다는 말로도 어림없는 고깃덩어리가 마침내 접시로 오면, 덩달아 소리치고 싶다. “육식이여 영원할지니!” 피렌체에서 버스로 한 시간 정도 걸린다. www.dariocecchini.com

 

파라디 호텔, 파리, 프랑스 ‘파리의 다락방’이라는 말에 가장 현대적으로 어울리는 호텔 같다. 깨끗하다는 말로는 부족해 보이는 흰색, 작은 방을 정확하게도 구획하는 선과 패턴과 디자인. 그리고 창문 밖으로 보이는 몽마르트 언덕. 7월엔 클래식 싱글룸이 72유로까지 내려간다. www.hotelparadisparis.com

 

핀초 바 ‘체페차Txepetxa’, 산 세바스티안, 스페인 미슐랭 가이드의 별이 우수수 쏟아지는 스페인 북부. 하지만 예약 자체가 어렵다는 그 어마어마한 레스토랑들이 아니더라도, 식도락을 즐길 이유는 빽빽하다. 예를 들어 거기엔 타파스가 아니라 ‘핀초’가 있다. 바스크어다. 먹는 방식도 달라서, 핀초는 저녁에 이집 저집 다니며 한두 개씩 사먹는 식으로 즐긴다. 산 세바스티안 구시가 골목엔 핀초 집들이 즐비한데, 체페차라는 곳에선 주로 안초비를 기본으로 기막힌 핀초를 낸다. 거기에 화이트 와인의 일종인 차콜리를 한 잔 두 잔 걸치기 시작하면…. 그런가 하면 산 세바스티안에는 두 개의 초승달 모양 해변이 있다. 하나는 넓고 조용해서 산책하는 이들이 많고, 하나는 사납고 거칠어서 서퍼들이 몰려든다. www.bartxepetxa.com

 

델아쿠아 파올라Dell’Acqua Paola 분수, 로마, 이탈리아 올해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한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의 <더 그레이트 뷰티>가 곧 국내에서도 개봉한다. 어떤 영화는 곧장 어떤 도시에 속해버리기도 하는데, 이 영화는 철저히 로마에 속해서는 아예 로마에 경배를 바친다. 한 절필한 소설가의 취향과 관점을 따라가면서, 영화는 줄곧 궁국의 아름다움에 대해 취한 듯이 질문하고 사색한다. 그 첫 장면을 촬영한 곳이 바로 델아쿠아 파올라 분수다. 로마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있다. 영화 속에서는 거기서 사진을 찍던 관광객이 갑자기 쓰러진다.

 

갤러리 큐비스타, 프라하, 체코 바로크 양식의 건물과 화려한 아르누보의 필터로만 프라하를 보다 보면, 놀랍도록 현대적인 큐비즘의 흔적들을 놓칠지도 모른다. 사선과 직선과 다이아몬드 모양이 기하학적인 패턴으로 정렬된 큐비즘의 흔적은 오래된 식당의 매트 위에서도, 건물의 창문에서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1912년에 설립된 최초의 큐비즘 건물 ‘블랙 마돈나 하우스’에는 큐비즘 박물관이 있다. 한산한 이곳을 여유롭게 둘러본 뒤 1층에 있는 갤러리 큐비스타 뮤지엄 숍에는 꼭 들른다. 파벨 야낙 디자인의 식기들로 당장 트렁크를 꽉 채우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솔직히 돈 조반니 인형극보다 훨씬 더 신난다. www.kubista.cz

 

아주 오래된 레슬링, 에디르네, 터키 터키어로 ‘크르크프나르 야러 귀레시’라 부르는 레슬링 경기가 있다. 온몸에 기름을 바른 남자들이 대형 잔디밭에 들어가 떼로 레슬링을 펼치는데, 최후의 한 사람이 남을 때까지 경기가 이어진다. 그리고 챔피언은 영웅이 된다. 격투기야 인류의 역사와 늘 함께였다지만, 그 방식이 이토록 ‘날 것’ 인 스포츠라니. 이스탄불에서 가까운 에디르네에서 매년 여름 이 레슬링 축제가 벌어진다. www.facebook.com/KirkpinarEdirne

 

그라프턴Grafton 스트리트, 더블린, 아일랜드 더블린은 40세 이하의 인구 비율이 세계에서 제일 높다. 한밤중 펍이 즐비한 골목이든, 일요일 루이 비통 매장 앞이든, 한가로이 백조들이 노니는 오후의 공원이든, 어딜 가나 젊은 애들 천지다. 더블린의 묘한 생동감은 바로 거기서 나온다. 그중에서도 그라프턴 스트리트는 시내 중심가라 할 만한 거리다. 영화 <원스>에서 주인공이 버스킹을 하던 곳이기도 한데, 특히 HMV 앞에는 쟁쟁한 실력을 갖춘 밴드들이 연신 공연을 펼친다. 여기서는 누구나 젊을 수밖에 없다. 막 뛰어다니게 된다. 지척인 트리니티 칼리지 도서관은 물론, 조용하다.

 

프로즌 파운테인, 암스테르담, 네덜란드 가만 보면 암스테르담만큼 호오가 갈리는 도시도 드물다. 좋아하면 좋아하는 이유도 제각각인데, 그중 한 측면은 ‘디자인’에 근거한다. 프로즌 파운테인 같은 가게는 그 취향을 나누는 분수령 같은 곳이다. 로열 티켈라 마큄이며 마르셀 반더스며, ‘더치 디자인’으로부터 가지를 친 현대 리빙 디자인의 핵심이 잘난 척도 안 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쌓여 있다. <판타스틱맨> 편집장 거트 용커스가 좋아한다는 빵집 폴 애니Paul Annee도 가깝다. www.frozenfountain.com

 

도시의 물놀이, 뮌헨과 반제Wannsee, 독일. 여름에 반제 호수에서 찍은 사진을 보면 누구나 어디 해변이냐고 묻는다. 베를린에서 지하철로 20분이면 닿는, 이 해변 같은 호반은 어쩌면 베를린 사람들에게 바다 이상이다. 모래톱은 길고 넓은데 파도는 없다. 그리고 당연히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여 있다. 바다가 경쾌하다면 호수는 은밀하다. 반제의 낮과 밤은 어떻게 다를까. 한편 뮌헨에서는 시내 한복판에서 서핑을 즐긴다. 구글에 ‘아인스바흐Einsbach’ 라고 검색하면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있다. 새삼 한강에 ‘있었다’는, 그렇게 넓었다는 모래톱을 생각해본다.

 

베이스 뮤직 사운드 시스템 컬처 페스티벌 ‘아웃룩 페스티벌’, 풀라, 크로아티아 ‘무기를 악기로 바꾸고 싶다’는 음악가들의 바람이 이뤄졌다. ‘베이스 뮤직’은, 지난 세기의 ‘댄스 음악’이란 말을 대체할 만큼 플로어의 근본을 뒤흔드는 말. 올해는 로린 힐을 시작으로 디제이 프리미어, 자 샤카, 호레이스 앤디, 배링턴 레비, 골디, 디제이 마키로 이어지는 베이스 뮤직 아티스트와 디제이 등 200여 팀이 참여한다. www.outlookfestiv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