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좀비 보이, 릭 제네리스트

2014.12.02GQ

온몸에 문신을 한 유명한 남자를 만났다. 그는 릭 제네스트라는 이름 대신, 좀비 보이라 불리길 원했다.

 

그간 수많은 인터뷰를 했을 테고, 그중 제일 좋았던 질문은 뭐였나? 가장 좋았던 건 레이디 가가의 질문이다. 다른 사람들처럼 몇 살 때 처음 문신을 했냐, 가 아니었다. 그녀는 몇 살 때쯤 문신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냐고 물었다. 내 인생 최고의 질문이었다. 돌아보면 어릴 때부터 타투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다. 한 너댓 살 때였나? ‘바주카’라는 싸구려 껌을 사면 몸에 붙일 수 있는 판박이를 줬다. 그게 좋아서 매일 몸에 붙이고 다녔다. 아마 그게 내 첫 문신일 거다.

그럼 가장 싫은 질문은? 나이가 들고 나서 문신한 걸 후회할 거 같냐는 질문. 난 절대 늙지 않을 거니까 해당 사항 없는 질문이다.

온몸에 문신을 한 후, 당신은 그야말로 스타가 됐다. 뭐가 달라졌나? 글쎄,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한다는 거? 그것 말곤 달라진 게 없다.

영화 <47 Ronin>은 어떻게 촬영하게 되었나? 에이전시를 통해 연락을 받았다. 한창 레이디 가가와 뮤직비디오를 촬영할 때였던 것 같다. 맡은 역할이 해적이어서 바로 하겠다고 했다.

해적으로 사는 건 얼마나 유쾌했나? 스턴트맨에게 제대로 넘어지고 맞는 시늉을 배우는 게 흥미로웠다. 양쪽 팔이 잘리는 장면도 있었는데 아쉽게도 영화엔 나오지 않았다. 해적에 대한 분량도 상당수 줄었고. 가장 아쉬웠던 건 엔딩 크레딧에 내 이름을 ‘릭 제네스트’라고 쓴 거다. ‘좀비 보이’라고 나왔어야 했다.

앞으론 무슨 역할을 해보고 싶나? 양아치, 해적은 해봤으니, 살인마나 좀비 역을 맡아보고 싶다. 펑크 스타일의 좀비라면 더 좋겠고.

당신을 보고 수많은 청년이 타투를 감행했다. 그걸 보는 기분은 어땠나? 말해 뭐 해, 정말 기분이 좋았다. 타투와 펑크 문화는 다음 세대에도 전해져야 한다. 언젠간 우리가 세계를 정복할 테니까! 가장 인상적인 친구들은 나와 똑같이 문신한 카피캣들. 나처럼 얼굴에 해골 문신을 한 친구를 4명이나 만났다.

처음 타투를 시도하는 사람에게 해줄 만한 조언 같은 게 있나? 일단 껌을 준비해야 한다. 고통을 잊는 데 도움이 된다. 그리고 유행을 따르면 안 된다. 멋져 보이는 것보다는, 평생 사랑할 것을 새기는 게 좋다.

당신이 가장 처음 한 문신은 해골이었다. 해골을 평생 사랑할 건가? 이 해골은 졸리 로저스라 불리는 해적의 심벌이다. 어렸을 때부터 해적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상어를 무서워한다는 걸 깨닫고, 좀비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어릴 적 뇌종양을 극복한 후 문신을 시작했다고 들었다. 죽음에 관한 어떤 메시지를 담은 건가? 죽음을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죽음에 가까웠다가 다시 살아나면 삶을 더 소중히 대한다고들 말하지만, 글쎄. 그저 나답게 사는 게 좋을 뿐이다.

그렇다면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게 있나? 즐거운 삶을 살았고, 준비 되어 있다. 지금 죽어도 별 후회는 없다.

데상트와의 작업은 즐거웠나? 상의, 하의 다 마음에 들었다. 신발도 멋지고.

이 재킷, 입어보니 어떤가? 스키 탈 때, 아주 추울 때 입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소매의 벨크로가 참 마음에 든다. 요즘 같아선 매일 입게 될 것 같다. 해변에 갈 때도 입어볼 참이다.

꼭 함께 일해보고 싶은 브랜드가 있나? 닥터 마틴. 연락을 받았었는데, 이런저런 사정 때문에 성사되지 못했다. 언젠가 꼭 해보고 싶다.

내일 오스트리아로 떠난다고 들었다. 존경하는 타투이스트 ‘퍼즐맨’이 거기 있다. 온몸을 퍼즐로 문신한 남자. 또 사람들에게 퍼즐 조각 문신을 해주곤 한다. 나 역시 조각 하나를 꼭 받을 거다.

가기 전 서울에서 뭘 꼭 해보고 싶나? 소주를 꼭 마셔보고 싶다. 한국의 데킬라라고 들었는데 맞나?

    에디터
    박태일
    출처
    DESCEN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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