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상공 3만 피트의 신발

2014.09.01GQ

어디서든 내 신발을 신고 싶은 건 욕심이 아니다. 당연한 거다.

 

 

몇몇 사람은 열 시간이 넘는 비행 시간 내내 기내에선 신발과 양말을 벗지 않는 게 예의라고 믿는다. 글쎄, 어마어마한 악취가 난다면 모를까, 승객들은 누가 신발을 벗는지 안 벗는지 별로 관심도 없다. 불편한 발로 몇 시간을 견디고 싶지 않았다. 보통은 승무원이 나눠준 슬리퍼를 신었지만 그게 영 편하지 않았다. 환자용 슬리퍼를 신고 병원 앞 편의점에 나온 거 같아서. 하바이아나스 플립플롭을 갖고 가서 신어보기도 했지만, 양말을 벗어야 하는 것도 그렇고, 파우치나 하다못해 비닐봉지에라도 바리바리 싸서 넣는 것도 번잡스러웠다. 이 와중에 유니페어에서 파르팔라 여행용 슬리퍼를 들여왔다. 부드러운 가죽, 고이 접어 넣을 수 있는 가뿐한 가죽 파우치도 함께다. 뒤축을 꺾어 신기도 좋고. 무엇보다, 꽤 ‘귀엽다’. 태슬이 달린 스웨이드 모델은 29만9천원, 깔끔한 송아지가죽 모델은 32만9천원. 일단 사고 나면 아까워서라도 열심히 신게 된다.

    에디터
    박태일
    포토그래퍼
    정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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