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1개의 도시락은, 아버지와 아들, 남자의 약속>, 와타나베 토시미

한국의 육아 프로그램에는 생활이 빠져있다. 생활이 건조하고 단조롭다는 것쯤이야 아는데, 그래서 더 치밀하고 꾸준하게 보겠다는 자세보다는 우회하는 수단, 즉 ‘깜짝 이벤트’가 앞선다. 수영장에 가고, 동물원에 가고, 요가를 배운다. 와타나베 토시미는 도쿄 넘버원 소울셋, 줏 16 같은 박력 넘치는 두 밴드의 일원이자 고향 후쿠시마의 원전 반대를 외치는 열렬한 활동가다. 수년전까지는 도아랫이라는 의류 브랜드의 CEO 직함까지 달고 이 모든 활동을 유지해왔으니, 바깥에서는 정력적인 남자가 가정에 소홀하다가 파경을 맞는 전형적인 이야기의 주인공이 이 남자라는 건 놀랍지 않다. 토시미는 아내와 이혼한 후 스스로에게 또 아들에게 한 가지 약속을 한다. “고등학교 3년 동안 매일 아침 내가 도시락을 만든다!” 옷이건 음식이건 음악이건 어느 하나 부정확한 취향을 허락하지 않는 그가 자신에게 냈던 숙제의 결과물을 책으로 엮었다. 매일매일 다른 반찬이면서 가끔씩 반복되는 반찬을 볼 때마다 정겹다. 누구에게나 지겹게 자주 먹었던 콩자반 하나쯤은 있는 거니까. 반찬처럼 사소한 이야기지만, 어머니가 건네는 도시락을 손으로 쥘 때의 온기가 흐른다. 동물원에는 데리고 간 적 없지만, 도시락은 한 번도 거른 적 없는 어머니가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