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MEN OF THE YEAR – 정우성]

정우성은 올해 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형 같았다.

셔츠는 알레그리, 바지는 랑방, 벨트는 구찌, 로퍼는 보테가 베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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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비트>를 빼놓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젊음의 표상이자, 가장 아름다운 시절로서의 의미 역시. 이후 그가 출연한 영화가 썩 좋지 않은 평가를 받을 때도 그 이미지만은 단단했다. 정우성은 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신의 한 수>와 <마담 뺑덕>은 기다렸다는 듯이 개봉했다.

7월, <신의 한 수>는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를 제쳤다. <마담 뺑덕>의 흥행은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두 편의 영화적 성취를 정색하고 따질 필요는 없을 것이다. 미디어가 정우성을 다루는 방식도 달라진 것이 별로 없었다. 근육, 액션, 전라 같은 말. 영화에 출연한 배우로서 당연히 감당하고 알려야 하는 흥행의 요소들. 그 먼지 같은 말 사이로, 정우성이 투박하게 밀고 나간 건 진심이었다. 영화 <신의 한 수> 즈음의 인터뷰에선 이렇게 말했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이후에 4, 5년의 공백이 있었어요. 작품에 의미를 둔 영화들을 계속 작업하다 보니 상업영화를 보여드리지 못한 것이 또 다른 공백으로 느껴졌어요. 그동안은 작품을 통해 제가 입고 싶었던 옷을 골라 입었어요. 관객들이 나에게 바라는 모습들은 전혀 배려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데뷔 20주년이 다 됐는데 관객들에게 보여줄 만한 영화가 뭘까, 관객들이 보고 즐거워했던 장르는 뭘까 고민했었죠.”

성과와 관계없이, 그저 정우성이 나온다는 사실만으로 모두를 관대하게 만드는 힘은 어디서 오는 걸까? 지금도 독보적으로 잘생긴 얼굴이라서? ‘남자조차 반하게 만드는 눈빛’이라는 게 그저 빈말은 아니라서? <연예가 중계>가 진행한 ‘게릴라 데이트’에서, 신촌 거리는 그가 등장한 지 몇 분 만에 가득 찼다. 20년째 변함없는 환호 속에서 정우성은 비로소 편안하고 익숙해 보였다. 그렇게 몇 명의 팬과 포옹하고 왈츠를 췄다. 떡볶이를 먹고 고기를 구웠다. 20대 초반부터 마흔둘이 될 때까지, 대중의 중심에서 성장한 정우성이 거기 있었다.

그럼 이런 말은 어떨까? 정우성은 지난 5월, <GQ>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예의는 언제나 중요하다. 불필요한 자존심 때문에 인사하지 않는 사람들이나, 한두 번 보고 나이 많다고 ‘야자’하는 사람들은 정말 별로다. 나는 인격을 바탕으로 평등하게 대한다. 원래 좋은 건 따분하다. 다들 왜 좋은 역할만 하느냐고 묻는데, 좋은 게 진짜 좋은 거 아닐까? 좀 재미없어도, 나쁜 걸 멋지게 꾸밀 필요는 없다.” 좋아하는 시계에 대해 말하다 “지금 당신 신분에 맞는 건 뭘까?” 질문한 에디터에겐 ‘품위’를 말했다. “품위가 있어야 한다. 새벽에 열심히 청소하시는 분을 보면 순결해 보인다. 최선을 다하면 품위가 저절로 생긴다. 매일 오메가 시계를 아끼며 차는 건 멋이 있다. 물론 여유로우면 브레게부터 시작할 수도 있지만.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행동이 품위를 만든다.” 집에 혼자 있을 때는 뭘 하냐는 질문에는 이렇게. “아무것도 안 한다. 내가 자주 하는 말이 ‘집에서 혼자 한 말도 세상이 알아듣는다’다. 집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 혼자 있을 때는 ‘오늘 뭐 했지?’ ‘오늘 누구를 만났는데 그 사람이 섭섭할까?’ 그런 생각뿐이다.”

올해 정우성이 했던 말은 지금까지 스스로 지켜낸 그 이미지보다 더 단단하게 느껴졌다. 배우라면 으레 할 것 같은 이런 말에도 무게가 실렸다. “20년 전을 돌아보면 아무것도 할 줄 몰랐고 의욕만 앞섰고 꿈에 대한 열정으로 했죠. 앞으로의 20년을 생각해볼 때는 더 잘할 수 있는 ‘준비된 신인’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기실, 지난 20년 동안 그가 극복하고 싶었던 건 오로지 자기 자신 아니었을까? 이런 말이 좀 흔하게 들리면 또 어떤가? 그가 말한 대로, 좀 재미없어도 좋은 건 진짜 좋은 거 아닐까? 정우성은 6년 만에, 말 한마디에도 귀 기울여야 마땅한 무게감의 남자로 돌아왔다. 나이와 관계없이, 우리는 이럴때 ‘형兄’이 라는 호칭을 쓴다. 손윗사람을 부르는 말이기도 하고, 나이가 비슷한 동료나 아랫사람을 조금 높여 부를 때 쓰는 말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늘 예의를 갖춰 서로를 더 친밀하게 존중할 줄 아는 두 남자 사이에서 쓰는 말이다.

 

재킷은 비비안웨스트우드, 티셔츠는 마리야 by 10 꼬르소 꼬모, 바지는 마우로그리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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