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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GTD의 지평

2014.09.25GQ

폭스바겐 골프 GTD를 타고 며칠 동안 서울을 헤집고 다녔다. 추석엔 왕복 320킬로미터를 달렸다. 진짜 신나게 달렸는데, 아직 50킬로미터를 더 달릴 수 있었다.

 

 

그래서, 연비 얘기로 골프 GTD를 설명하는 것은 무척 쉬운 일이다. 공인연비는 리터당 16.1킬로미터, 엔진은 직렬 4기통 직분사 싱글 터보, 최고출력 184마력, 최대토크 38.7kg.m, 연료는 디젤. 하지만 이 놀라운 연비를 “역시 디젤이 좋아” 한마디로 접고 들어가서도 안 된다. 골프 GTD를 단지 연비 때문에 선택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골프 GTD는 손끝이 저릿할 정도의 재미, 엉덩이 감각을 의심할 정도로 완벽한 균형에 감탄하면서 타는 차다. 다섯 명이 탈 수 있는 전륜 해치백이 이렇게까지 무게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뭘까? 역시 골프라서? 7세대를 거듭해 완성에 완성을 거듭해온 역사? 이미 완성형이었던 차에 혁신과 진화를 보태는 식으로 골프는 계속 새로워졌다. GTD는 디젤 엔진 고성능 골프로서 그 진화의 새로운 차원을 완성했다는데 의미가 있을 것이다. 고성능 골프를 두고 ‘베이비 포르쉐’ 운운하는 건 그냥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이 아닌 것이다. 어디서든 제대로 느낄 수 있고, 가슴이 뻥 뚫리도록 질주할 수 있다. 최고속도는 시속 228킬로미터, 시속 100킬로미터 가속시간은 7.5초다. 운전 모드 또한 세심하게 설정할 수 있는데, 스포츠 모드의 당돌함과 에코 모드의 평화 사이의 지평이야말로 넓고 넓었다. 에코 모드는 다독이듯 달린다. 어딘가의 끝을 향해 끝도 모르고 발산할 것 같은 엔진이 에코 모드를 선택하는 순간 잠든 듯 침묵했다. 더불어 핸들, 엔진, 서스펜션 등을 따로따로 설정할 수도 있다. 그러니 골프 GTD는 그 지평을 확실하게 넓힘과 동시에 진입장벽은 조금 높인 차다. 운전을 좋아하는 사람, 그 재미를 아는 사람, 운전을 통해 스스로의 시간과 취향을 성찰할 줄 아는 사람이·이 차를 제대로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에디터
    정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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