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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갑 장인

2014.10.14GQ

스웨덴 헤스트라 지방의 장갑 브랜드 헤스트라에는 세계에서 가장 젊은 글러브 커터 장인이 있다. 4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니클라스 망누손이다.

 

 

 

사람은 태어나는 장소를 스스로 선택할 수 없다. 헤스트라에 태어난 사람만의 특권은 뭔가? 안전하다. 늦게까지 다녀도 상관없고, 모두들 다정하고 친절하다. 큰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자기가 원하는 삶보다는 남들이 정해 놓은 방향을 따라야 한다는 강박을 갖고 살지만, 여긴 자기 자신을 내적으로 더 개발할 수 있는 곳이다.

 

그럼 당신은 원하던 삶을 살고 있나? 물론이다. 여섯 살 때 원하던 일을 시작했다.

 

여섯 살짜리가 무슨 일을 한다고? 말하자면, 일의 중요성에 대해 교육을 받은 거다. 간단한 소일 거리로 시작했고, 열다섯 살부터는 세계 곳곳의 트레이드 쇼나 헝가리와 중국의 공장도 함께 다녔다. 점점 장갑을 만드는 과정 자체에 관심이 생겼다. 열여덟이 되던 해, 글러브 커터가 되기로 결정했다.

 

왜 글러브 커터인가. 공장을 둘러보니 대부분의 글러브 커터 장인이 쉰 살 이상이었다. 만약 10년, 20년이 더 지난다면? 글러브 커터가 지구에서 사라질 수도 있겠다 싶었다. 직접 이어야겠다고 다짐했다. 꾸준히 배우고 훈련해, 공식적인 장인으로 인증을 받았다. 스칸디나비아 국가 중에선 50년 만에 처음이었다. 그때부터 평생 이 일만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다른 걸 해보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나? 보통 유치원생들은 뭐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경찰관이나 소방관이라고 답한다. 난 네 살 때부터 글러브 회사의 총책임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만약 아들이 생긴다면, 아들도 이 일을 하길 원하나? 물론이다. 4대째 이어왔고, 할아버지는 여든아홉 살인데도 여전히 일하고 있다. 삼대가 한자리에서 일하는 이 기분을 대대로 물려주고 싶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하게 된다.

 

장갑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한 건 뭔가? ‘피트’. 손바닥 중간을 가로지르는 손 둘레에 딱 맞되, 세심한 신축성을 주는 게 묘미다. 장갑에 쓸 가죽을 잘라낼 때, 손으로 직접 늘려보면서 가죽의 유연성을 체크하고 가장 적당한 부분을 찾는다. 여기서 글러브 커터의 진가가 드러난다. 모든 가죽의 부위별 성질을 완전히 파악해야 한다.

 

아무리 뛰어난 장갑도 멋지지 않으면 별로던데. 아무리 멋진 장갑도 제대로 맞지 않으면 결국 별 볼 일 없는 장갑이 된다.

 

갖고 있는 장갑이 몇 갠가? 25켤레. 같은 색깔이어도 온도차에 대비해 안감이 있는 것과 갖가지 안감을 쓴 것 여러 켤레를 함께 쓴다.

 

이제껏 만난 손님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남자는 누구였나? 스톡홀름 매장에서 어느 손님이 무심코 들어왔다 검정색 장갑을 하나 사갔다. 며칠 뒤 다시 가게를 찾아와 말했다. “이거, 진짜 좋은데요?” 색깔만 다른 걸로 대여섯 켤레쯤 한꺼번에 사갔다. 그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전에는 몰랐던 ‘놀라운 장갑의 세계’에 눈을 뜬 거다.

 

신사라면 몇 개의 장갑을 가져야 할까? 안감이 없는 것 하나, 울과 캐시미어 안감 하나씩, 퍼 안감 하나. 여기에 가진 신발 색깔의 수를 곱하면 된다. 검정색 구두, 갈색 구두, 갈색 스웨이드 로퍼쯤은 다들 갖고 있을 테니 12개는 기본이지.

 

당신 장갑을 껴보기가 두렵다. 그 세계에 눈을 뜨게 될까 봐. 환영한다. 구두보단 훨씬 싸니까 너무 걱정하진 말고.

    에디터
    박태일
    포토그래퍼
    정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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