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노래를 갖고 싶어 산 12인치 싱글 10개

2014.10.14유지성

 

 

01 듀스냐 서태지냐는 고민도 해본 적이 없다. 김성재의 첫 음반은 LP로는 발매되지 않았다. ‘말하자면’은 한 번의 방송과, 이 홍보용 싱글 한 장만이 남았다.

 

02 ‘Juicy’가 클럽에서 나오면 목청껏 따라 부른다. “슈퍼 닌텐도, 세가 제네시스”란 구절이 나올 때가 제일 즐겁다. 마약을 팔거나, 총을 쏘아본 적은 없지만 그건 나도 아는 얘기 같아서. 노토리어스 비아이지의 < Ready To Die >는 1994년 9월 13일에 나왔다. 2014년 9월 13일, 마감을 하며 20주년을 맞았다.

 

03 싱글에만 수록된 리믹스를 만나는 기쁨. ‘Shake Your Rump’와 ‘Hey Ladies’는 비스티 보이즈의 2집에서도 들을 수 있지만, 인스트루멘탈을 신나게 지지고 볶은 ‘33% God’와 ‘Dis Yourself in 89’는 이 싱글에 가까운 EP < Love American Style >에만 있다.

 

04 휴대전화 잠금 화면으로 바비 브라운의 전성기 사진을 쓴다. < GQ >에서 처음 맡은 기사는 휘트니 휴스턴의 내한에 대한 얘기였다. 거기엔 이렇게 썼다. “아는 여자들이 피를 토할 듯이 노래방에서 부르던 거 말고, 이제 ‘진짜’를 들을 차례.” 둘이 듀엣한 ‘Something in Common’은 테디 라일리가 만들었다. 올해 초 그를 만난 뒤, 매달 한 번씩 자랑한다.

 

05 필리솔 밴드 MFSB의 ‘T.S.O.P’는 디스코의 시대를 열었다. 지금은 이 노래를 그렇게 소개하지만, 사실 뭔지도 모르고 야한 춤이라도 나올까 침 삼키며 보던 < Soul Train >의 주제가로 더 익숙하다. 지금도 AFKN이 있나?

 

06 미성을 편애한다. 주변을 날려버릴 듯 노래하는 괴력의 보컬이라면 고르고도 남지만, 엘 드바지의 끊길 듯 섬세한 목소리를 숨죽이고 듣는 경험은 유일하다. ‘Who’s Johnny’에서야말로 더욱 그렇다.

 

07 키드 크레올 앤 더 코코넛츠의 멤버가 낸 솔로곡엔 막연한 믿음이 있다. 신뢰하는 키커에게 마지막 승부차기를 맡기듯, 첫 디제잉 엔딩 곡으로 크리스티나의 ‘Disco Clone’를 틀었다.

 

08 다이노서의 ‘Kiss Me Again’은 아서 러셀의 첫 디스코 싱글이다. 루즈 조인츠, 다이노서 L, 인디언 오션이란 또 다른 이름으로 발매된 그의 모든 디스코 12″을 갖고 있다.

 

09 가장 좋아하는 뮤지션을 꼽으라면 망설이겠지만, 디제이라면 래리 레반이다. 그가 이끌던 피치 보이즈의 ‘Don’t Make Me Wait’를 디제이가 소리와 악기로 실험할 수 있는 이상적 형태라 여긴다.

 

10 하우스를 아직 잘 모른다. 부쩍 알고 싶어진 건, 마샬 제퍼슨의 ‘Move Your Body’가 시작이었다.

 

    에디터
    유지성
    포토그래퍼
    이신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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