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알고있는 유럽 <1>

밖으로 나가기 싫은 호텔, 웬만해선 남에게 가르쳐주기 싫은 비경, 두 번 가고 세 번 가는 식당, 동시대를 살고 있음을 기념하는 전시회, 둘 중에 고민하다 둘 다 살 수밖에 없는 가게….

숨겨진 동네 해변 ‘칼라 살모니아Cala S’almonia’, 마요르카, 스페인 마요르카 남동쪽 외진 곳. 주변엔 이렇다 할 호텔도, 가게도 없다. 택시기사도 종종 길을 헤맨다. 그렇지만 일단 다다르면 모든 걸 잊는다. 숫제 개인 해변 같은 분위기에, 맨발로 디디면 거친 듯 든든한 바위 언덕이 자연스레 방파제 겸 울타리 역할을 한다. 물결이 잔잔한 안쪽에서는 풀에서처럼 헤엄을 치고, 바위 위에선 천상의 피조물이 따로 없는 스페인 십 대들이 연신 다이빙을 한다. 유럽의 주요 도시에서 가는 항공편은 거진 10만원 미만이다.

 

호텔 소호하우스 베를린, 독일 샤넬 재킷에 갭 티셔츠를 입는 멋이랄까. 이 호텔은 어떤 풍으로 설계되었다기보다, 그저 취향이 좋은 사람의 방을 빌린다는 편이 어울린다. 에르메스와 키츠네, 루벤스와 라이언 맥긴리가 함께 놓여있는 듯한 어떤 시각적 쾌감들. 턴테이블이 놓여 있는 더블 룸부터, 침대 바로 앞으로 사치스런 욕조를 놓은 스위트룸 개념의 아파트까지 거의 정확하게만 보일 지경이다. 복도에 놓인 웅장한 장식품 하나, 엘리베이터 한쪽에 휘갈긴 낙서 하나, 지나칠 수 없어 다만 눈여겨 보게 된다. 날짜를 잘 고르면 1박에 16만원짜리도 있다. www.sohohouseberlin.com

 

몽트레 재즈 페스티벌, 몽트레, 스위스 ‘재즈’라는 말을 굳어버린 장르가 아니라 하나의 태도로 해석하는 솜씨가 이렇게도 유연할 수 있다. 상상력의 범위를 초월하는 라인업을 하나하나 확인하는 즐거움은 과연 즐거움 자체. 여느 페스티벌처럼 개활지에 모여서 왁자지껄 노는 식이 아니라, 도시 전체를 들썩거리며 산발적으로 공연이 펼쳐진다. www.montreuxjazzfestival.com

 

레드 처치 스트리트, 런던, 영국 어떤 도시에서 가장 ‘에지 있는’ 지역을 알고 싶다면 A.P.C. 매장을 찾으라고 했던가? 베를린 미테 지구에 있는 물락 스트라세가 그렇듯이, 런던 동쪽에 있는 레드 처치 스트리트 또한 그 말의 맞춤한 예다. 런던 브릭레인에서 시작한, 소위 ‘젊은 예술가적인’ 기운이 점점 북상하며 해크니 쪽으로 번진 와중, 레드 처치 스트리트는 거의 새롭게 나타났다. 영국산 농산물을 파는 가게이자 카페인 알비온이 물고를 텄고, 레이버 앤 웨이트라는 참 유용한 편집매장(생활 잡화를 다루는데 하나하나 엄선된 것들을 모은다)과 어빈 시네마(고전적인 소극장 분위기가 나는 개봉관)가 뒤를 이었다. 간판도 없는 한두 평짜리 갤러리, 취향으로 세분화된 빈티지 숍, 마가렛 호웰이나 선스펠 같은 브랜드들. 무엇보다 담배 가게, 과일 가게, 빈집, 공터, 큰 나무들이 엉성하게 함께 있다. www.labourandwait.co.uk www.albioncaff.co.uk

 

 

세잔의 정원, 엑상프로방스, 프랑스 세잔의 아틀리에에 가면 세잔이 직접 설계한 정원이 있다. 사진가 권부문의 표현대로라면, 정원이라기보다 마치 숲 같은, 들어서는 걸음마다 기어이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내놓는 곳. 그는 이곳에서 작업한 결과물을 모아 ‘In the Garden of Cezanne’ 시리즈로 내놓았다. www.atelier-cezanne.com

 

 

데롤, 파리, 프랑스 손톱만 한 곤충부터 거대한 맹수까지 수많은 생물의 박제를 ‘파는’ 문제적 가게. 1831년에 개업한 이곳에 들어서는 순간, 느낌표와 물음표가 사정없이 솟구친다. 결국 남는 것은 아름다움에 대한 질문과 생각들. 더없이 매혹적이지만, 결코 불안을 떨칠 수 없는 기이한 가게다. www.deyrolle.com

 

중앙역, 앤트워프, 벨기에 아무도 이곳을 목적지로 삼지 않는다. 다만 지나쳐들 간다. 그런데 모든 게 아름답다. 드높은 돔이 있고, 여리지만 숭고한 유리창이 있다. 아침저녁으로 햇빛이 실내를 파고들어 빛이 번질 때가 절정이다. 마냥 뭔가를 기다리는 마음이라니. 몇 월 며칠 여기서 만나자는 약속 같은 거, 좀 머쓱할지도 모르겠지만, 한번 해보고도 싶다.

 

푸글렌, 오슬로,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에서 가까운 푸글렌은 낮에는 에스프레소바, 밤에는 칵테일바, 그리고 까다롭게 고른 노르웨이의 빈티지 소품을 판매하는 세련된 가게다. 잡지 <모노클>은 이곳을 ‘소규모 자본에 의한 베스트 컨셉트 세계 톱 5 ‘으로 뽑았고, 최근엔 도쿄 시부야에 첫 번째 분점을 내기도 했다. 1963년 오슬로에 있던 오리지널 숍의 모습을 그대로 복원했다고 한다. www.fuglen.com

 

마티스의 성당, 방스, 프랑스 라 샤펠 뒤 방스는 스테인드글라스부터 사제의 의상까지 모두 마티스의 손을 거친 성당이다. 특유의 색종이 작업으로부터 이어진 천진한 선과 색이 충분히 비워진 흰 벽과 함께 어우러진다. 마티스 미술관이 있는 니스와 마티스가 머물며 그림을 그린 작은 해변 도시 꼴리우르 등을 꼭지점 삼아 남프랑스 여정을 짜봄직하다. 한편 런던의 테이트 모던에서는 마티스의 전시 ‘Cut Outs’가 9월 7일까지 열린다.

 

아이슬란드 내륙 드라이브, 아이슬란드 아이슬란드 내륙은 원래 빙하지대였다. 지금은 거의 녹았지만, 여전히 사람이 살진 않는다. 나무 한 그루가 귀한 그 광활한 풍경 속으로 들어가려면 반드시 4륜구동 자동차를 몰아야 한다. 울퉁불퉁한 지형을 감당하는 것은 물론, 행여 물이라도 흐르면 그 물을 가로질러야 하니까. 급변하는 날씨와 한없이 늘어지는 시간 감각이 충돌하는 그곳을 운전하다 보면 점점 어딘가로 빨려가는 느낌마저 든다. 더구나 여름엔 백야가 있다. 자정에 진 해는 두 시간 후 다시 떠오른다. 한없이 어울리는 음악도 좋지만, 산통 다 깨는 음악도 비상용으로 준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