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다시는 고향에 가지 못하리

 

 

망명자는 고국에 돌아가지 못하는 사람일 뿐만 아니라 머무는 모든 곳에서 떠날 준비를 하는 사람이다. 시인 무리드 바르구티는 30년이 넘도록 고향인 라말라에 돌아가지 못했고, 이집트의 팔레스타인계 추방 정책에 따라 카이로에서도 쫓겨나 아내와 17년간 생이별했다. 이 귀향기 <나는 라말라를 보았다>의 시작을 여는 ‘다리’는 끝없이 이어진 방랑, 그러고도 끝나지 않은 망명의 삶을 가리킨다. 하지만 바르구티는 이 책에서 점령자를 저주하지도 이데올로기를 설파하지도 감상에 빠지지도 않는다. 차라리 그는 저주하지 못하는 이유를, 이데올로기의 복잡한 관계를, 삶에서 낭만이 사라진 결과를 말한다. 그 말의 배경으로 다리와 어머니와 라말라와, 바르구티라는 말의 어원이 벼룩이라는 역사적인 사실이 지나간다. 그의 산문에서, 시는 말이 아니라 부정, 배경이 아니라 선택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점령은 공포와 핵미사일과 장벽과 경비병들로 둘러싸인, 이해하지 못할 머나먼 대상을 사랑해야 하는 세대를 우리에게 남겼다.”이 책의 시점보다 더 악화된 정치적인 상황이 결코 가볍지 않으나,사랑하는 대상을 공정하게 파악하고 싶어 하는 모든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