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틀리와 지큐의 은밀한 프로젝트

사실 벤틀리와 <GQ KOREA>는 몇 개월 전부터 놀라운 일을 계획하고 있었다. 전례는 없었다. 그 과정은 매우 치열하고 섬세했다. 결과물의 우아함과 아름다움에는 이의가 없을 것이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벤틀리 본사 디자인팀이 한국으로 왔다. 어느 여름날 이른 아침,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회의실에서였다.

하루아침에 결과물을 볼 수 있는 프로젝트는 애초에 아니었다. 신라호텔 23층 회의실에 모여 있었던 8명은 이미 알고 있었다. 영국 벤틀리 본사에서 온 3명의 신사가 넓은 창문을 등지고 앉아 있었다. 제프 다우딩Geoff Dowding 벤틀리 모터스 뮬리너 사업부 책임자, 팀 맥킨레이Tim Mackinlay 벤틀리 모터스 한국 및 일본 지사장, 그리고 한국인으로서 벤틀리 외관과 선행 디자인을 총괄하는 디자이너 이상엽 씨였다. 이충걸 편집장, 강지영 패션 디렉터, 장우철 피처 디렉터, 박태일 수석과 정우성 수석이 그들을 마주하고 앉았다. 3명의 벤틀리 멤버 뒤로, 남산의 초록색이 짙고 깊었다.

한 번이라도 벤틀리에 관심을 가진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세 사람의 이름과 직책만으로도 짐작하는 바가 있을 것이다. ‘벤틀리에 대한 모든 꿈을 기꺼이 이루어주는 곳.’ 제프 다우딩이 담당하는 ‘뮬리너muliner’ 사업부는 이렇게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는 익숙지 않은 이름, 알아도 미처 선택 못했던 시도일 수 있다. 뮬리너에선 고객이 원하는 모든 옵션을 실제로 구현해준다. 그 스펙트럼이란 넓고도 내밀해서, 선택의 가짓수만으로도 몇 날 며칠을 보낼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 과정이야말로 의심의 여지도 없이 행복하겠지만.

몇 가지 대표적인 일화가 있다. 뮬리너 옵션을 선택한 한 고객은 영국 벤틀리 본사에서 “내가 지금 바르고 있는 매니큐어 색깔을 그대로 재현한 벤틀리를 갖고 싶다”고 말했다. 담당자는 “혹시 그 매니큐어를 샘플로 가져도 되겠느냐”고 정중하게 물었다. 그녀는 거절했다. 담당자는 재빠르게 열 손가락에 그 매니큐어를 발랐다. 그대로 외관 색깔을 담당하는 직원에게 달려갔다. 그녀는 원하는 색깔 그대로 재현된 벤틀리를 갖게 되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재임 50주년을 기념했던 벤틀리 스테이트 리무진은 과연 뮬리너 옵션이 제공할 수 있는 호사의 절정이었다. 영국 크루 공장에서 일하는 모든 장인과 벤틀리 직원들의 기술력과 배려, 철학이 이 한 대에 제대로 응축됐다. 길이는 6미터 22센티미터, 무게는 3,390킬로그램이었다. 모든 안전장비와 방탄장비를 갖췄다. 금속 휘장에는 ‘Deshigned, Crafted and Built in Crewe, England’라고 썼다. 영국 크루 공장에서 디자인해 손으로 완성했다는 뜻이었다. 그렇게 차고를 7센티미터 높였다. 모자를 즐겨 쓰는 여왕이 스테이트 리무진에서 타고 내릴 때 모자를 벗을 필요가 없고 고개도 숙이지 않도록 배려한 것이다. 더불어 밖에서 안을 보기에도, 안에서 밖을 보기에도 선명하게 만들었다. 손을 흔드는 여왕과 그녀를 보고 환호하는 시민들을 배려한 것이었다.

유일한 제한이 있다면 그것은 안전이라고, 뮬리너는 자랑스럽게 말하곤 한다. 승객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면 만들 수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나는 컨버터블은 별로지만 지붕이 넓게 열리는 플라잉스퍼를 원해요. 최대한 거대한 선루프를 만들어주세요” 이렇게 제안할 수는 있다.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건 플라잉스퍼의 골격을 흔드는 디자인,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도 있는 시도일 수 있다. 따라서 이 요청에 응답하기 위해서는 마감을 알 수 없는 실험과 연구, 디자인과 테스트가 필요할 것이다. 돈? 당신에게 한 대의 벤틀리를 소유하기 위해 쓸 수 있는 돈의 상한선이 없고, 그 한 대가 제대로 완성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느긋하게 기다릴 수 있다면 얼마든지, 뭐든지 제안할 수 있을 것이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스테이트 리무진을 설계하고 완성하는 데 걸린 시간은 자그마치 2년이었다. 그래도 뮬리너는 피하지 않는다. 고객의 모든 바람에 기꺼이 응할 준비가 돼 있는 것이다. 제프 다우딩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오직 당신만을 위해서 이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 아름답고, 모두 손으로 만들었죠. 아주 작은 요소 하나로도 한 대의 자동차를 특별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오직 당신을 위한, 유일한 벤틀리를 만드는 과정입니다.”

제프 다우딩은 영국에서 몇 개의 샘플을 들고 왔다. 자개로 장식한 패널과 아랍어로 ‘샤힌’이라 적혀 있는 패널도 있었다. 샤힌은 팔콘falcon이라는, 매의 일종을 이르는 말이다. 그 차의 이름은 뮬산 샤힌이 되었다. 외관의 색깔은 팔콘의 갈색 등과 더 밝은 가슴털의 색깔을 본떠 그대로 투톤으로 채색했다고 했다. 제프 다우딩이 말했다. “대화, 상담을 통해서 디자인을 결정하고 그것을 손으로 만드는 것. 이것이 뮬리너 개인화의 원칙입니다. 우리의 아이디어는 사실 굉장히 단순해요. 우리 고객, 그리고 잠재 고객이 원한다면 완전히 유일하고 개인화된 벤틀리를 가질 수 있다는 겁니다. 모든 사람이 원하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원한다면 정확하게 구현해서, 지구에 단 한 대뿐인 벤틀리를 가질 수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의 기술이나 역량을 말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감성에 대한 것이죠. 벤틀리를 구입한다는 건 누군가에게는 일생의 보상입니다. 동시에 매우 감성적인 사건, 마음을 움직이는 경험입니다.”

이쯤에서 이 프로젝트의 목표와 성격을 짐작할 수 있을까? 이날의 만남은 벤틀리와 < GQ >가 협업해 한 대의 근사한 플라잉스퍼를 뮬리너 옵션으로 제작하기 위한 사전 회의를 위해서였다.

한국에서 벤틀리의 성장세는 괄목할 만했다. 벤틀리는 상반기에만 총 1백64대를 판매했다. 2006년 한국 진출 이후 최고 실적이었다. 2013년 상반기 60대에 비하면 173퍼센트 성장, 그 중심에는 지난해 9월부터 인도되기 시작한 신형 플라잉스퍼가 있었다. 상반기에 팔린 1백64대 중 98대가 플라잉스퍼였다. 전체 판매 비중의 59.8퍼센트였다. 한국 시장의 취향은 점점 고급화되고 있다. 벤틀리의 감각은 한 대의 자동차를 소유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어떤 극단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뮬리너 옵션이라면….

처음 접하는 사람이 감당하기에는 좀 벅찬 세계일 수도 있다. 바느질의 방식과 실의 색깔, 가죽의 질감과 우드 패널의 재질, 원하는 모든 곳에 새길 수 있는 자수…. 이게 전부가 아니다. 일일이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무한대의 조합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돈과 시간을 투자하는 그만큼의 가치가 보장되는 일. 지금까지 미처 몰랐던 사람이라면 완전히 새롭게 여길 수 있는 또 하나의 경험이 될 것이다. 따라서, 벤틀리와 는 뮬리너 옵션을 적용한 한 대의 플라잉스퍼를 통해 하나의 놀라운 예를 제시하고자 한다. 이상엽 디자이너는 이렇게 말했다. “확실하게 하고 싶은 것은, 제가 < GQ >를 통해 알게 된 것들과 벤틀리에서 경험한 것들을 ‘벤틀리 한국 에디션’을 통해 독자들과 소통하고 싶은 겁니다. 정말 소중한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인 벤틀리 디자이너가 만든 플라잉스퍼 한국 에디션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깨우친 철학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이날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자리, 각자가 미리 생각해뒀던 아이디어를 격의 없이 털어놓는 자리이기도 했다. 벤틀리와 는 앞으로 몇 번의 회의를 추가로 가질 예정이다. 패션 디렉터 강지영은 이렇게 말했다. “저는 벤틀리와 가 닮은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어떤 남자가 성공한다는 것의 기준이 아주 전형적인 기준으로 보면 돈을 많이 벌고 날씬하고 예쁜 아내를 얻고 좋은 술을 마시고, 그런 것들이잖아요? 우리가 말하고 싶은 것은 그게 아니에요. < GQ >는 자기만의 라이프스타일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추구하는 좋은 취향을 권합니다. 일반적인 성공의 기준이나 유행이 아니라 어떤 논리적인 명분과 철학을. 벤틀리도 그런 차라고 생각해요. 아주 좋은 파트너십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장우철 피처 디렉터는 벤틀리와 < GQ >가 같이 만들 플라잉스퍼에 적용할 한국적인 가치에 대해 말했다. “한국적이라고 해서 너무 많은 세부를 더하는 건 원치 않습니다. 여백의 아름다움, 예를 들면 조선의 백자 같은 담백함을 생각해봤어요. 한국이 정원을 꾸미는 방식 자체도 차경이라 해서, 집 안에 뭔가를 완벽하게 꾸미는 것이 아니라 밖에 보이는 산을 즐기고자 하는 것이죠. 안에는 눈에 띄지 않고 단순하게, 밖의 풍경은 그대로 즐길 수 있는 단순한 터치를 구현했으면 합니다.”
회의는 두 시간 남짓 진행됐다. 벤틀리가 < GQ >와 머리를 맞대고 만드는 플라잉스퍼를 위한 세세한 아이디어가 탁구공처럼 오갔다. 상상력에 제한은 없었으나, 현실적인 상한선이 있었다. 일단은 시간. 우리는 완전히 새로운 플라잉스퍼를 내년 상반기 안에 공개하는 데 동의했다. 몇 번의 회의를 추가로 거쳐 정식으로 주문하고, 영국 크루에 있는 벤틀리 공장 장인들이 본격적인 제작에 나설 예정이다. 시트에 바느질을 하는 장인은 누구인지, 어떤 세부가 어떻게 적용되는지는 현지에서 확인해 곧바로 지면과 홈페이지,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이충걸 편집장은 이렇게 말했다. “저와 저희 < GQ > 에디터들은 이것을 공학으로 분석하지 않아요. 돈이 있다면 벤틀리를 살 수 있는 구매자로서, 철저히 취향으로 접근하고 싶어요. 그러니 우리의 아이디어가 기상천외하더라도 기절하지 말아주세요.” 이 말을 전해 들은 벤틀리 멤버들은 “물론이죠!” 대답하면서 화통하게 웃었다. 이상엽 디자이너는 우리가 같이 만들 플라잉스퍼의 내외관 스케치를 면밀하게 준비했었다. 그 귀한 그림을 아직은 비밀에 부쳐두고 싶다. 이 모든 인내가, 벤틀리와 를 아는 모든 사람을 위한 각별하고 우아한 경험이 될 것이다.

벤틀리 플라잉스퍼 플라잉스퍼는 벤틀리의 가장 대표적인 4도어 모델이다. 5,998cc W12기통 터보 엔진의 힘은 과연 압도적이다. 최고속도는 시속 322킬로미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킬로미터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4.6초다. 약 2.5톤에 달하는 플라잉스퍼의 공차중량을 고려하면, W12기통 6리터 엔진의 힘을 조금이나마 짐작하는 데 도움이 될까? 게다가 힘은 가속페달에 힘을 좀 주는 순간 폭포수처럼 쏟아진다. 극도로 우아하고, 따라갈 수 없을 정도의 힘이 응축돼 있다. 2억 8천7백만원부터.
벤틀리 플라잉스퍼 플라잉스퍼는 벤틀리의 가장 대표적인 4도어 모델이다. 5,998cc W12기통 터보 엔진의 힘은 과연 압도적이다. 최고속도는 시속 322킬로미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킬로미터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4.6초다. 약 2.5톤에 달하는 플라잉스퍼의 공차중량을 고려하면, W12기통 6리터 엔진의 힘을 조금이나마 짐작하는 데 도움이 될까? 게다가 힘은 가속페달에 힘을 좀 주는 순간 폭포수처럼 쏟아진다. 극도로 우아하고, 따라갈 수 없을 정도의 힘이 응축돼 있다. 2억 8천7백만원부터. 

이상엽, 벤틀리 외관 및 선행 디자인 총괄 디자이너 지금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성공한 한국인 디자이너로 알려져 있다. 벤틀리 근무 전에는 폭스바겐그룹 캘리포니아 디자인센터 수석 디자이너였다. 그전에는 GM에서 약 10년간 근무하면서 카마로, 콜벳 등을 그렸다. 영화 <트랜스포머>의 범블비로 등장하는 그 카마로가 디자이너 이상엽의 작품이다.
이상엽, 벤틀리 외관 및 선행 디자인 총괄 디자이너 지금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성공한 한국인 디자이너로 알려져 있다. 벤틀리 근무 전에는 폭스바겐그룹 캘리포니아 디자인센터 수석 디자이너였다. 그전에는 GM에서 약 10년간 근무하면서 카마로, 콜벳 등을 그렸다. 영화 <트랜스포머>의 범블비로 등장하는 그 카마로가 디자이너 이상엽의 작품이다. 

제프 다우딩, 벤틀리 모터스 뮬리너 사업부 책임자 뮬리너 사업부는 아예 독자적인 브랜드로 여겨질 정도로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벤틀리를 원하는 시장이 점점 커지고, 오직 나만의 벤틀리를 갖고 싶어 하는 고객도 점차 늘어나면서 뮬리너 사업부의 중요성 또한 강조되고 있다.
제프 다우딩, 벤틀리 모터스 뮬리너 사업부 책임자 뮬리너 사업부는 아예 독자적인 브랜드로 여겨질 정도로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벤틀리를 원하는 시장이 점점 커지고, 오직 나만의 벤틀리를 갖고 싶어 하는 고객도 점차 늘어나면서 뮬리너 사업부의 중요성 또한 강조되고 있다. 

팀 맥킨레이, 벤틀리 모터스 한국 및 일본 지사장 2006년 벤틀리의 한국 진출을 진두지휘한 이후 9년 동안 지속적인 성장을 이끌었다. 1999년 벤틀리에 합류했으며, 지난 28년 동안 랜드로버, 로버 그룹 등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에서 경력을 쌓았다.
팀 맥킨레이, 벤틀리 모터스 한국 및 일본 지사장 2006년 벤틀리의 한국 진출을 진두지휘한 이후 9년 동안 지속적인 성장을 이끌었다. 1999년 벤틀리에 합류했으며, 지난 28년 동안 랜드로버, 로버 그룹 등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에서 경력을 쌓았다. 

제프 다우딩 뮬리너 디렉터가 벤틀리와 <GQ KOREA>가 같이 만들 플라잉스퍼의 인테리어에 대해 좀 더 세세한 아이디어를 보태고 있다.
제프 다우딩 뮬리너 디렉터가 벤틀리와 <GQ KOREA>가 같이 만들 플라잉스퍼의 인테리어에 대해 좀 더 세세한 아이디어를 보태고 있다. 

벤틀리와 GQ가 만든 플라잉스퍼, 그 첫 선

미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

세계에서 단 두대, GQ의 벤틀리

SH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