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난 색깔

A4보다 조금 더 큰 판형의 책장을 넘길 때마다 꽃이 펼쳐진다. 부분을 크게 찍은 사진에서 드러나는 결을 보고 생화가 아니라는 걸 알지만, 이 정교하고 예술적인 꽃들에게 ‘조화’라는 게으른 말을 붙일 수는 없다. ‘채화’는 고려시대에 시작되어 조선조까지 이어진 비단으로 만든 꽃을 가리킨다. 2백년 동안 그 명맥이 끊겨 있었던 채화를 중요무형문화재 궁중채화장 황수로가 평생에 걸쳐 복원했다. 궁중채화 전시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었던, 2014년 4월에 고궁박물관에서 열린 전시 <아름다운 궁중채화> 전을 책으로 옮겼다.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채화처럼 책마저 고유한 색깔을 입었다. 채화의 제작 기법까지 기록했다는 점에서, 다시는 사라질 수 없는 채화의 시작을 위한 상서로운 축복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