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시한 얼굴이란?

섹시한 몸이라면 잘 알고 있다. 얼굴이라면 어떨까?

몸이라면 좀 더 쉬울 것이다. 가는 발목, 탄탄한 허벅지, 모양이 잘 잡힌 가슴, 허리와 골반 사이의 굴곡…. 보통은 이런 걸 섹시하다고 말한다. 즉, 섹시한 몸에 대해선 어느 정도 보편적 합의가 이뤄졌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얼굴은 좀 어렵다. 섹시한 여자가 좋다는 말이 꼭 몸에 대한 얘기만은 아닐 텐데, 대부분은 그렇게 받아들이곤 한다. “그러면 얼굴은 안 봐?” 같은 반문이 돌아올 때도 있다.

섹시하다는 말은 키가 크다, 코가 높다, 이마가 볼록하다는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얘기다. 크다, 작다, 두껍다, 가늘다라는 형용사와는 달리 정확히 묘사하기가 어렵다. 대체할 만한 한국말도 없다. 그러니까, 섹시하다는 말은 성장하며 체득하는 말이다. 최소한의 성적 흥분을 겪은 후에야 확실히 알게 되는 감각이기도 하다. 물론 반복적인 학습, 또는 본능(이를테면 가슴과 모성애와 관련이 있다거나)에 따라 잘 가꾼 ‘몸’이 곧 섹시하다는 사실은 크게 어렵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과연 어떤 얼굴이 섹시한가? 이를테면 어떤 그림을 두고 누군가는 건조하다, 누군가는 담백하다, 또는 누군가는 재미없다고 말할 수도 있다. “빨강은 정열적이니까 이 그림은 정열적”이라는 식의 분석이 “저 여자는 엉덩이가 올라붙었으니 섹시해”처럼 몸을 두고 하는 얘기에 가깝다면, 그림의 전체적인 분위기에 대한 판단은 얼굴에 대한 얘기처럼 제각각일 가능성이 높다. 얼굴이야말로 수치화, 정량화할 수 없는 미묘하고 모호한 부위니까. 그리고 그 미묘한 차이가 호불호를 완전히 바꿔놓기도 하니까.

두 남자의 이야기를 들었다. 삼자대면은 아니었지만, 둘에게 어떤 여자가 섹시한지 묻고, 서로의 취향을 서로에게 전해줬다. 둘의 결론은 “그분은 저랑 완전히 반대인 것 같아요”였다. 몸에 대해서라면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한쪽은 “스웨터를 입었을 때의 양감”에 대해 얘기했고 한쪽은 “달라붙는 저지 소재 원피스”에 대해 얘기했으니. 그런데 얼굴에 대한 취향만큼은 완전히 달랐다.

A는 잔머리나 솜털이 있는 얼굴이 속살을 상상케 해 좋다고 했다. 흰 피부를 선호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였다. 같은 팔이라도 안쪽 살이 바깥으로 드러나는 쪽보다 하얀 것처럼, 연약한 피부는 곧 속살과 가깝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반면 B는 얼굴에서부터 남자를 익숙하게 다룰 것 같은 인상이 좋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 50대 여배우를 예로 들었다. 실제로 그녀는 ‘격정 멜로’로 일컬어지는 유의 영화에도 출연한 적이 있다. 당시 상대 남자 배우는 20대 중반이었다. 그녀는 특별히 몸의 어떤 부분이 섹시하다기보다, 얼굴에서 특별한 기운을 내뿜는 배우다.

한편 C는 좀 다른 얘기를 했다. 결국 자신이 만질 수 있는 부위가 섹시하다는 것이다. 이유는 “그곳을 만지면 어떤 반응이 올지 대충은 알고 있으니까.” 여자들이 남자의 페니스를 보고 느끼는 감정과 비슷한 걸까? 굳이 그 물건의 생김새에 어마어마한 섹시함이 숨어 있다기보다, 만지다 보면 커지고 딱딱해진다는 것을 알고, 그 물성을 즐기는 기분. 그러면서 C는 얇고 쭉 뻗은 목, 선명한 귓바퀴에 대해 말했다. A와 B가 그저 시각적 충동에 의한 흥분을 즐긴다면, C가 말하는 섹시한 얼굴은 실제 섹스와 밀접하게 닿아 있었다.

그러고 보면 얼굴이야말로 손을 제외하면 연인 사이에서 가장 접촉이 잦은 곳이기도 하다. 냅다 길에서 가슴을 움켜쥐거나 안쪽 허벅지에 손을 댈 순 없으니까. 게다가 얼굴은 딱딱한 부분과 부드러운 부분이 섞여 있다. 조금만 세게 때려도 피가 터질 정도로 연한 눈두덩이, 연골이라 적당히 딱딱한 귓바퀴 등등. 신체 어느 부위에서도 비슷한 감각을 찾을 수 없는 곳이기도 하다. 좀 궤변처럼 들릴지 몰라도, C는 섹시한 얼굴을 보고 만지며 누구보다 다양한 성적 체험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얼굴은 매일 봐도 매일 조금씩 다르다. 그리고 당연히 전부 다르게 생겼다. A컵, B컵, C컵, 또는 160센티, 165센티, 170센티미터, 혹은 230밀리, 240밀리, 250밀리미터로 구분할 수 있는 몸과는 다르다. 수천, 수만 개의 섹시한 얼굴이 이 도시에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얘기가 과연 여기서도 통할까? 술자리든 어디든 섹시함에 대한 농담이라면 줄곧 몸에 대한 얘기였을 것이다. 진짜 가슴과 가짜 가슴의 차이, 어디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자극하는 요령…. 정보가 생기는 만큼 별 감정이 없던 몸의 특정 부위를 다시금 주목하기도 한다. 어떤 얼굴이 정말로 섹시한지 생각하다보면 뭔가 새롭게 보이기도 할까? 그 예쁜 여자의 얼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