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 OF THE MONTH

이달, 보기만 해도 가슴 떨리는 자동차들. 그리고 단 한 대를 위한 명예. 12월엔 2015 푸조 2008 1.6 e-HDi다.

[2015 푸조 2008 1.6 e-HDi]

출시를 앞두고 사전 계약을 시작하자마자 예약 대수가 6백 대를 넘었다는 소식이 들렸다. 며칠 후에는 1천 대를 돌파했다. 심상치 않았다. 흔한 일도 아니었다. 푸조, 시트로엥 공식 수입사 한불모터스 송승철 대표는 즉시 프랑스로 갔다. 본사에서 직접 추가 물량을 확보해왔다. 이미 예약한 사람이 기다리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 더 많은 사람이 2008을 경험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한국에 푸조를 이해하는 사람이 그만큼 많아진 걸까? 소형 해치백에 SUV의 장점을 섞은 장르와 유행 덕일까? 2천만원대 중후반에서 3천만원 대 초반에 살 수 있는 가격? 푸조는 늘 조금씩 아쉬운 브랜드였다. 그 다양한 장점을 미처 알기 전에, 그저 낯설어서 외면하는 사람이 많았다. 푸조 2008도 화려한 차는 아니다. 하지만 꽉 차 있다. 구석구석 살펴볼 때마다 매우 구체적인 흥미를 자극하는 차다. 그다지 빠르게 달릴 수 있는 차도 아니지만 감각과 이성을 동시에 자극하는 재미도 있다. 프랑스에서 시승할 땐 구불구불한 산길 내리막에서 공포스러울 정도로 질주하듯 내려오는 소형차를 만나는 일이 다른 나라에 비해 유난히 잦았다. 심지어 운전석에는 나이 지긋한 할머니가 앉아 있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그 기세만은 젊은이와 다르지 않았고, 급히 꺾이는 코너를 지날 때의 질주에는 더 깊은 활기가 있었다. 프랑스야말로 푸조의 나라, 그들은 하나같이 푸조가 만든 소형차를 운전하고 있었다. 푸조의 코너링은 따뜻한 인절미처럼 차지고, 네 바퀴는 아스팔트를 악착같이 움켜쥐고 웬만해선 놓지 않으니까. 2014년 초겨울, 서울에서 운전한 2008도 그랬다. 소월길과 북악 스카이웨이를 몇 번이고 왕복하게 만들 정도의 중독적 재미, 최고출력 92마력의 힘을 패들시프트로 조율하면서 달릴 때 집중하게 되는 푸조만의 감각. 엔진은 레드존을 넘나들도록 몰아세워도 여유가 남아있었다. 배기량의 크기와 관계없이 그 품만은 넓어서 마음 푹 놓고 달릴 수 있다. 작지만 방방거리지 않고 보채면 보챌수록 그 지평을 조금씩 넓혀갔다. 이러니 월드 랠리 챔피언십에서 푸조가 세운 갖가지 기록을 서울에서 갑자기 수긍하기도 했던 밤. 넓은 선루프와 계기판을 두른 LED에서 나오는 빛은 은은하고 재치 있었다. 2008은 푸조의 소형 해치백 208을 바탕으로 만든 크로스오버(CUV, Crossover Utility Vehicle)다. 차고를 높이고 공간 설계를 다시 해서 SUV의 성격을 보탰다는 뜻이다. 연비야말로 푸조의 특장점이니까, 2008은 알차게 오래 달릴 준비가 돼 있다. 더 넉넉한 공간으로 주말의 여유까지 대비했다. 2008을 사전 예약했던 1천 명이 넘는 그들도 이런 심정이었을까? 2008은 지금 도시에서 필요한 거의 모든 지점을 담백하게 충족시켰다. 시승을 마치고 돌아올 땐 마음이 다 푸근해졌으니….

 

 

엔진은 얇은 덮개로 덮여 있고, 그 밑엔 기계적으로 배치한 각종 기관들이 오밀조밀하게 모여 있다. 핸들은 앙증맞은 크기로 손에 쏙 들어온다. 작아서 마음껏 돌리는 재미가 있고, 차체는 작정하고 자로 잰 듯이 반응한다. 핸들 뒤에는 패들시프트도 있다. 비싼 소재를 마구 썼다고 해서 고급해 보이지는 않는다는 걸 푸조의 인테리어를 통해 깨달을 수 있다. 적절한 배치와 디자인으로 정서적 만족감과 단가 사이에서 균형을 잡았다. 기어봉은 P, N, A와 M으로 명료하게 구성돼 있다.

엔진은 얇은 덮개로 덮여 있고, 그 밑엔 기계적으로 배치한 각종 기관들이 오밀조밀하게 모여 있다. 핸들은 앙증맞은 크기로 손에 쏙 들어온다. 작아서 마음껏 돌리는 재미가 있고, 차체는 작정하고 자로 잰 듯이 반응한다. 핸들 뒤에는 패들시프트도 있다. 비싼 소재를 마구 썼다고 해서 고급해 보이지는 않는다는 걸 푸조의 인테리어를 통해 깨달을 수 있다. 적절한 배치와 디자인으로 정서적 만족감과 단가 사이에서 균형을 잡았다. 기어봉은 P, N, A와 M으로 명료하게 구성돼 있다.

 

 

 

 

[푸조 가문의 이름 짓기]
푸조의 이름은 숫자 셋 혹은 넷으로 짓는다. 지금 한국에는 208과 2008, 308과 3008 그리고 508이 있다. 눈치가 빠르지 않더라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는 규칙. 앞의 2, 3, 5는 체급, 즉 차의 크기를 나타내는 말이다. 숫자가 작을수록 차체도 작고, 숫자가 클수록 차체도 크다. 네 자리는 크로스오버 모델에 붙는 이름이다. 208을 바탕으로 만든 크로스오버를 2008, 308을 기준 삼아 만든 것을 3008이라고 한다. 두 개의 숫자 가운데 한 개의 0이 들어가는 작명법은 푸조만의 규칙이다. 특허를 갖고 있다. 포르쉐가 원래 901로 지으려던 차의 이름을 911로 바꾸게 만든 결정적인 원인, 바로 그 특허다.

 

[다카르 랠리의 푸조 2008 DKR]
이 공격적인 차는 푸조가 내년 다카르 랠리 참가를 발표하면서 공개한 2008 DKR이다. 2008을 기반으로 다카르 랠리에서 최상의 실력을 보여줄 수 있도록 새로 만들었다. 다카르 랠리는 흔히 죽음의 랠리로 알려져 있다. 2014년 1월 13일의 어떤 기사 제목은 이랬다. “올해도 ‘죽음의 레이스’ 다카르 랠리.” 기사는 이런 문장으로 시작했다. “모터사이클 부문 선수 숨진 채 발견.” 원래는 파리에서 출발해 사하라 사막을 횡단해 아프리카 세네갈의 다카르까지, 포장과 비포장 도로를 가리지 않고 달리는 경주였다. 하지만 전쟁과 테러에 대한 위협으로 2009년부터는 남미에서 열리고 있다. WRC에서 혁혁한 성과를 거둔 푸조는 내년부터 다카르 랠리에 도전하기로 했다. 2008을 가진 모든 사람에게 또 다른 자부심이 될 것이다.

 

[MCP를 이해하기 위하여]
지금 출시되는 푸조의 거의 모든 차에는 MCP라는 이름의 변속기가 장착돼 있다. 쉽게 설명하면 그저 ‘변속을 자동으로 해주는 수동변속기’라고 할 수 있다. 클러치를 밟고 손으로 변속하지 않을 뿐, 기계적으로는 수동변속기와 정확히 같은 과정으로 변속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수동변속기라면 클러치를 밟아야 하는 순간에 가속페달에서 살짝 힘을 빼면 매우 매끄럽게 변속한다. 혹은 패들시프트를 이용해 원하는 시점에 변속할 수도 있다. 이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면 ‘울컥’한다. 누군가는 ‘다리를 저는 것 같다’, 다른 누군가는 ‘뒷머리를 잡아채는 것 같다’고도 표현하는 그 감각이다. 이 느낌이 싫어서 푸조를 외면하는 사람도 여럿 봤으나, 누군가는 이 변속기를 푸조만의 재미로 이해하기도 한다. 실제로, 일단 그 속내를 알고 나면 이 엔진의 힘을 제대로 느끼면서 진짜 재미있게 운전할 수 있다. 게다가 푸조가 자랑하는 압도적인 연비 역시 이 변속기로부터 비롯한다.

[YOUR SHOPPING LIST]
2천만원 중후반~3천만원대에 출시하는 모든 차는 폭스바겐 골프를 극복해야 한다. 그건 차를 사려는 사람도 마찬가지. 골프 아닌 다른 차를 사는 이유가 명확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번에 새로 출시한 미니 5도어는 정말이지 의외의 재미와 실력을 겸비한 차다. 심지어 그 승차감과 운전 재미가 3세대 3도어 모델보다 더 미니답다면 믿을 수 있나? 디젤 엔진보다는 가솔린 엔진을 권하고 싶다. 가격은 디젤 모델이 더 비싸다. 기본형 가솔린 모델이 3천90만원, 옵션이 추가된 하이 트림이 3천8백20만원, S가 4천3백40만원이다. 르노삼성 QM3는 국산차 중 그 장르적 유사성을 기반으로 염두에 둘 수 있는 한 대의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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