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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 반격의 서막

2014.08.11GQ

렉서스 NX는 SUV와 스포츠카의 충격적인 융합을 꿈꾼다. 외모만 봐도 알 수 있다. 캐나다 밴쿠버에서 렉서스 NX를 미리 타봤다.

강렬한 인상이었다. 입을 쩍 벌린 그릴이 일단 시선을 압도했다. 그릴이 워낙 커서 가운데 붙은 캐나다 번호판이 4분의 1로 접은 포스트잇 같았다. 헤드램프는 위아래로 날카롭게 찢었다. 첫인상에 적잖이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천천히 뒤로 물러섰다. 그제야 전체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여전히 으스스하다.

5년 전만 해도 이런 렉서스를 상상하지 못했다. 궁극의 섬세함을 추구했던 렉서스의 디자인 L-피네스가 이렇게 바뀔 줄. 하지만 암시는 2005년부터 꾸준히 있어 왔다. 훗날 같은 이름, 비슷한 외모의 슈퍼카로 나온 LF-A가 시작이었다. 이후 렉서스가 만드는 차에는 예리한 선과 입체적인 면이 늘기 시작했다.

NX는 지난해 선보인 LF-NX를 쏙 빼닮았다. 차체를 다듬는 감각에 거침이 없다. 싹뚝 썰고 과감히 파냈다. 양산차로서는 표면에 라인이 이례적으로 많다. 전반적으로 칼질이 난무하다 보니 그 자체로 모종의 디자인 테마를 이뤘다. ‘누구를 겨냥한 걸까?’ ‘왜 이렇게 디자인했을까?’ ‘엔지니어와 디자이너는 얼마나 싸웠을까?’ 공교롭게 올해 프리미엄 소형 SUV 국제시승회에 연거푸 참석했다. NX를 보는 순간 먼저 겪은 포르쉐 마칸과 링컨 MKC의 기억은 흐릿해졌다. 사실 마칸과 MKC도 서로 주장하는 장르만 같았다. 가격과 성능, 성향은 화성과 금성처럼 달랐다. NX는 또 다른 경우였다. 혜성처럼 낯설었다. 벤쿠버는 이런 온갖 궁금증을 완전히 풀 수 있는 완벽한 자리였다. 일본 규슈 공장을 갓 빠져나온 NX가 엔진과 트림별로 준비됐다. 토요타는 NX 부수석 엔지니어 이치하라 스나오를 기자들을 위한 해결사로 파견했다.

NX는 200t와 300h로 나뉜다. NX200t는 직렬 4기통 2.0리터 가솔린 터보 직분사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를 얹고 235마력을 낸다. NX300h는 직렬 4기통 2.5리터 가솔린 엔진과 전기 모터, 무단변속기를 짝짓고 197마력을 낸다. NX는 앞바퀴 굴림이 기본, AWD가 옵션이다. 200t는 전통적인 드라이브 샤프트 방식이다. 300h는 뒷바퀴를 별도의 전기 모터로 굴린다.

앞바퀴 굴림 NX 200t를 먼저 몰았다. 기본 모델이다. 실내는 전형적인 렉서스다. 화사하고 정교하며 고급스럽다. 힘은 기대 이상이다. 성인 남자 셋을 태우고 길고 긴 오르막을 치고 오를 때조차 숨찬 기색이 없다. 35.7㎏.m의 최대토크는 제원이 주장하듯 1,650~4,000rpm에 골고루 퍼져 있다. 가속페달을 건드리는 깊이만큼 힘을 술술 풀어낸다. 엔진을 쥐어짜고 놓아줄 때마다 계기판 정보창의 터보 압력 게이지가 현란하게 오르내린다. 실내는 마냥 평화롭고 쾌적하다. 조작감과 승차감은 과격한 외모가 주는 선입견과 퍽 다르다. 몽글몽글하고 부드럽다. 그래서 핸들을 쥔 손에 전해지는 정보는 제한적이다. 밋밋하고 덤덤하다. 하지만 움직임은 단호하다. 코너에선 적당히 기울되 민첩하게 방향을 튼다. 조작이 과격해질수록 오히려 방긋방긋 웃는 듯 쾌활해진다. 과감하고 빠르게 휘두르면 숨겨둔 본색을 드러낸다.

고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정교하게 앞머리를 튼다. 서스펜션도 강하게 압축될 때 가장 탱글탱글하다. NX는 토요타 RAV4와 골격을 나눴지만 같은 부품은 5퍼센트에 불과하다. 게다가 한층 촘촘한 스폿 용접과 한 줄로 쭉 긋는 레이저 용접, 면과 면을 빈틈없이 붙이는 접착공법으로 강성을 20퍼센트 높였다.

렉서스 NX의 총체적 느낌은 ‘3단 반전’으로 간추릴 수 있다. “우락부락한 생김새에 잔뜩 주눅 들었는데, 운전감각이 생뚱맞게 부드러워서, 이게 무슨 조화인가 싶어 냅다 밀어붙이니 비로소 쫀득쫀득하고 알싸한 맛이 우러나더라.” 끝이 아니었다. NX200t F-스포트 AWD를 운전하며 비로소 ‘NX의 완성’을 경험했다.

핵심은 좀 더 짱짱하게 조인 서스펜션. 기본형에서 아쉬웠던 갈증을 속 시원히 풀어준다. NX200t F-스포트 AWD는 “스포츠카와 SUV의 융합을 꿈꿨다”는 개발 의도가 가장 빛나는 조합이었다. 가변 댐핑 서스펜션AVS도 고를 수 있다. AVS는 상황에 따라 30단계로 관절의 강약을 조절한다. 차체의 전후좌우 흔들림도 효과적으로 줄인다.

밴쿠버에서 휘슬러로 귀환하는 길은 NX300h AWD와 함께했다. 동력성능은 NX200t를 한 계단 밑돈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97킬로미터 가속시간은 NX200t 7.2초, NX200t AWD 7.0초인 반면 NX300h는 굴림 방식과 상관없이 9.1초다. 최고속도도 NX200t는 시속 200킬로미터, NX300h는 시속 180킬로미터다. 하지만 아기자기한 재미와 섬세한 제어로 치면 NX300h가 우세하다. 우선 사운드가 어리둥절하다. 이따금씩 V8 흉내마저 낸다. 볼륨도 조절할 수 있다. 전기 모터의 특성상 중저속 추월가속은 NX200t 부럽지 않게 힘차다.

NX 프로젝트는 2009년 콘셉트 구상과 함께 막을 올렸다. 녹록지 않은 시기였다. 2008년 금융위기 여파로 미국 경기가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회이기도 했다. 2009년 취임한 토요타 가문의 아키오 사장 때문이다. 자동차 마니아인 아키오 사장은 렉서스의 전면 개혁을 주문했다. 빗장이 풀린 셈이다. 게다가 NX는 렉서스가 처음 시도하는 장르, 얽매일 전통도 없었다. 렉서스는 NX를 ‘프리미엄 어반 스포츠 기어’로 정의했다. 활동적인 이미지의 고급 정밀기계를 지향했다. 궁극엔 스포츠카와 SUV의 융합을 꿈꿨다. 토요타 부수석 엔지니어의 귀띔은 모든 궁금증을 풀 실마리였다. “저를 포함한 NX의 핵심 엔지니어 4명이 슈퍼카 LFA 개발팀 소속이에요. 고성능에 인생을 건 마니아들이죠. 이번에 NX를 시승한 기자 가운데 더 강한 엔진을 얹을 계획은 없냐고 묻는 분이 많았어요. 사실 저희도 근질근질합니다. 섀시는 이미 고성능을 소화할 준비가 끝난 상태니까요.” 렉서스 NX는 이런 차다.

NX 사운드의 비밀

렉서스 NX의 사운드는 100퍼센트 전자적으로 만든 소리다. 200t와 300h 모두 그렇다. 가속페달을 밟는 정도, 속도, 엔진 회전수 등을 감안해 내는 가상의 소리다. 스피커는 터치 패널 아래 숨겼다. 이 공간을 만드는 것부터 만만치 않았다고 한다. 하이브리드카는 모터음과 회생제동 등 특유의 소리 때문에 거부감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렉서스는 소음을 틀어막는 땜질 처방에 머무르지 않았다. 적극적으로 사운드를 부각시켰다. 역발상이었다. 300h의 경우 사운드에 특별히 더 신경을 썼다. 속도를 줄일 때는 엔진 회전수를 보상해주는 것처럼 왕왕거리며 블리핑 사운드까지 낸다. 목표는 분명하다. “하이브리드카는 운전이 즐겁지 않다”는 편견을 허물기 위해서다.

INTERVIEW! 부수석 엔지니어 | 이치하라 스나오

토요타에 입사하게 된 계기는? 대학에서 우주항공을 전공했다. 토요타엔 1984년 입사했다. 당시 추진 중이던 V8 엔진 프로펠러 항공기 개발에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테스트 비행 중 사고로 4명의 엔지니어가 사망했다. 프로젝트는 중단됐다. 이후 나는 각종 엔진과 LFA처럼 손맛으로 감성을 자극하는 기계 개발에 관여해왔다.

듀얼 클러치 변속기DSG를 얹지 않는 이유가 있나? DSG는 유럽에서 시작됐다. 경제 논리가 뒷받침됐다. 유럽은 수동변속기 수요가 많다. 유럽 변속기 제조업체에게 듀얼 클러치는 수동의 얼개를 활용해 새로운 수익을 노릴 기회였다. 렉서스 수요의 대부분은 자동변속기를 원한다. 자동변속기를 듀얼 클러치로 전환하자면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 LFA를 몰아보면 알 수 있다. 자동이지만 변속이 레이싱카 못지않게 빠르고 정확하다. 현재 판매 중인 렉서스 차종 역시 마찬가지다. 기존 자동변속기를 진화시켜 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연비와 성능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디젤 엔진을 기웃거리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우수성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가상 사운드를 쓴 이유는? 하이브리드 구동계에서 소비자가 낯설어할 느낌만 지우고 싶었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존재는 오히려 더 강조했다. NX300h의 보닛을 열어 엔진룸을 보면 오렌지색 케이블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사내에서는 이런 전선을 감추자는 의견도 있었다. 나는 반대했다. 충분히 숙성되어 최고의 효율을 뽐내는, 자랑스러운 기술인 까닭이다.

눈매가 매섭고 엉덩이도 공격적이다. 반면 인테리어는 나긋하고 섬세한 렉서스 본연의 감성을 그대로 살렸다.

눈매가 매섭고 엉덩이도 공격적이다. 반면 인테리어는 나긋하고 섬세한 렉서스 본연의 감성을 그대로 살렸다.

    에디터
    컨트리뷰팅 에디터/ 김기범
    이미지
    LEX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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