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카이맨의 진화 GTS

 

 

서울 모처에서 문득 계기판을 봤을 때 속도계는 시속 136킬로미터를 가리키고 있었다. 기어는 3단이었다. 7단까지 쓸 수 있는 포르쉐 더블 클러치 PDK, 주행 모드는 스포츠였다. 코너가 다채로운 산길이었는데, 기어는 3단 이상 쓸 일이 없었다. 2단으로 내릴 필요가 있을 땐 패들 시프트를 썼다. 순간 레드존까지 치솟았다가 코너에서 빠져나올 즈음 다시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 운전석 헤드레스트가 뒤통수를 퉁, 세게 쳤다. 이렇게 황홀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차는 흔치 않다. 카이맨 GTS는 3,436cc 수평대항 6기통 엔진의 힘을 이 길에서 느껴볼 수 있을까? 여기가 아니라면 어디로 가야 할까? 더 구불구불한 곳? 더 곧게 뻗은 곳? 이럴 때 하고 싶은 건 딱 하나다. 코스를 숙지하고 오래 연습해 때론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반복해야만 익숙해질 수 있는 어떤 트랙에서 이 차를 타고 자신과 겨루는 것. 스페인 마요르카의 어느 서킷에선 그 시작을 경험했다. (2014년 7월, ‘포르쉐, 끝까지 간다’) 헤드램프를 비롯한 곳곳에 쓰인 검정색 세부는 이렇게 공격적인 카이맨 GTS의 성격을 밖에서 짐작할 수 있는 단서다. “포르쉐는 무조건 911이지.” 그래도 누군가는 이런 말을 할 수 있을까? 틀린 말은 아니라도, 최소한 잘 모르고 하는 소리. 이제 그런 말을 쉽게 할 수 있는 시대는 아니다. 카이맨은 카이맨의 정체성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꾸준히 진화해왔다. 이 자극적인 운전석에서 느낄 수 있는 모든 쾌락을 다른 데서는 도무지 못 느낀다는 뜻이다. 그 상대가 911이라도 그건 다른 종류의 쾌락이지 우위를 가릴 수준은 아니다. 그러니 더, 더 꿈꿔야 하는 것이다. 가질 수 있다면 더, 더 멋지게 달릴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