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추석영화 다섯 편

폴리스 스토리 3
추석 하면 역시 성룡 아닐까? 적확하게는 명절 모두. 명절엔 어떤 영화를 본다보다 ‘함께’ 본다는 의미가 중요하다. 성룡은 설득이 필요 없다. 남자 조카와 할머니 사이의 간극도 성룡은 대화합을 이끌었다. 그중에서 제일은 <폴리스 스토리 3>. 한데 20여 년 전부터 성룡이 멈춰 있는 것 같다. 성룡을 마지막으로 본 게 <러시아워 3>였을까?
이지혜(영화사 찬란 대표)

노는 계집 창
대학교 때 처음으로 추석에 영화를 봤다. 그러니까 나한텐 첫 번째 추석 영화가 <창>이다. 스무 살이 갓 넘은 내게 이 영화는 좀 촌스러웠다. 영은(신은경)이 사창가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한 설득력이 없달까? 하지만 17년 후에 다시 보니 이해가 된다. 임권택 감독의 영화가 그런 걸까? <태백산맥>도 <서편제>도 다시 볼 때마다 새롭다.
박생강(소설가)

주유소 습격사건
영화를 배우는 학생이었던 내게 <주유소 습격사건>은 세기말 그대로다. 영화엔 서사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이 영화엔 철저하게 플롯이 뭉개져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우리나라 관객들도 이런 영화를 좋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론 ‘명절 영화는 단순해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정의를 처음으로 했다. 그 생각은 여전히 유효하다.
김성훈(<씨네21>기자)

노이 알비노이
2006년 추석 언저리는 상세하게 기억에 남는다. <타짜>와 <라디오 스타>가 있었고,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도 신이 고운 영화였다. 추석 바로 직전인 8월 내내 극장엔 <괴물>이 괴물처럼 걸려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바닥에 가라앉은 건 <노이 알비노이>다. 아이슬란드를 처음으로 목격했다. 청춘도, 음악도, 풍경도 마찬가지.
양승철

북촌방향
추석 극장가를 기피하는 편이다. 그런데 2011년 연휴 때는 극장을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 찾았다.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북촌방향>을 보고 또 보러 갔다. 집에 가서 다시 떠올리면 이상할 정도로 무섭고 슬퍼서 왜 그런지 더 잘 알고 싶었다. 다시 보고 싶으면서도 다시 볼 엄두가 안 날 때도 있다. 내게는 그토록 강렬한 추석 영화는 당분간 없을 것 같다.
이후경(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