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에서 온 스물 한 살, 톤 헤켈스

니트 톱, 퍼 머플러 PRADA.
숄칼라 이브닝 재킷, 블랙 진 팬츠, 클리퍼 슈즈 SAINT LURENT.
버건디 컬러 실크 셔츠, 베이지 실크 머플러 PRADA, 초콜릿 컬러 코듀로이 팬츠 TOM FORD.
얇은 가죽 재킷, 블랙 진 팬츠, 메탈 이브닝 부츠, 반지 SAINT LAURENT.
모헤어 스트라이프 니트 LOUIS VUITTON, 진 팬츠 NUDIE JEAN, 블랙 프레임 안경 VICTOR & ROLF.
길이가 짧은 블랙 모헤어 니트 SAINT LAURENT, 회색 헤링본 팬츠 KIMSEORYONG HOMME, 골드 목걸이 MH.

열 시간을 비행해 서울에 온 스물한 살의 네덜란드 남자, 톤 헤켈스. 그는 일 분에 한 번씩 발작하듯 웃었다. 그건 밤바다의 파도 같기도 하고, 반복적인 비트처럼 들리기도 했다. 그에게 서울이 처음은 아니다. 처음엔 간단한 촬영 때문에, 작년엔 상하이에서 집으로 가는 도중 비행기를 놓쳐 서울을 헤맸다. 9개월 전, 새해가 되기 직전이었다. 그가 이번에 머문 호텔은 촬영 스튜디오와 멀지 않았다. 촬영 전날 밤엔 깜빡 졸다 치킨을 잔뜩 주문하곤 그걸 다 먹는 데 한 시간이나 걸렸다. 그런 다음엔 혼자 경복궁에 갔다. 닫힌 문을 슬며시 만져보다 시청까지 걸었고, 거기서 시위대와 경찰을 봤다. 다음엔 택시를 타고 N서울 타워에 갔다. 다음 날, 인터뷰를 하기 직전까지 그는 오전 내내 전쟁기념관을 기웃거렸다. “N서울타워에서 본 야경도 좋았지만 진짜 좋았던 건 탱크와 전투기에 실제로 앉아본 거예요. 뭔가 묘했어요. 아니다. 타워에서 본 야경이 역시 제일 좋았어요” 라고 검은 고양이처럼 곧 말을 바꿨다. 촬영이 끝나는 대로 공항으로 가겠다는 그에게 다음 일정을 물었는데 “모른다”고 수상쩍게 대답했다. 그는 일 때문에 스톡홀름에 갈 수도 있고, 아니면 집에 들렀다 말라가로 휴가를 갈지도 모른다. 스페인 남부에 있는 말라가는 아름다운 해변이 있고, 예쁜 여자가 사는 도시라고 했다. 서울에 오기 전엔 이비자에서 촬영했는데, 이탈리아로 휴가를 떠나는 날, 정확히 6시간 전에야 알았다. “눈을 감으면 다른 세상에서 눈을 떠요. 꽤 재미있어요. 에이전시는 ‘촬영이 있을 수도 있다’는 식이니까요.”

그의 눈동자는 올리브와 벨리즈 바다가 섞인 색깔이다. 깊고 신비로운 눈은 결국 수세기가 응고된 것 같은 아름다운 얼굴을 만들어냈다. “어딜 가든 아름답단 말을 늘 들어요. N서울타워에서도 지나던 여자들이 함께 사진을 찍자고 했어요. 아름답단 말을 들어도 전혀 지겹지 않아요. 모델 일의 진짜 좋은 점은 낯선 이들과 좋은 추억을 만든 뒤 다신 볼 일이 없단 거죠.”

2011년 톤 헤켈스는 여자친구와 가장 싼 비행기 티켓을 사서 밀라노에 갔다. 이탈리아 북부로 가던 중 피자를 먹으러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거기서 높은 하이힐을 신은 기묘한 여자가 달려와 어깨를 쳤어요. 그렇게 모델이 됐죠.” 열여덟 살의 톤 헤켈스는 런던에서 스타일리스트 알리스터 맥키를 만났다. 알리스터 맥키는 톤 헤겔스를 사진가 알라스데어 맥렐 란에게 소개했고, 아무것도 모르던 소년은 그렇게 < 어나더 맨 >의 커버 모델이 되었다. 알리스터와 알라스데어는 톤 헤켈스를 데리고 어디든 갔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도. “나체로 새끼 사자를 안고 있어야 했어요. 그 부위를 새끼 사자로 가렸는데, 발버둥을 치며 닥치는 대로 제 몸을 긁어댔죠. 어떨지 상상이나 돼요? 전 어쩔 줄 모르는 열여덟 살이었는데요.” 모델이 되기 전 톤 헤켈스는 그저 저스틴 비버 머리를 한 예쁜 고등학생이었다. 선생님은 그의 아름다운 얼굴을 좋아했지만, 수업에 잘 빠지는 데다 공부도 못해서 결국 미움을 샀다. “제가 굉장히 게으른 소년이었던 건 다 사랑스런 엄마 탓이에요. 닌텐도든 뭐든 원하는 건 다 사주셨죠. 물론 이 얼굴을 준 것도 엄마지만. ‘오이크스트헤스트로’라는 도시에서 자랐어요. 나이 든 부자와 응석받이 애들이 사는 동네예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 데다 다들 신앙심이 깊어요. 거기서 일곱 살까지 살다 헤이그로 이사해서 쭉 살았어요. 헤이그엔 괜찮은 재즈 카페들이 있어요. 수요일 밤이 면 친구들과 킥커에 가죠. 네덜란어로 개구리란 뜻이에요.” 톤 헤켈스는 재미있는 밤을 보내고 싶을 땐 보드카 레드불을 마신다. 그럼 술이 식도를 빠져 나가기도 전에 춤을 출 수 있으니까. 그것도 미친 듯이. 그는 특유의 발작하는 듯한 웃음을 한바탕 터뜨린 후 덧붙였다. “네덜란드는 거의 모든 게 합법이에요. 그래서 사람들이 자유롭고 친절하죠.”

자수 장식 화이트 니트 LOUIS VUITTON.
SHARE
[GQ KOREA 패션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