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이 살아 있다

두 마리의 용을 번갈아 본다. 하나는 청색, 다른 하나는 갈색이다. 당장이라도 그림에서 뛰쳐나올 것 같은 청색에 반해, 갈색은 용인지 호랑이인지조차 분간이 안 될 만큼 분명치 않은 모습이다. 조선 백자의 대표 양식인 청화와 철화에 각각 그려진 용의 이야기다. 좀처럼 동시대의 것으로 보이지 않는 두 백자의 결정적 차이는 칠에 쓰인 염료다. 회회청이라고 불리는 푸른빛의 코발트 염료는 페르시아를 출발해 중국을 거쳐 15세기 처음 조선에 왔다. 이 회회청으로 백자를 칠한 것이 바로 청화백자로, 오직 왕실 도화서에서만 취급할 수 있었다. 왕실의 것이니, 웅장하고 정교한 특징은 당연했다. 그리고 17세기, 조선엔 두 번의 큰 왜란이 있었다. 전쟁으로 인해 회회청을 구하지 못하게 되자 도공들은 철 성분의 철사로 안료를 대체했다. 불순물이 많은 안료는 발색이 제각각이었고, 쉽게 매말라 필치가 거칠었다. 철화백자의 그림이 하나같이 투박하게 느껴지는 건 그래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철화의 투박한 특징은 점차 철화백자의 매력으로 굳어졌다. 그렇게 요동치는 역사 속에서 청화와 철화는 조선 백자의 대표적인 두 양식으로 남았다. 호림박물관은 15세기부터 18세기까지의 대표 백자를 한데 모았다. <백자호>라는 이름의 전시는 이번이 두 번째. 첫 번째 전시가 순백자 본연의 매력을 환기하는 자리였다면 이번엔 조선의 자기가 역사 속에서 어떻게 칠해졌는지, 두 양식을 들어 소개한다. 그렇게 나란히 조선 왕실을 지키던 두 마리의 용은 전시 <백자호Ⅱ_순백에 선을 더하다>에서 포개진다. 덧붙이자면, 조선에서 용은 곧 왕을 뜻했다. 10월 18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