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도 사, 무도 사

울긋불긋 단풍잎이 가면 더 반가운 초록이 온다.

무와 시래기
무를 베는 기분은 곧장 겨울의 감촉을 닮았다. 근육이 떨리도록 칼을 누를 때의 시원한 흥분 같은 것…. 시장 바닥에 무가 깔리기 시작할 때쯤 찌개와 조림은 한층 더 맛이 깊어진다. 달고 보드랍고 무르다. 게다가 싼 가격으로 그릇을 가득 채우는 넉넉함까지 갖췄다. 무청은 따로 모아서 시래기를 만든다. 김장철 시장 한 쪽에는 빨간 플라스틱 바구니에 널어놓은 무청이 지천이다. 서걱서걱한 찬바람에 말려야 나중에 보들보들 씹히는 시래기는 한반도 등허리에 있는 강원도 양구산이 유명하다. 여기서는 시래기가 건조장을 따로 두고 대접받는 몸이다. 아예 시래기만을 위한 무 품종을 따로 재배하는 터라, 무청을 잘라낸 무는 오히려 버려지는 신세다.

 

배추와 우거지
이맘때 배추는 다디달다. 단풍놀이 길목이나 등산로 입구에 길게 늘어선 막걸리 포장마차에도 배춧잎이 공짜 안주로 수북히 쌓인다. 쌈장만 찍어 와그작 씹으면 기름에 지진 무엇도 부럽지 않다. 무와 배추가 유명했던 의외의 지역이 있다. 서울 뚝섬은 ‘뚝섬 갈비’로 유명했는데, 뚝섬에서 나는 무와 배추를 귀한 갈비에 빗대 부르던 말이다. 천지가 밭이었던 이곳에서 난 채소는 사대문 안에서 불티나게 팔렸다. 이 배추로 담근 김치는 중국산 배추로 담근 물렁한 요즘 김치와 달랐을 것이다. 배추 겉잎이나 얼갈이배추 말린 걸 우거지라 부르는데, 막상 시장에선 구분이 명확치 않다. 우거지가 시래기의 표준어로 아는 이도 있다. 우거지를 넣은 된장국, 해장국, 갈비탕은 어느 때보다 겨울에 풍성하고 뜨뜻하다.

 

01 알타리무 시장 할머니들은 종종 달랑무라고도 부른다. 의외로 표준어는 총각무다. 생김새 때문에 총각의 다른 부분을 많이 떠올리지만, 어원은 결혼하지 않은 남자가 ‘땋아서 위로 묶은 머리’를 뜻한다. 충남 서산산을 최고로 친다.

02 시래기 시래기는 사투리도 아니고 ‘쓰레기’의 변형도 아니다. 일교차가 큰 곳에서 한두 달 잘 말리면 한없이 부드럽다.

03 래디시 유럽이 고향인 붉은색 무. 재배 역사가 무려 2천 년이 넘는다. 선명한 뿌리색이 잘 보이게 깨끗하게 씻은 뒤 동그랗게 썰어 샐러드 재료로 쓴다. 작은 화분에서도 잘 자라 집에서도 키울 수 있다.

04 콜라비 순무와 양배추를 교배시켜 재배한 채소. 콜라비는 독일어로 양배추 Kohl와 순무Rabic를 합성한 단어다. 무보다 아삭하고 달아서 생채나 깍두기로도 담근다.

05 고들빼기 씬나물이라고도 부른다. 작은 총각무처럼 생겼다. 어린 잎과 뿌리를 모두 절였다가 무쳐 먹거나 김치로 담가 먹는다.

06 홀스래디시 서양 고추냉이. 연어나 기름진 고기에 주로 곁들이는 홀스래디시 소스가 이 뿌리에서 나왔다.

07 얼갈이배추 장바구니가 그득할 정도로 큰 한 단을 사두면 며칠은 다양하게 먹을 수 있다. 겉절이부터 시작해 무침, 국, 찌개, 샐러드, 파스타까지 요리의 아이디어가 멈추지 않는다.

08 엔다이브 배추 속통을 떼어놓은 것처럼 생겼지만, 배추보다 아삭하고 한결 더 쌉싸름하다. 잎을 한 장씩 떼어서 핑거 푸드의 그릇처럼 활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노란색 엔다이브와 자주색 엔다이브를 모두 사용하면 샐러드에 신선한 색을 끼얹을 수 있다.

 

무생채 01 고깃집에서 나오는 무쌈의 두께보다 두 배 더 두툼하게 썬다는 기분으로 무 단면을 저민다. 02 여러 장의 무를 화투패 펼치듯이 일렬로 놓고 일정한 간격으로 채 썬다. 03 고춧가루 한 숟가락과 다진 마늘, 소금을 살짝 더해 버무린다. 색이 옅다 싶으면 고춧가루를 조금 더 넣는다.

배추전 01 배추를 깨끗이 씻어 한 잎씩 털어 준비한다. 칼등으로 배추를 쿵쿵 찍어 부드럽게 만들어도 좋다. 02 밀가루에 소금 약간과 물을 넣고 반죽을 만든다. 강원도에서처럼 메밀가루로 반죽을 만드는 방법도 있다. 03 배춧잎 한 장씩 반죽을 묻혀 프라이팬에 지진다.

얼갈이배추 국수 01 경동시장 안동집에서 내는 국수를 따라 해본다. 멸치와 무를 넣고 약한 불에 천천히 육수를 우린다. 02 다른 냄비에 소면을 삶아둔다. 03 국물에 듬성듬성하게 썬 얼갈이배추를 넣고 한소끔 끓인 뒤 면과 함께 담아낸다. 기호에 따라 청양고추로 양념장을 만들어 조금 넣는다.

쇠고기 무국 01 냄비에 참기름을 두르고 다진 마늘 약간과 국거리용 쇠고기를 넣고 달달 볶는다. 02 일정한 간격으로 나박썰기 한 무와 물을 넣고 센 불에서 끓인다. 끓어오르는 거품은 중간중간 걷어낸다. 03 국간장과 소금으로 간을 맞추고 어슷 썬 파를 넣고 한소끔 끓여낸다.

베이컨 배추 파스타 01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을 약간 두르고 마늘 한 쪽과 페페론치노를 넣고 약한 불에 타지 않게 볶는다. 02 잘게 썬 베이컨과 배추 속잎을 넣고 마저 볶는다. 03 삶아둔 스파게티 면을 건져 바로 프라이팬에 더한다. 소금으로 마지막 간을 맞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