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V 본격 비교

존재감 자체로 이미 장르를 초월한 4대의 콤팩트 SUV를 작심하고 꼼꼼히 타봤다.

BMW X4 xDrive 30d

밖에서, 운전석에서, 차에서 내린 후에도 X4의 드라마는 끝나지 않는다. 이 차를 한마디로 응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낯설기도, 공격적이기도 한데 귀엽기까지 하다. 제대로 ‘스타일리시’한데 BMW의 전통은 또 그대로 살아 있다. 이마가 둥글어서 순박해 보이지만 달려보면 여기가 트랙이 아닌 게 아쉬울 지경으로 질주할 수도 있다. BMW의 면도날 같은 핸들링이 그대로 묻어 있어서, 굽이굽이 꺾인 코너가 나올 때마다 한계를 시험하고 싶어진다. 다른 운전자들의 노골적인 시선을 느끼기도 했다. 호기심, 소유욕, 부러움, 생경함…. 이건 아무나 선택할 수 없는 차를 소유한 사람만이 향유할 수 있는 감각의 사치 아닐까? 게다가 오프로드는 일부러 찾아가고 싶을 정도의 구동계 성능 또한 보장돼 있다. 자동차가 내 정신을 당당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면, BMW X4는 매우 충실한 친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BMW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인테리어의 디자인 언어가 식상해서 불만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데, 이건 그 언어가 이미 완성형이라는 자신감의 방증으로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충분히 멋지고, 매우 편리하니까. 8천6백90만원.

TIP! 1,995cc 직렬 4기통 엔진을 쓰는 X4 xDrive 20d가 7천20만원, 2,993cc 직렬 6기통 직분사 터보 엔진을 쓰는 X4 xDrive 30d의 가격은 8천6백90만원이다. 떨렸던 가슴과 희소성, 도심과 오프로드를 막론하고 당당한 정체성을 위해 지불하는 가격. 감당할 수 있다면 망설임도 없이

BMW의 인테리어는 전에 없이 안정돼 있다. 이것은 이미 완성된 안정의 언어, 익숙해진 사람에게는 이보다 편할 수 없는 실내.
BMW의 인테리어는 전에 없이 안정돼 있다. 이것은 이미 완성된 안정의 언어, 익숙해진 사람에게는 이보다 편할 수 없는 실내.

 

 

링컨 MKC

서울에서, 링컨이 보이는 빈도가 확실히 늘었다. 시작은 MKZ의 엉덩이였다. 빨갛고 단호하게 수평으로 그은 선. 그 조용한 활력의 흐름을 MKC는 이을 준비가 되어 있다. 이 SUV는 유려하고 잘생겼다. 게다가 제대로 미래적이다. 거의 모든 조작을 센터페시아에서 할 수 있다. 기어봉도 없다. 모니터 왼쪽의 버튼이 각각 P, R, N, D, S다. 발상의 전환, 어쩌면 합리. 게다가 둥글고 풍만한 미국적 SUV의 풍모를 그대로 갖췄다. 이런 차의 운전석에선 그저 넉넉한 마음으로 운전할 수 있다. 조수석에 앉은 아내, 뒷좌석에 앉은 아이들을 상상하기도 한다. 가능하다면, 막 은퇴를 앞둔 부모님께 선물하고 싶은 예쁜 마음도 생긴다. 도시에선 안락하게, 더 멀리 가는 주말에도 여유 있고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을 테니까. 독일 자동차가 지향하는 날카로운 합리가 미덕이라면, 미국차만이 당당하게 주장할 수 있는 풍만함도 있다. 링컨 MKC는 그 정확한 예시가 될 것이다. 마침 한국에도 막 출시됐다. 조만간 더 자세한 느낌에 대해 논할 수 있을 것이다.

TIP! 미국이 만든 SUV의 미덕은 과연 체험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영역에 있다. 그에 비하면 아무리 푸근하고 편하게 만든 한국 SUV도 좀 인색하게 느껴질 정도니까. 링컨 MKC는 그걸 제대로 체험할 수 있는 일종의 기준선이 될 수도 있는, 과연 미래적인 SUV다.

링컨이 과연 파죽지세로 치고 올라오고 있다.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미래를 지향하는 실내는 정말이지 오랜만에 본다. 기어봉을 없앤건 낯선 마음을 순식간에 뛰어넘어 실용의 영역에 자리 잡는다. 얼른 앉아서, 뭐라도 눌러보고 싶은 마음.
링컨이 과연 파죽지세로 치고 올라오고 있다.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미래를 지향하는 실내는 정말이지 오랜만에 본다. 기어봉을 없앤건 낯선 마음을 순식간에 뛰어넘어 실용의 영역에 자리 잡는다. 얼른 앉아서, 뭐라도 눌러보고 싶은 마음.

 

 

지프 체로키

최근 몇 년 사이 이렇게까지 공격적으로 명백한 표정의 자동차를 본 적이 있었나? 체로키는 멋지다. 반드시 실물을 봐야 한다. 자동차가 의연하다 말하려면 이 정도는 돼야 하지 않나? 게다가 어디서든 둥실둥실 주파했다. 도시가 구름 같고, 오프로드는 양탄자 같았으니까…. 실력이 있고 지향점이 분명하니 도달할 수 있는 결과다. 이상형을 물으면 ‘듬직한 남자’라 답하는 여자의 심정이 이런 걸까? 마냥 안겨 의지하고 싶은 마음, 그런 평화. 엔진 회전수가 올라가면서 생기는 힘은 그대로 의연하게 쌓인다. ‘사막에서나 계곡에서도 이 느낌 그대로겠지?’ 그런 생각을 할 땐 강변북로도 오지 같았다. 센터페시아에 있는 동그라미를 돌리면 스포츠, 스노, 샌드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스포츠 모드라 해서 다른 도심형 SUV처럼 새침하게 달리는 건 아니다. 의연하게, 두둥실 달린다. 시트의 안락함, 내장의 고급함, 공간의 넉넉함, 기계적인 의연함과 자신감. 남자로서, 늘 닮고 싶은 성정의 차다. 4천9백90만~5천6백40만원.

TIP! 체로키의 가속페달을 깊숙이 밟았는데 치고 나가는 힘이 날카롭지 않다는 불만은 미국 유타에서 한국어로 묻는 질문 같다. 지프의 언어는 다른 모든 SUV와 다르다. 호오가 갈릴 수 있으나, 그만큼 장점이 명확하다.

지프 체로키의 운전석에 앉았다면 저 동그란 버튼을 그저 믿고 한 번쯤 오지를 향하는 주말을 경험해야 옳다. 2륜과 4륜을 선택해 굴리는 것은 물론, 지구에서 도전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지형에 맞는 세팅을 이 동그라미로 조절할 수 있으니까. 실내는 풍요롭고 고급하다.
지프 체로키의 운전석에 앉았다면 저 동그란 버튼을 그저 믿고 한 번쯤 오지를 향하는 주말을 경험해야 옳다. 2륜과 4륜을 선택해 굴리는 것은 물론, 지구에서 도전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지형에 맞는 세팅을 이 동그라미로 조절할 수 있으니까. 실내는 풍요롭고 고급하다.

 

 

포르쉐 마칸

‘마칸’이라는 이름 뒤에 어떤 수식도 붙지 않은 이 차의 정체성은 1,984cc 직렬 4기통 직분사 터보 엔진에 있다. 다른 모든 마칸은 V6 엔진을 쓴다. 포르쉐가 지향하는 확장의 교두보이자 선두주자로서, 또한 어엿한 포르쉐의 일원으로서 4기통 마칸의 의미는 분명하다. 상대적으로 적은 배기량의 엔진을 그야말로 효율적으로, 그 힘의 끝까지 거침없이 뽑아낸다. 3단으로 시속 110킬로미터까지 단숨에 내달을 땐, ‘과연 자동차가 사람의 쾌락을 좌우할 수 있는 요소가 엔진의 크기나 힘만은 아니구나’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차를 두고 ‘진짜 포르쉐가 아니네, 가장 싼 마칸이네’ 하는 논쟁은 소모적이다. 오히려 포르쉐니까 만들 수 있는 차로 인식하는 게 옳지 않을까? 포르쉐의 이름값에서 한 치도 물러나지 않았다. 7천5백60만원.

TIP! BMW X4보다 저렴한 가격이 먼저 들어온다. ‘실용적인 포르쉐를 갖고 싶은 사람을 위하여.’ 4기통 마칸의 정체성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칸 S 디젤, 마칸 S, 마칸 터보의 존재를 잊어서는 안 된다. 그들이 있어 4기통 마칸도 존재할 수 있으니까.

마칸은 버튼 하나하나를 음미하기보다, 공간 자체의 여유를 즐기면서 타는 게 옳은 차다. 가볍고 상쾌하게, 때론 분출하듯. 결국 포르쉐 답게.
마칸은 버튼 하나하나를 음미하기보다, 공간 자체의 여유를 즐기면서 타는 게 옳은 차다. 가볍고 상쾌하게, 때론 분출하듯. 결국 포르쉐 답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