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의 마음

지금 놓치면 후회할 사과를 속까지 들여다봤다.

01 양광 1983년에 우리나라에 도입된 품종. 물감으로 바른 것처럼 색이 빨갛고 예쁘다. 줄무늬 없이 흰 점만 조금 찍힌 말쑥한 사과 표면은 닦을수록 빛나서 어디든 올려놓고 감상하고 싶어진다. 치아가 조이는 느낌이 들 정도로 단단하고 단맛과 신맛의 균형이 잘 맞다. 후지(부사)에 비해서도 과즙이 풍부해, 아삭하게 한 입 베어물 때 과즙이 양옆으로 팍 튄다.

02 감홍 그윽한 검붉은색 사과. 우리나라 원예연구소에서 서로 다른 사과를 교배한 뒤 개발해 1993년부터 보급한 품종이다. 주로 문경에서 많이 재배하지만 대규모로 농가가 없어 일부러 찾지 않으면 철을 지나치기 쉽다. 신맛보단 단맛이 더 두드러지고 한 입 베면 과즙이 터진다. 코키리 코처럼 꼭지 부분이 툭 불거지는 ‘상비과’ 때문에 재배하기가 까다롭다.

03 홍옥 일본 나가노현에서 교배하고 육성한 품종. 우리나라에서도 60~70년대, 초기 사과 농가에서 많이 재배했다. 한 입만 먹어도 표정에서부터 신맛이 확 퍼지는, 기억할 수밖에 없는 맛의 새콤한 사과. 신맛에 대한 추억 때문에 찾는 사람이 있지만 수요가 일정치 않고 거의 모든 병충해에 약해 요즘 재배하는 곳이 잘 없다. 미리 예약해야 제철에 겨우 한 상자 구할 수 있다.

04 홍로 홍로는 ‘추석 사과’라고도 불린다. 농가에선 매년 추석 날짜에 맞춰 출하 시기를 조정한다. 올해 한 달가량 추석이 빨랐지만, 다행히 날씨가 좋고 꽃 피는 날짜가 앞당겨져 시장에 제때 나갈 수 있었다. 신맛이 없어 단맛이 유난히 더 두드러진다. 양광보다 더 달게 느껴지기도 한다. 약간 울툴불퉁한 원형이라 각도에 따라서는 하트 모양처럼 보일 때도 있다.

05 알프스 오토메 요즘 시장에서 많이 보이는 품종. 한 제빵업체가 신제품을 홍보하면서 이 사과까지 덩달아 유명세를 타게 됐다. 일본 나가노현에서 후지와 홍옥을 함께 기르다가 우연히 발생한 변종이고 작고 귀여워 알프스 소녀라는 이름을 붙였다. 보통 사과 크기가 작으면 신맛이 강한데 이 품종은 단맛이 충분해 대추처럼 집어 먹거나 얇게 썰어 요리에 활용하기 좋다.

 

01 손에 딱 맞는 과도로 천천히 여러 번 돌려 깎아봐야 제대로 할 수 있다. 서툴더라도 칼끝으로 사과를 탁 치는, 그 준비 동작은 빠뜨리지 않는다. 돌려깎기는 깎는 이의 예의 범절을 가늠하는 방편일진 몰라도, 껍질을 벗기는 제일 쉬운 방법은 아니다.

02 보기엔 좀 어색하지만 감자칼로 사과 껍질을 긁어내면 돌려 깎는 것보다 훨씬 수월하게 껍질을 벗길 수 있다. 다만 감자칼을 쓰고 난 뒤 다시 과도를 꺼내 사과를 조각내고 씨를 파내는 일이 귀찮을 뿐…. 사과를 대량으로 깎아야 할 때 유리하다.

03 한입 크기로 사과를 먼저 썰고 작은 조각을 잡고 껍질을 하나씩 깎는 편이 보기에도 하기에도 제일 편하다. 그때 칼로 리본 모양을 만들기도 하는데, 명절이 아니라면 생각보다 예쁘진 않다. 얇게 저미면 샐러드에 넣기 좋다.

 

01 진 사과차 경북 상주 사과로 만든 사과차 원액. 진하고끈적한 이 액을 찻숟가락으로 2~3번 떠서 종이컵에 담고 뜨거운 물을 부어 마시면 달콤함에 얼굴이 다 펴진다. 02 스톤웰키친 애플 크랜베리 처트니 몇 가지 치즈를 꺼내 접시에 깔고 이 처트니를 조금 곁들여 먹으면 술안주의 새로운 장을 열 수 있다03 앱솔루트 애플 사과 향이 훅 치고 올라오는 보기 드문 보드카. 주스, 토닉워터, 진저에일과 두루두루 잘 어울린다. 어떤 것과 섞어도 이게 술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맛이 향긋하다. 04 바카디 빅애플 흔히 않은 플레이버드 럼. 향만 슬쩍 첨가한 게 아니라, 과일을 증류한 뒤 블렌딩했다. 진저엘이나 콜라만 있어도 근사한 맛이 난다. 05 포숑 사과 비네거 발사믹 비네거로만 샐러드드레싱을 만들었다면 사과 비네거로 대체해본다. 신선한 사과를 깎을 때 느껴지는 그 향이 샐러드 전체에 퍼진다. 06 추사 사과 와인 예산에서 시작해 꽤 이름을 날리고 있는 과실주. 아이스 와인보단 가벼운 단맛이지만, 디저트로 한잔 마시기에 충분하다07 마운틴 프레쉬 사과주스 요즘 착즙주스, 신선주스에 밀려 있지만 아직도 슈퍼마켓에서 파는 사과주스의 종류는 생수 종류 만큼이나 많다. 달고 진해서 한 잔 마시면 배가 그득하다. 08 요거트 무슬리바 달콤한 사과 요거트가 코팅된 무슬리바. 슬로바키아 식료품 브랜드 Tekmar에서 합성 착향료, 합성 착색료를 쓰지않고 만들었다. 09 쿠스미 티 사과 사과 향이 그윽한 홍차 티백. 홍차 향기는맡는 것만으로도 몸이 따뜻해지는 효과를 낸다. 여기에 사과 향까지 더했으니…10 순수고메 반건조 사과 꼬들꼬들 씹히는 맛은 덜하지만, 반건조 오징어만큼 심심한 입을 달래준다. 잘게 썰어 플레인 요구르트 먹을 때 뿌려도 맛있다11 초록보감 친환경 사과 그대로 애플 크런치 사과 한 알을 그대로 동결 건조했다. 먹어보면 훨씬 이해가 빠르다. 쌓인 눈을 밟을 때의 그 질감이 입 안에서 그대로 느껴진다12 쁘띠첼 워터젤리 사과 간편하고 저렴하지만 꽤 그럴싸하게 즐길 수 있는 디저트의 대명사. 사과 젤리도 나온다13 파시니 립롤 칼로리 덩어리에다 진짜 사과도 안 들어갔지만 만족감은 돌돌 말린 이 사탕처럼 길게 이어진다. 14 더 자연스런 사과즙 종이컵 딱 한 잔 용량의 팩. 가방 속 서류 뭉치 사이에 끼워뒀다 출출할 때 마시기 좋다15 에디아르 사과 티 사과 향도, 떫은 홍차의 맛도 강렬하다. 우러나길 기다리는 시간조차 향기롭다.

 

 

01 카탈루냐식 화이트 상그리아 부암동에 새로 문을 연 레스토랑 ‘프렙Prep’의 윤준상 셰프에게 사과로 접시를 채워달라고 부탁했다. 첫 번째는 스페인 사람들이 아이스커피처럼 자주 들이키는 화이트 상그리아. 카탈루냐산 와인을 쓰는 게 제일 좋지만, 설탕 없이 와인 자체로 단맛을 내고 싶어 달콤한 맛이 매력인 칠레산 샤르도네 와인을 사용했다. 와인 한 병에 브랜디 30밀리리터 정도를 추가하고 과일, 정향, 계피를 더해 이틀간 담가두었다가 손님에게 낸다.

02 사과 처트니를 곁들인 푸아그라 전채로 내기도 좋고, 타파스로 술에 곁들이기도 좋은 사과 요리 한 접시. 진하고 묵직한 푸아그라를 빵에 버터처럼 펴 바른 뒤 크랜베리, 정향, 계피와 함께 졸인 사과 처트니를 올린다. 얇게 저며 오미자 원액과 샴페인 비네거에 하루 절인 햇생강을 그 위에 또 올린다. 스페인산 훈제 소금까지 살짝 뿌리고 한 입 베어 먹으면 다채로운 맛이 동시에 폭발한다. 콧바람과 함께 느껴지는 푸아그라 특유의 향은 또 다른 한 입을 부른다.

03 오키나와 흑당으로 만든 애플파이 말린 자두, 말린 크랜베리, 사과, 오키나와산 흑당을 졸여서 만든 파이. 미니 사과를 얇게 저며 위를 덮었다. 당도와 산도가 균형을 이루는 이맘때의 영주 사과를 사용하면 맛이 알차게 들어찬다. 파이 속에는 오키나와 흑당으로 만든 크럼블을 넣어 씹히는 맛을 다양하게 살렸다. 달아서 머리가 깨질 듯한 맛이 아니라, 달고 향긋한 사과 맛에 혀가 춤추는 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