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민의 민얼굴

극단적인 분장, 위악을 넘나드는 캐릭터, 그냥 나오기만 해도 웃음이 터지는 개그맨. 하지만 왠지 그는 진지한 사람일 것 같았다. 휴일 한낮에 장동민을 만났다. 그는 몹시 피곤해 보였다.

티셔츠는 H&M.

어제 과음했어요? 얼굴에 아예 ‘피로’라고 쓰여 있네요. 아니 뭐 그냥 만성 피로예요.

피로는 풀어야 맛이잖아요. 아유, 풀 게 뭐 있나요. 그냥 이렇게 사는 거지.

인터넷에서 ‘장동민 레전드 영상’ 같은 걸 보면 뭔가 좀 풀리기도 하던데요. 저는, 제가 한 거 원래 잘 안 봐요. 제가 TV에 나오는 게 좀 이상하고, 영 익숙지가 않아요. 근데 요즘 <더 지니어스>는 봐요.

왜요? 무엇이 신경 쓰여서? 신경 쓰인다기보다는, 거기에 진짜 장동민이 담겨 있는 거 같아서요. 상황이 리얼한 건 많이 해봤지만, 진짜 제 성격이 리얼로 나오는 건 처음인 것 같아요. 방송이라는 걸 잊을 정도예요. 워낙 승부욕이 강하기도 하고.

반응도 궁금하겠네요? 원래 댓글이나 뭐 그런 거 안 보거든요? 근데 요번엔 보게 됐어요. 방송 전엔 다들 그랬어요. 장동민은 저기 왜 들어간 거야? 그냥 뭐 예능이니까 웃기려고 하나 넣었나 봐, 뭐 아무 때나 성질이나 부리다 말겠지, 다 그런 거였어요. 근데 막상 뚜껑 열고 보니 달라졌죠. 저는 언제 뭘 해도 누구한테 안 질 자신이 있거든요. ‘장동민’과 ‘지니어스’라는 말 사이엔 어쨌거나 충돌과 반전이 있을 수밖에요. 주변에서 나가지 말라고 했어요. 거기는 뭘 해도 욕먹는다고. 배신해도 욕먹고, 가만히 있어도 욕먹고, 게임을 잘 몰라도 욕먹고…. 저는 성격이, 하지 말라면 무조건 해야 되거든요? 다 욕먹어? 나는 안 먹어. 그래서 나가게 됐어요.

근데 ‘욕’하면, 또 장동민이잖아요. 사람들이 장동민한테 원하는 건, 막 성질부리고 난폭하게 행동하고 욕하고 그런 거죠. 근데 제 성격이 원래 그렇진 않거든요? 처음 보는 사람들이 다 욕해달라고 그래요. 아니 근데 처음 본 사람한테 뭔 욕을 하냐고요.

욕에 대해서 어떤 식으로든 연구가 있었나요? 제일 중요한 건 눈치예요. 눈치 없는 사람들이 꼭 다른 사람을 기분 나쁘게 하잖아요. 어렸을 때 할머니랑 같이 살았는데, 그때 눈치를 엄청 봤어요. 반찬 하나를 집어 먹을 때도 눈이 막 돌아가는 거죠. 나중에 어머니가 그걸 엄청 속상해하시더라고요. 부모가 못나서 애가 저렇게 눈치를 보니 어쩌면 좋으냐고요. 그러다 한번은 우시는 걸 봤는데, 그때부터 제가 막 ‘지랄’을 하게 된 거예요. 엄마한테, 내가 눈치 보는 아이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려고요. 막 소리지르고 지랄하고, 일부러 제 성격을 그렇게 만들려고 했어요. 근데, 원래 트레이닝된 건 눈치 보는 성격인 거예요. 지금 저 사람 감정이 어떨까? 지금 내가 이런 행동을 하면 혹시 저 사람이 싫어하지 않을까? 이게 기본인 거죠. 그렇게 어렸을 때부터 자연적으로 몸에 터득된 눈치가 있어요. 연구한 게 아니라 몸에 그냥 밴, 제 삶이죠 삶.

장동민의 욕은 말하자면 ‘약자의 방어’ 같은 거잖아요. 절대 이유 없이 먼저 찌르진 않죠. 방어적인 요소가 많이 있죠. 욕을 ‘공격’으로 하면 싸움 나잖아요. 허술해 보이고 모자라 보이는 놈이 욕을 하니깐 상대방도 받아들일 수 있는 거고요. 예를 들어 아이돌 앞에서는 대부분 몸을 사리거든요. 근데 저는 그냥 하거든요. 시청자들도 이제 ‘장동민이니까 저럴 수 있다’는 식으로 봐요. 요즘은 방송 들어가기 전에 욕을 해달라는 부탁을 많이 받아요.

자기한테 욕을 해달라고 한다고요? 네, 연예인들이 부탁 많이 해요. 그래야 자기가 호감이 되니까. 근데 전 부탁하면 안 해줘요. 상황에 맞을 때, 누구나 다 이 타이밍에선 욕 처먹어도 되겠다 싶을 때 욕을 해야지, 일부러 계획해서 욕을 할 수는 없죠.

그런 오해라면 오해가 일상으로도 연결되겠죠? 그럼 힘들 텐데. 맞아요. 제가 진짜 화를 내도 저게 웃기려고 저러나 보다 그래요. 어쨌거나 화난 모습을 보이는 게 좋진 않으니까 그걸 장점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걸림돌이 되는 건 사실이에요. 원래 성격은 진지하고 장난도 잘 안 치는데, 사업을 추진한다거나 그럴 때면 뭔가 인정을 안 해주는 느낌이 있죠.

피시방에 이어 최근엔 고깃집도 냈죠? 저는 원래 꿈이 사업가였어요. 지금도 계속 사업을 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할 거고요. 음, 제가 이렇게 사업을 벌이면서 돈을 버는 이유는 하나예요. 저를 믿어주고 저를 따라준 사람들이랑 함께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가족도 있고, 뭐 친구도 있고, 파트너들, 저희 직원들, 여러 사람이 있는데, 저 때문에 고생하고 희생한 사람들에게 다 베풀기 위해서 열심히 해요.

얼마를 벌 거예요? 10조.

하하. 반응이 다들 그래요. 근데, 10조 있는 사람 있거든요? 없는 걸 얘기하는 게 아니에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어떤 애가 “나는 꿈이 대통령이야” 그러면, 걔가 박씨라면 “박 대통령, 어이 박통!” 이렇게 불렀어요. “지가 무슨 대통령이래, 공부도 못하는 게” 이렇게 말하는 애들을 혼냈어요. ‘븅신’ 같은 새끼들이라고. 대학교 때도, 진짜 아무것도 없는 쓰레기 자취방이었지만, 그때 유상무, 유세윤 뭐 다른 친구들까지 한 7~8명 같이 살았어요. 병신들이 돈도 없으니까 소주 한잔 마시고 케첩 한 번 찍어 먹고 그랬죠. 완전 병신들이었죠. 근데 꿈이 뭐냐? 했을 때, 우리는 개그맨이 될 거다, 피디가 될 거다, 카메라 감독 할 거다, 했어요. 거기 있는 누구도 비웃지 않았어요. 그러고 3년 후에 정확하게 현실이 됐어요. 우리는 다 개그맨 됐고, 그 카메라 한다던 애는 <무한도전>이랑 <우결>에서 카메라 감독 하고 있고, 피디 되겠다던 애는 <비틀즈 코드> 피디가 됐어요. 제가 10조 벌 거라고 얘기했을 때 웃는 사람을 보면, 죄송하지만 이 사람의 역량은 이거구나, 생각해요. 제가 무슨 “외계인이 될 거야” 이런 게 아닌데, 왜 웃지?

십원이라고 했어도 똑같이 웃었을 것 같은데요? 그쵸. 제가 10조를 벌지 못 벌지는 모르는 거죠. 근데 제가 목표를 그 정도로 세워놔야 지금 열심히 달릴 거 아니에요. 마라톤 선수들도 42.195킬로미터를 달리고 결승선에서 바로 딱 서지 않잖아요. 더 돌잖아요. 한 45킬로미터 뛴다고 생각해야 더 에너지를 쏟을 거 아니에요. 그렇게 생각해요. 꿈을 크게 갖는 이유는 제가 나태해지지 않고 열심히 달리기 위해서.

그만큼 성실한가요? 그냥 맡은 바 일을 항상 열심히 하려고 해요. 내가 여기서 이렇게 해야지, 그런 적은 없어요. 자신감 하나로 살아왔다고 생각해요. 각자 인생을 판단하고 살지만, 저는 유독 그게 강한 편이에요. 내가 옳고, 내 판단이 맞다는 생각을 정말 강하게 하면서 살아요. 이게 자격지심일 수도 있는데, 부유한 가정에서 유복하게 산 게 아니다 보니, 믿을 수 있는 건 나 하나라고.

그럼, 어렸을 때 옷장에 용돈을 넣어두고 맘대로 쓰게 했다는 얘기는 뭐예요? 없는 와중에 그랬어요. 그 얘길 하자면, 제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가족들이 큰 판단을 내려야 했어요. 부모님이 딴 데 가서 일하시게 되니까, 저희 삼 남매가 자연스레 할머니랑 같이 살게 됐어요. 가족이 떨어져 살아야 하는 이유가, ‘돈이 없어서’였어요. 그때 제가 그랬어요. 내가 돈을 많이 벌어서 우리 가족을 행복하게 해주겠다. 그랬더니 가족들이 믿어줬어요. 일곱 살 때였어요. 그 어린애가 당장 무슨 돈을 벌고, 뭘 열심히 살겠어요. 어쨌든 저한테 모든 걸 다 쏟았어요. 큰일을 할 사람이 기가 죽으면 안 된다, 남자는 돈이 없으면 기가 죽는다,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돈도 저한테 엄청 줬어요. 집안이 부유해서 돈을 쌓아놓고 쓴 게 아니었어요. 제가 무슨 공부를 잘하거나, 운동을 잘하거나, 얘는 분명 기막힌 연예인이 될 거라는 식도 아니었어요.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어요. 그냥 병신이야. 근데도 아들을 믿으니깐, 동생을 믿으니깐, 식구들이 저한테 완전히 다 쏟았죠.

동민 씨는 그게 부담스럽지 않았고요. 자신 있었어요.

근데 어떻게 그래요? 그 나이에, 공부도, 운동도 못하는 나 자신을 어떻게 믿어요? 난 뭘 해도 최고가 될 거란 생각이 있었어요.

진짜요? 뭐가 되고 싶은지도 모르면서? 사업을 할 거다, 사업을 해서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는 꿈이 어렸을 때부터 강했죠. 그리고 제가 믿었던 건 제가 승부욕이 엄청 강하다는 점이었어요. 하고 싶은 건 무조건 해야 되는 성격이고요. 그걸 못하면 진짜 병이 나요. 가족들도 그런 성격을 아니까, 그래 저놈이 가족을 먹여 살린다니, 지가 얘기한 건 꼭 하는 성격이니까 믿어보자. 그렇게 믿어준 거 같아요.

 

니트는 토미 힐피거, 바지는 TBJ.

제 개그맨이 된 지 10년쯤 됐어요. 정말 빨랐네요. 제가 서른여섯이 될 거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좀 쉬엄쉬엄 하라는 말은 장동민에게 어울리지 않겠죠? 코미디 하는 사람이 쉬면 인기 없어서 들어갔다고 생각해요. 그러다 다시 코미디를 하잖아요? 그러면 아, 먹고살 거 없어서 또 하러 나왔네, 이렇게 돼요. 영화배우들은 뭐 한 1년 쉬었다가 다시 어디 나온다, 이러면….

컴백. 네. 가수도요. 앨범 하나 말아먹고 안 찾아줘서 쉬다가, 어떤 눈먼 분이 돈 대줘서 앨범 만들면, 그게 컴백이 돼요. 근데 개그맨이 쉬었다가 나오면…. “개그맨이 연예인 중 제일 똑똑해, 남 웃기는 게 제일 어려워” 말은 그렇게들 해요. 근데 정작 생각은 그렇게 안 해요. 지금 이런 말도 좀 잘될 때 하면 그런가 보다 하는데, 잘 안 됐을 때 얘기하면, ‘븅신’ 소리밖에 안 나오는 거죠. 글쎄요, 다들 이런 얘기 안 하죠. 그렇게 느끼면서도 얘기는 안 하죠. 어떻게 대중을 판단하느냐, 딴 사람은 다 이렇게 생각한다고 어떻게 얘기하겠느냐. 근데 저는 그냥 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많은 국민이 코미디를 사랑하고 좋아하지만, 코미디를 보는 시점은 그냥, 우습게 보는 거예요. 조금 하대하는 게 사실이고요. 그만큼 친근하고 대중적이라고 표현하는 사람도 있어요. 좋으니까 그러지! 전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말하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잘해야 하는 거죠.

그렇게 10년. 올해는 어떤가요? 제 인생에서 가장 바쁜 거 같아요. 잠을 못 자요. 어떤 방송에서 소원이 뭐냐고 그래서 낮잠 두 시간만 자보는 거라고 했어요.

과연 두 시간이 생기면 잘 수 있을까 싶네요. 사람의 능력에는 한계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마 저만큼 프로그램 하는 사람 없을 거 같아요. 다들 휴일이 있죠. 버거워요. 근데 다 되더라고요. 더 많이 해도 다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한계가 없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사실 밑바닥에서 뭔가 고갈된달까, 그럴 수도 있잖아요. 글쎄요, 소스가 떨어진다, 저는 그 생각과는 좀 반대예요. 행사 같은 걸 가도요, 저는 레퍼토리랄 게 없어요. 신인 때부터 그랬어요. 뭔가 고정된 멘트가 없어요. 그거 다 연구하고 짜거든요? 근데 저는 그게 너무 싫은 거예요. 왜 그걸 해? 저는 바닥이 없어요. 밑바닥이란 거는 뭔가를 쌓아놨을 때 밑바닥이 있는 거잖아요. 샘솟는 거에서는 밑바닥이 없죠.

가만 생각해보면, 10년 전 장동민이나 지금이나 뭐가 달라졌달 게 없어요. 그건 장동민이라는 이름으로 뭔가를 지켰기 때문일까요? 글쎄요, 저는 변한 게 없는데 사람들은 변했겠죠. 저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화내고 똑같이 욕하고 이렇게 했어요. 일부러 욕을 해서 이런 캐릭터를 잡아야지 한 적은 없어요. 예전부터 그랬어요. 근데 제가 20대일 때는 사람들이 안 받아줬어요. 같이 하는 연예인들도 다 기분 나빠 하고, 그래서 트러블도 많았어요. 형들이 저한테 교육도 많이 시켰죠.

방송을 그렇게 하면 안 된다? 성격을 바꿔라, 너는 충청도니깐 서글서글한 모습이 좋다. 근데 내 성격은 그게 아니거든요? 생각했어요. ‘뭘 안다고 떠들지?’

나는 잘될 것이다? 저를 믿었으니까요. 내가 나이만 먹어봐라. 30대 중반을 넘으면 내 세상이 온다. 그때가 되면 내 개그가 통할 것 같은 거예요. 보는 사람도 좋아하고, 같이 있는 연예인도 웃을 거 같았어요. 나이만 먹으면! 그렇게 저는 한결같이 했는데, 사람들이 이제 그걸 받아주게 된 거죠.

그럼 이경규, 유재석, 신동엽 같은 이름은 지금 장동민에게 어떤가요? 저도 나이를 먹을 텐데, 장동민은 죽기 전까지 저렇게 욕하고 지랄하겠지, 그렇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이경규 선배님도 한결같이 그런 캐릭터를 유지하시잖아요. 방송으로는 그렇게 사람들이 한결같은 느낌으로 원하고 찾는 게 가장 성공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웃기긴 웃긴 거 같아요. 어느 자리에 있어도 웃음을 줄 수 있어요.

샘솟듯이? 네. 하지만 지금 MC를 맡는다거나 그런 건 제가 일부러 피해요. 섭외가 들어와도 거절해요. 아직까지 시청자들이 그런 모습을 받아들이기에는 힘들 수 있어요. 조금씩 조금씩 더 익은 다음에 천천히 가도 돼요. 저는 뭐 조바심이나 이런 게 없거든요.

충청도가 고향이시죠? 네. 떠난 지는 오래됐죠.

나이가 들면서 ‘고향’이라는 게 어떤 식으로든 더 다가오는 게 있지 않나요? 맞아요. 전 고향이 충청도라는 게 연예인 하면서 가장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뭐랄까, 충청도 사투리를 쓰면 사람을 좀 낮게 봐요. 그게 개그에는 참 도움이 돼요. 경상도 말은 세잖아요. “마! 하지 마라!” 근데 충청도는 “그만 두어~” 그러죠. 같은 말이라도 뭔가 더 웃기잖아요.

장동민은 잘 웃는 사람인가요? 아뇨.

동민 씨를 웃게 하는 건 뭐예요? 어, 이거 좀 못된 성격인데, 코미디를 보고 웃은 적은 거의 없는 거 같아요. 친한 사람이 다치거나, 이러면 웃겨요.

네? 제가 살면서 크게 웃은 적이 몇 번 있는데, 한번은 유세윤이 방송에서 복싱 연습하는 거 찍다가, 이렇게 막 주먹으로 치는 펀치볼 있죠? 그걸 하다가, 마지막에 세게 한번 치고 싶었나 봐요. 그래서 있는 힘을 다해서 팍! 쳤는데, 위쪽 쇳덩어리를 친 거예요. 그래서 뼈가 다 뒤집어졌어요. 그때 한 30분을 웃었어요. 뼈가 막 튀어나왔더라고요. 바로 촬영 중단되고 병원으로 실려갔거든요? 그게 너무 웃긴 거예요. 지가 뭔가 열심히 하려다가 다친 게, 그리고 아파하는 모습이 너무 웃긴 거예요. 그때 정말 30분을 쓰러져서 웃었어요. 얼마 전엔 <나는 남자다>라는 프로그램에 이름이 재밌는 분이 잔뜩 나왔는데, 이름이 뭐 ‘성기왕’, ‘성문제’ 이런 거예요. 저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게 살았을까, 너무 웃긴 거예요. 그 방송에서도 거의 미친 듯이 울면서 웃었어요.

뭔가 타인의 고통과 관련이 있네요. 근데 그게 아는 사람이라거나, 지가 뭔가를 막 해보려고 하다가 실수한 거라거나, 그런 경우만 그래요. 저는 병문안을 못 가요. 웃겨서가 아니라, 거기 가면 제가 몸이 아파요. 만약에 누가 어디를 수술했다고 하면, 전 거기가 아파요. 누군가 아파야 한다면 내가 아픈 게 낫다고 느끼는 성격이에요. 누군가 맞아야 한다면 그냥 제가 맞는 게 낫고요. 남의 고통을 진짜 그냥 못 봐요.

헷갈리네요. 지나가다가 누가 교통사고 당했는데 그거 보고 웃진 않죠. 아는 사람이 뭔가 열심히 노력하다가 그렇게 되는 건 너무 웃기고요.

동민 씨, 힘들지 않아요? 힘들죠. 너무 힘들죠.

약점조차 약점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달까요? 그럼 뭔가 꼬이잖아요. 그렇죠. 힘이 들죠. 짊어지고 있는 게 너무 많다 보니 힘이 들어요. 근데 제가 살면서 느낀 건데, 다들 왜 “힘들어 죽겠다” 이러잖아요. 근데 내일 되면 더 힘들어요. 모레 되면 또 더 힘들어. 힘든 게 안 없어져요. 그래서 생각을 해본 결과, 어차피 내일 더 힘드니깐 오늘이 제일 행복한 날이구나, 생각해요. 저는 최악은 없다고 봐요. ‘좋은 날이 올 거야’ 이게 아니라, 내일은 더 최악이라는 거죠. 인생이 그래요. 내일은 어차피 더 최악이니깐 오늘이 가장 행복한 날이구나. 그렇게 매일매일 그냥 살거든요. 그러다 보니 견딜 수 있는 거 같아요.

사실 오늘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새삼 느낀 게, 장동민에게 별로 궁금한 게 없다는 점이었어요. TV에 나오면 무조건 웃긴다, 좋다, 하지만 뒷면까지 굳이 궁금하진 않다. 글쎄요, 제가 뭐 가식 없이 다 보여주면서 살았다는 생각도 드는데, 진짜 장동민의 모습을 그닥 많이 보여주진 않았어요.

그러니까요. 궁금하지 않았는데, 인터뷰는 이렇게까지 흘러왔네요. 좋은 거 같아요. 저한테 어떤 기대치가 없다는 게. 저한테는 그게 굉장히 큰 장점이에요. 궁금하지 않다는 게, 관심이 없다는 뜻일 텐데, 별 관심 없는 놈이 갑자기 뭘 했다, 많이 웃겼다, 머리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연기도 잘하더라, 이런 얘기는 연예인에게 큰 장점인 거 같아요.

10년 동안 한 번도 쉬지 않으면서요. 네. 공채 데뷔하고 10년 동안 한 번도 쉰 적이 없어요. 방송이 없었던 1주일이 지금까지 한 번도 없어요. 오늘도 그렇게 살아가요. 사람들은 뭐, 그냥 그렇구나 할 거예요. 기대치가 별로 없으니까요. 그게 좋아요.

그럼 마지막으로 그 유명한 마징가 출동하는 장면 촬영할까요? 네, 바로 시작할까요?

SHARE
[GQ KOREA 피처 디렉터] 곧 두 번째 책을 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